성당 제대. (이미지 출처 = Pxhere)
성당 제대. (이미지 출처 = Pxhere)

미사 전례는 사제가 입당을 하면서 시작됩니다. 입당을 할 때, 제의실 쪽에서 나와서 제대를 향해 인사를 하고 제단에 오를 수도 있고, 성당 문 앞에서 출발하여 제단 앞에서 멈춰서 제대에 인사하고 오를 수도 있습니다. 본당을 책임지는 사제의 재량에 따라 입당을 어디 지점에서 시작할지를 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제가 제단에 오를 때 제대를 중심으로 오른쪽으로 올라가는지 왼편으로 올라가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전례 수업 때 어느 쪽으로 올라가라는 지침을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실제로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이하 "총지침")을 통해 확인해도 이에 대한 안내는 없기 때문입니다. 입당(총지침, 32쪽)이나 퇴장(마침 예식, 총지침, 43쪽 참조)과 관련된 내용들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혹시나 제단에 오르는 방향을 통일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우리나라의 주교단이 모여 그래야만 하는 의미를 찾고, 그 전례적 의미를 다른 성직자와 신자들과 공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이유가 매우 타당하다면, 전 세계 교회가 전례적으로 공유할 수 있을 겁니다. 

본당에서 전례적인 행위에 대해 무엇이 맞고 무엇이 그르다 하며 논쟁이 일어나는 일이 종종 있다는 것을 듣게 됩니다. 얼마 전에 들은 주제 중 하나가 영성체를 할 때 '무릎을 꿇으면 안 된다'와 '꿇어도 된다'의 대결이었습니다. 요즘엔 일반적으로 무릎을 꿇지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무릎을 꿇는 것이 잘못된 태도도 아닙니다. 오히려 경건함을 드러내 보이는 데는 무릎 꿇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요즘에는 미사 중에 무릎을 꿇는 분들을 보는 것이 드물지만, 제가 어릴 때만 해도 미사 중에 감사기도 바치고 나면 장궤(무릎 꿇음)를 하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그게 전통적이라 알고 지냈는데 언젠가부터 장궤틀이 사라지더니 요즘은 그냥 서서 성찬의 전례를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래된 성당에 들렀는데 의자에 장궤틀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일부러라도 무릎을 꿇어 보게 됩니다. 

장궤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성당의 설비와 장식에 관련해서도 "총지침"의 제 5장의 안내를 바탕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예절에 참여하는 신자들이 예절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고, 천상의 모습을 상상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침입니다. 더불어 모든 민족과 지역의 예술적인 특성들이 인정되며,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작품들도 장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모상, 성모자상, 십자가의 예수님 모습, 성인상 등을 제작하는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신자들의 신앙이 고무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작업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본당에서 전례 준비를 하다가 소소하게 일어나는 논의 과정에서 "총지침"을 중요한 가이드 라인으로 활용하시라고 권해 드립니다. 이 안내 내용 외에 좀 더 자세한 내용이 필요하다면, 전례를 책임질 분들끼리 합의를 하시면 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그런 경우에는 왜 그래야만 하는지 충분한 설명이 가능하면 됩니다. 디테일도 중요하지만, 해당 전례의 기본 정신이 유지되는 것이 우선 바람직합니다. 

"총지침"을 참고하실 때는, 전에도 소개시켜 드렸듯이 "로마 미사 경본"도 함께 보시면 좋겠습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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