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Pixabay)

가톨릭 세례를 받는 모든 이에게는 세 가지 직분이 부여됩니다. 이 사실을 예비자 교리 때 다 배우면서도 별로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분들을 적잖이 만나게 됩니다. 반면에 이 교리를 알고 계시지만 이해가 쉽지 않다고 물어오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래서, 오늘은 세 직분에 대한 내용을 복습하는 의미에서 그리고 이해를 도와드린다는 뜻에서 속풀이 하기로 합니다.

세례를 통해 우리가 부여받는 세 가지 기본 직분은, 사제직, 예언자직(예언직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왕직입니다. 

사제직은, 사제의 역할이 그러하듯 지상의 일과 하늘을 연결시켜 주는 직무를 수행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지상에서 정신적으로 혹은 육체적으로 고통받는 이들,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이웃들의 삶을 하늘에 알리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세상을 위해 기도하는 역할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럼, "사제품을 받고 성사를 집행하는 사제는 뭔가?" 하는 질문이 떠오릅니다. 우리는 이런 사제직을 ‘직무 사제직’이라 부르고, 직무 사제직을 수행하는 이들은 성사집행을 통해 하느님의 백성을 돌보고 가르칩니다. 대신에 우리가 세례 때 받게 되는 사제직은 ‘보편 사제직’으로서 ‘직무 사제직’을 부여받은 사제들과 함께 교회와 세상에 봉사하는 것이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위급한 상황인데 사제(직무 사제직을 받은)가 없다면, 평신도라 할지라도 긴급 세례를 줄 수 있고, 죽어가는 이의 고해도 들을 수 있습니다.

예언자직은 예언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되겠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예언자는 노스트라다무스같이 미래의 사건을 미리 알아채고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다’라는 예측의 말을 하는 이가 아닙니다. 우리에게 부여된 예언자직은 구원을 향한 여정에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사람입니다. 즉, 사람들 사이에 서로 돕고 선의를 나누는 일이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에 주목하는 이입니다. 이것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다면, 사회가 부조리와 불의로 흘러간다면 이에 대해 따끔한 비판을 하고 회심을 요구하는 사회적 양심이라고 이해하게 됩니다. 이 직무를 하느님의 자녀들이 잘 수행할 때 세상은 건강을 잃지 않고 평화와 일치를 위해 나아가게 됩니다. 

왕직은, '그리스도 왕'의 그 왕직을 그려 보시면 되겠습니다.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섬기고, 그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우는 그리스도의 품위를 보여 주는 것입니다. 당연히 그 품위는 하느님께서 주신 겁니다. 참으로 세상에 봉사하는 것이 되겠습니다. 한 표가 아쉬워서 선거철에 사람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시늉만 하는 봉사가 아니라 진정으로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을 위해 자신을 내어 놓는, 말 그대로 ‘그리스도를 닮아’ 봉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세례를 통해 부여받은 세 직분이 얼마나 삶에서 잘 실현되고 있는지 점검하며 살아가야 하는 하느님의 자녀들 입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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