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집전 사제들이 영성체 전에 성체를 미리 나누는 이유는?

공동체에서 봉헌하는 미사는 보통 제가 주례를 하면 다른 형제는 공동집전자가 되고, 다른 형제 신부가 주례를 하는 날에는 제가 공동집전자가 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공동집전 미사 때는 영성체 직전에 빵을 쪼개어 주례사제가 다른 사제들에게 나눠 주고, 성체를 들어올립니다. 그리고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라고 말하고, 회중들은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라고 말하면서 주님을 모실 겸손한 마음을 준비합니다.

그런데, 제가 주례를 하던 어느 날 영성체 직전에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라고 말하기 전에 빵을 나누어 공동집전하던 형제 사제에게 나눠 주는 것을 깜빡하였습니다. 사실 가끔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드물긴 하지만 익숙한 기도문이 말리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미사는 그렇게 마쳤는데, 공동집전을 했던 형제가 어찌하여 영성체 전에 성체를 쪼개어 나눠 주지 않았느냐고 물어왔습니다. 사실 저는 영성체 전에 성체를 쪼개어 공동집전 사제들이 나누는 일이 통상적인 전례지 꼭 그래야 한다는 규정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그것은 주례사제 마음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영성체 전에 공동집전 사제들끼리 성체를 나누는 행위의 의미와 전례상의 강조점이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하지만, 가장 권위 있는 지침서라고 할 만한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에서도 공동집전 사제들과 성체를 쪼개어 나누는 행위에 대해 이렇다 할 설명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빵을 쪼개어 나누는 행위는 보통 그렇게 한다는 정도지 전례적으로 꼭 해야 하는 일은 아니란 것도 전례전문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서품식과 같이 공동집전 사제들이 수십 명인 전례에서는 쪼갠 성체를 나누어 드는 행위가 생략되기도 합니다.

성체. (이미지 출처 = Pxhere)

대신, 오히려 초점을 맞춰서 볼 전례행위는 쪼개어진 성체를 성반(혹은 성작)으로 받쳐 들어 올리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성체를 들어 올려 신자들에게 보이는 것은 우선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잔치에 참여하도록 초대하는 의미를 가집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 나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쪼개진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 원래 상태로 되돌아 갈 수 없음을 상징합니다. 즉, 이렇게 나뉘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신자들에게 다가와 다시 되돌아 갈 수 없는 것임을 알려줍니다. 달리 말하면, 예수 그리스도는 당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베푼 당신의 사랑을 거두지 않으신다는 뜻입니다.(조학균,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미사 이야기II", 대전 가톨릭대학교 출판부, 2016, 153쪽 참조)

이런 심오한 의미를 보여주기에 쪼갠 성체를 다시 동그랗게 붙여서 신자들에게 보여주려는 몇몇 사제들은 신자들에게 이 전례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런 의미를 확인하시면서, 미사 전례에 참여하시는 신자분들이 영성체를 앞두고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의 사랑을 시각적으로 좀 더 실감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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