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를 다시 묻다", 더글라스 존 홀, 비아, 2020. (표지 제공 = 비아)

“그리스도교를 다시 묻다”, 더글라스 존 홀, 비아, 이민희 옮김, 2020

이 책의 부제는 ‘부정 신학의 눈으로 바라본 그리스도교’다. 조직신학자 더글라스 존 홀의 “평생의 신학 작업이 반영된 책”으로, 부정 신학이라는 신학사에서 중요하지만 서구 그리스도교 신학계에서는 쓰이지 않은 방법론이 어떻게 그리스도교 신앙을 성찰하는 데 활용되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오늘날 그리스도교 세계가 처한 문제점이 신학적 문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펴본다.

1928년생인 더글라스 존 홀은 캐나다 연합교회 소속 목사로 사목 활동을 했고, 1975년 맥길대교수가 됐으며 현재 맥길대 명예교수다. 세계교회협의회(WCC)에서도 활동했으며, 2003년 그리스도교 신학 분야에 남긴 공헌을 인정받아 캐나다 훈장을 받았다.

“종교개혁자들이 절대적인 권위를 지니고 있다고 여긴 것은 모든 권위를 초월하시는 하느님 한 분뿐이다. 예언자들은 불타는 덤불에서, 산 정상에서, 꿈에서, 한밤중에, 고난과 추방당한 사람들 사이에서 이 절대적인 권위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믿었다. 그리고 사도들은 제자의 길을 걸으라는 무명 떠돌이 랍비에게서 그 권위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스도교의 기나긴 역사에서 그 권위를 인정받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전통, 초창기 그리스도교 공의회에서 결정한 신경들, 자신들이 믿는 바를 이해하려고 노력한 이들의 합리적인 생각들, 성인과 신비주의자들의 신앙 체험, 지금 여기에 있는 교회의 사목 활동과 정신 등.... 그리고 그중에서도 성서는, 특히 개신교 신자들에게 가장 커다란 권위를 갖는 요소다. 하지만 그조차 절대적인 권위를 가질 수는 없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당신 사이에 더 영원한 관계를 맺으시기 전에 잠정적으로 이 성서를 우리에게 주셨다. 그러므로 고전적인 프로테스탄티즘이 아무리 성서를 없어서는 안 될 것으로 여겼다 할지라도 그리스도교를 성서의 종교, 성서를 믿는 종교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133-134쪽)

“교회가 스스로 도덕의 공급자가 된다면 이는 저 깊고 감추어져 있는 인간의 갈망, 참된 삶을 살고자 하는 갈망(달리 말하면 ‘구원’salvarion 받고자 하는 갈망)을 배신하는 일일 뿐 아니라 자신이 선포하는 메시지와 사명을 거스르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공동체가 인류에게 제공해야 할 것은 새로운 종교, 새로운 행동 규범이 아니라 새로운 삶이기 때문이다. 예수는 말했다. ‘나는 그들이 생명을 얻고 더 얻어 풍성하게 하려고 왔다.’(요한 10,10)

교회가 자신의 부름에 진실하려면, 가장 우선시해야 할 소명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게 하려고’ 권고하거나 회유하거나 위협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무언가’가 되고, 그 ‘무언가’로 존재하는 방식, 달리 말하면 무언가가 되는 삶, 누군가가 되는 삶, 과거와는 다른 삶, 변화된 삶, 새로워진 삶,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을 제공하는 것이다.”(192쪽)

 

"철학자의 음악서재,C#", 최대환 신부, 책밥상, 2020. (표지 출처 = 책밥상)

“철학자의 음악서재, C#”, 최대환 신부, 책밥상, 2020

“책과 음악을 좋아하며 철학과 사색을 소중하게 여기”는 최대환 신부의 새 책이 나왔다. 소개에 나온 것처럼 이 책에는 그가 삶에서 함께해 온 책과 음악에 관한 그의 사색이 담겨 있다. 탈레스부터 누스바움까지, 철학이 걸어온 길 안에서 인간의 삶을 관통해 온 정신을 살피면서 오늘의 삶에 이를 어떻게 적용하고, 삶을 나아가게 할지 이야기한다. 그리고 각각의 사유에 관한 음악을 소개한다. ‘철학과 음악의 만남’을 읽고 있으면, 최 신부가 다양한 철학자의 사상과 그에 어울리는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주는 듯하다. 실제로 그는 <가톨릭평화방송>에서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다. 최 신부는 천주교 의정부교구 소속이며, 서울대교구 대신학교에서 생활지도 소임을 맡고 있다. 의정부주보에 ‘최대환 신부의 음악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한다.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는 절망의 기록이자 동시에 깊은 절망을 응시한 사람이 포기하지 않고 걸어가고자 결심하는 ‘출사표’이기도 합니다. 행동을 통해 삶의 짐을 감당하겠다는, 신이 부여한 소명을 깊이 자각하며 희망과 광명을 향해 한발씩 걸어간 베토벤 인생 후반기의 시작입니다. 여기에는 죽음 바로 앞까지 밀고 온 절망 앞에서 감상에 휩싸여 굴복하지 않고 실재로서 대면하면서 동시에 그 순간 길을 찾은 자기 치유의 의지가 투영되어 있습니다.”(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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