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아니면 두려움”, 이현주, 분도출판사, 2020. (표지 제공 = 분도)

“사랑 아니면 두려움”, 이현주, 분도출판사, 2020

동화작가, 번역가로도 알려진 이현주 목사가 인생 후반기에 쉬운 말로 풀어낸 수행 안내서이면서, 수행에 임하는 저자 자신의 마음과 태도도 엿볼 수 있는 정직한 수행록. 마음공부의 방법을 배울 뿐 아니라, 수행자의 길이 어떤지 수행자라면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마음공부란, 사람의 의식 수준을 낮은 데서 높은 데로 끌어올림으로써 두려워하는 사람을 태평스러운 사람으로, 공격적(페쇄적)인 사람을 너그러운 사람으로, 굳어져 있는 사람을 부드러운 사람으로 바꾸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하겠습니다.”(23쪽)

“앉아서 좌선을 하든지 일터에서 일을 하든지 언제나 눈길을 자기 자신에게로 돌리는 것, 이것이 말하자면 마음수련의 척추라 하겠는데, 이 척추가 곧게 서야만 수련의 결실을 제대로 거두게 될 것입니다.”(55쪽)

“하나만 기억하자.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는다. 잃어버리지 않는 게 아니라 잃어버릴 수 없다. 처음부터 가진 게 없어서다.” (146쪽)

 

“성서, 퀴어를 옹호하다”, 박경미, 한티재, 2020. (표지 제공 = 한티재)

“성서, 퀴어를 옹호하다”, 박경미, 한티재, 2020

성소수자에 관해 성서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이 책은 성서 안에서 동성애 혐오를 보이는 본문에 대한 그동안의 학계 연구를 소개하며, 성소수자 문제와 관련해 자주 인용되는 성서 본문의 맥락과 의미를 짚어 보고 비판적으로 재해석한다. 이에 앞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성소수자와 성소수자 인권운동, 반동성애 운동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룬다. 

성서학자 박경미 교수는 문자주의적 성서해석에 매여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배제하는 주류 개신교 교단과 극우 개신교인의 행태를 보며 부끄러움과 책임감을 느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는 성서를 문자 그대로 사실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파괴적 결과를 가져온다며, 성서 자체보다 성서를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실 성소수자 입장에서 보면, 기독교 신앙 안에서 성소수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논증하는 것 자체가 우습고 가당찮을 수 있다. 살아 있는 사람을 받아들일지 말지 논쟁하는 것 자체가 인간에 대한 모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이 성소수자 당사자에게는 충분히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리라는 염려가 내 마음속에 있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성소수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썼다는 말로 변명을 삼고 싶다.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을 덜고 책임을 감당하겠다는 의도가 컸다.”(20쪽)

“문자적 성서해석은 실제로는 성서의 권위를 내세워 자신들의 편견이나 혐오를 정당화하는 경우가 많다. 어떠한 경우든 성서를 내세워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것은 그 자체가 성서에 대한 배반이다. 우리는 성서가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모든 시대의 모든 문제에 대한 유일하고도 올바른 답변을 제시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일단 의심해야 한다. 성서는 그것이 내포하는 다양한 인간 경험의 빛과 어둠을 함께 볼 때 비로소 그 역사적이고도 풍성한 의미를 드러내며, 우리는 성서의 그러한 역동성 안에서 일관된 사랑과 해방의 소식을 읽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198쪽)

“초대 교회가 혼란과 갈등 속에서도 갈라티아서 3:28의 선언을 지키고 실천해 왔듯이, 오늘 우리도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를 그리스도의 몸의 온전한 지체로 받아들여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교회가 오랜 역사적 굴곡에도 불구하고 지켜온 복음의 본질에 속하기 때문이다.”(3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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