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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의 정치

정치란 무엇일까요.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것이 아닐까요.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정치가 아닐까요. 지금 가난하고, 지금 굶주리고, 지금 울고 있는 억울한 사람들과 의로움에 목마른 사람들의 목소리에 몸과 마음을 다하는 것이 정치가 아닐까요.

지난 10월 26일 열린 세종시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종합감사에서 여야의원들이 노동자 한 사람을 위해서 마음을 같이한 일이 있었습니다. 노동자 한 사람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해고된 김진숙 지도위원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증인과 참고인으로 신청했던 한진중공업 이병모 대표이사와 한진중공업 마지막 해고자 김진숙 지도위원이 종합감사에 나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종합감사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을 참고인으로 채택하는 데 많은 노력을 했고, 여야 합의로 한진중공업 이병모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장영식

먼저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은 이병모 대표이사에게 35년의 해고노동자 김진숙 지도위원에 대한 소회를 묻자 이병모 대표이사는 “35년 전의 이야기다 보니 그 스토리를 잘 모른다”라고 말합니다. 그때 자신은 그 자리에 없었다는 말로 들렸지만, 한 노동자의 잃어버린 35년에 대한 대표이사로서의 무책임한 발언으로 들렸습니다. 다시 임 의원은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대표이사의 의견에 대한 소회를 묻자 김진숙 지도위원은 노조를 늘 탄압해 왔던 회사의 변함없는 자세를 질타했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국회까지 불려온 저와 대표이사님이 국민의 대표가 모인 자리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간곡하게 호소합니다”라고 말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이병모 대표이사에게 한진중공업 노사관계의 어두운 역사를 말하며, 시대를 앞선 새로운 가치를 위해서라도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 문제에 대해 전환적 사고를 촉구했습니다. 양이원영 의원은 “한진중공업 부당해고 노동자 중 김진숙 지도위원만 복직을 못했습니다”라면서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은 한진중공업 매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봅니다”라고 말합니다. 양이원영 의원은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은 “한 사람의 복직이 아니라 엄혹했던 시대를 마감하는 것입니다. 그 시대의 명예가 회복되는 것이고 복권되는 것입니다. 시대의 복직입니다”라며 한진중공업의 노사관계에 대한 새로운 전환을 촉구했습니다. 양이원영 의원의 질의에 대해 이병모 대표이사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에 대해 반대하지 않습니다”라면서 “창조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답변합니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한진중공업 이병모 대표이사에게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을 위한 결단을 촉구했다. 종합감사가 끝난 뒤 김진숙 지도위원이 임이자 의원을 찾아 인사를 하자 김진숙 지도위원을 껴안으며 위로하고 격려했다. ©장영식

한국노총 현장노동자 출신인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이병모 대표이사에게 "청춘에 들어와서 청년으로 들어와서 늙은 노동자가 되어 나갑니다. 퇴직 두 달 밖에 안 남았다고 합니다"라며 "들어가서 동지들과 밥 한 그릇 먹고 싶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 일이 그렇게 어렵습니까.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고 봅니다"라고 말합니다. 임이자 의원은 한진중공업 이병모 대표이사에게 “눈물 젖은 빵을 먹어 본 적이 있습니까?”라며,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 문제는 “사장의 힘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라며 이병모 대표이사의 결단을 촉구했습니다.

피감기관장 신분으로 국감에 출석한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도 김진숙 지도위원과의 오랜 인연을 회상하며,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했다. ©장영식

이날 피감기관장 신분으로 국감에 출석한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도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했습니다. 그는 “김진숙 지도위원과 해고 동기입니다. 저는 법적으로 복직되어 장관급 위원장이 되어 있습니다”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이다가 “책임이 있고 권력이 있는 입장에서는 ‘안 된다’고 하면 어렵지만, ‘된다’고 하면 풀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라며 이병모 대표이사의 결단을 촉구했습니다. 문 위원장은 감정이 북받치는 듯 “김진숙 지도위원을 아름다운 노동자로 보내 드리자”라고 호소합니다.

세종시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종합감사가 열리는 동안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울산 대우버스 노동자들까지 김진숙 지도위원이 종합감사를 마치고 나올 때까지 고용노동부 정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장영식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김진숙 지도위원이 노동조합 대의원 대회에서 뿌렸던 유인물 내용을 말하며 이병모 대표이사에게 “이것이 잘못이냐”라고 묻습니다. “이것이 대공분실에 끌려가 고문을 받을 만큼 잘못된 것이냐”라고 질의합니다. 이병모 대표이사는 곤혹스러운 듯 “아닙니다”라고 답변합니다. 강은미 의원은 김진숙 지도위원에 대해 국가기관이 “2009년과 2020년 두 번의 복직 권고가 있었다”라며 “이런 정도라면 복직시켜야 되지 않습니까?”라고 말합니다. “대표이사 권한으로 충분히 이사들을 설득해서 복직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이병모 대표이사의 결단을 재차 촉구합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퇴직금 등의 문제로 복직이 어렵다는 이병모 대표이사의 답변에 대해 “한진중공업이 2011년도에 400명을 정리해고하면서 그 다음 날 임원의 임금을 인상했다. 조남호 회장은 주식 배당금 174억 챙기고, 희망버스 온 이후에 담장을 높이고 CCTV 설치에 해고노동자 연봉의 2배를 썼다”라며 “그런 회사에서 돈 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비판했다. 지금도 매일 아침 영도조선소 앞에서는 높은 담장 아래로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을 요구하며 서 있다. ©장영식

김진숙 지도위원은 “오늘 제가 대공분실에 끌려가서 맞았던 상처들이 뱀이 지나간 자리처럼 그대로 몸에 남아 있어서 공개하려고 했지만, 본말이 전도될 것 같아 공개를 하지 않았습니다”라며 “보상을 얘기하는데, 제 35년의 세월을 보상받으려면 얼마나 받아야 하겠습니까”라고 반문합니다. “한진중공업은 민주노조 위원장 중에 임기를 마친 위원장이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해고되고 구속되고 두 사람의 위원장은 죽었습니다. 거듭되는 노조탄압 그리고 노사합의 파기 등이 관행처럼 이어져 왔던 것이 한진중공업입니다. 그 결과들이 2011년 희망버스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희망버스는 저 개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정말 악덕 기업 한진중공업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였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합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박창수, 김주익 위원장의 죽음을 말하며, 그 장례식장에서 관을 들고 만장을 들었던 노동자들에게 휴업이라는 미끼로 기업노조로 가게 만든 한진중공업을 규탄합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더 이상 사람 마음 다치게 하지 마세요. 저는 진심으로 간곡하게 당부드리는데, 두 위원장을 잃고, 정리해고 되었다가 지금도 아침에 출근하는 노동자들의 마음을 단 한 번이라도 위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며 말을 맺습니다.

지난 35년 동안 한진중공업은 "김진숙은 안 된다"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문을 닫았다. 이제 그 어두운 역사를 끝내야 한다. 굳게 닫힌 문을 열고, 김진숙 지도위원의 잃어버린 35년에 대해 진심으로 참회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김진숙의 복직은 한 인간의 복직이 아니다. 김진숙의 복직은 한 노동자의 복직이 아니다. 김진숙의 복직은 박창수, 김주익, 곽재규, 최강서의 복직이다. 김진숙의 복직은 정리해고로 일터를 빼앗긴 모든 노동자들의 복직이며 시대의 복직이다. ©장영식

국정감사에서 35년의 해고자인 한 노동자에 대해서 여야의원들이 같은 마음으로 복직을 촉구한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신선했고, 감동적이었습니다. 그것은 정치가 어떤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야 하는지를 보여 준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연민의 정치야말로 한국 사회가 가야 할 올바른 방향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사적 이익이 아니라 공적 이익을 위해서 35년을 희생한 한 인간 앞에서 숙연해집니다. 그이는 강철이 아닙니다. 그이는 한 노동자이며, 한 사람입니다. 어두운 시대를 온몸으로 뚫고 온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이제는 시대적 전환을 위해서라도 문재인 정부와 한진중공업이 김진숙 지도위원의 절규에 응답해야 할 시간입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이병모 대표이사에게 "저는 진심으로 간곡하게 당부드립니다. 두 노조위원장을 잃고, 정리해고 되었다가 지금도 아침에 출근하는 노동자들의 마음을 단 한 번이라도 위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지만, 회사의 그 누구도 출근하는 노동자들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이가 없었다. ©장영식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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