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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없는 김진숙 복직 결의대회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열린 "김진숙 지도위원 복직을 위한 금속노조 노동자들의 결의대회"는 전국에서 많은 노동자가 참석, 인산인해를 이뤘다. ©장영식

11월 18일 오후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금속노동자들이 전국에서 달려왔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을 위한 금속노동자 결의대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날 김진숙 지도위원의 발언 시간에 김진숙은 없었습니다. 금속노조 부양지부 정혜금 사무국장이 무대에 올라왔습니다. 그이가 전하는 소식은 “김진숙 지도위원의 암이 재발되었다”라는 충격적인 소식이었습니다.

금속노조 부양지부 정혜금 사무국장이 암이 재발되어 병원에 있는 김진숙 지도위원을 대신하여 김 지도의 발언을 대신 낭독하고 있다. ©장영식

김진숙 지도위원은 현대중공업 서진 하청노동자인 변주현 동지에게 보내는 “주현씨, 안녕~”으로 시작하는 발언을 정혜금 사무국장이 대신해서 낭독했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26세에 허울뿐이었지만 조선소 용접공 정규직이 되었으나, 35년의 세월을 건너 주현 씨는 27세에 싼값에 쓰다가 가책 없이 버려지는 비정규직 조선소 용접공이 된 사실을 술회하며 “그래서 미안해. 한스럽고”라고 말합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민주노조를 함께 꿈꿨던 동지가 국가권력에 살해되고, 크레인에서 죽어 내려오는 나라에선 살아 있는 게 오히려 미안하고 내내 부끄러운 일이었다”라며 “그러나 주현 씨, 주현 씨는 그렇게 살지 마”라고 말합니다. “투쟁도 좋지만 맛있는 거 많이 먹고, 따뜻한 데서 자고, 영화도 보고, 좋은 음악도 들으면서 살아. 좋은 사람 만나서 사랑도 하고. 아파서 중요한 투쟁 앞에 할 일을 못하는 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주현 씨는 건강하게 싸워라. 서진 투쟁에 함께 연대하지 못해서 미안해. 같은 꿈을 꾸는 동지야, 꼭 복직하길 바래”라고 말합니다. 마치 자신이 하지 못했던 일들을 유언처럼 말하고 있었습니다.

현대중공업 서진 하청노동자 변주현 씨가 '김진숙 동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있는 모습. ©장영식

김진숙 지도위원은 함께 복직 투쟁을 하고 있는 한진지회 동지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심진호 집행부와 함께 복직 투쟁을 하게 된 건 저의 큰 복입니다”라고 인사를 합니다. 또한 금속노조 동지들에게도 함께 싸워 주셔서 너무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면서 “동지들과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하겠습니다. 금속노동자로 당당하게 다시 뵙길 기다리겠습니다”라며 복직에 대한 강한 결의를 전했습니다.

금속노조 한진지회 심진호 지회장이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그리고 민중세력이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총 동원하여 김진숙 동지를 현장으로 복귀시키는 싸움을 했으면 한다"라고 결의를 다졌다. ©장영식

김진숙 지도위원의 발언에 이어 현대중공업 서진 하청노동자인 변주현 씨가 ‘김진숙 동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습니다. 그 편지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발언처럼 “주현씨, 안녕?”으로 시작합니다. 변주현 씨는 “김진숙 동지의 스물여섯 꽃다웠던 청춘이 어느덧 머리에 서리가 내려 60세의 정년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세월의 흐름은 인력으로 막을 수 없다지만, 동지의 위대한 정신은 기나긴 시간을 관통해 자본가를 향한 저희의 투쟁의식을 고취시키고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변주현 씨는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이제는 아픈 몸 편히 쉬시며 치료에 전념하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라며 평생을 다른 노동자들을 위해 싸워 온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눈물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한진지회 노동자들이 직접 만든 배를 들고 행진을 하고 있는 모습. 이 배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35년의 꿈과 희망, 마지막 소원인 "복직"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다. ©장영식

금속노조 한진지회 심진호 지회장은 부산 영도까지 달려온 금속노조 동지들과 조선업종노조연대 동지들 그리고 민주노총 동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2011년 치열했던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투쟁이 끝나고 김진숙 동지를 한동안 잊고 살았다”라며 “저는 모든 노동조합 활동을 접고 피해만 다녔습니다. 금속노조 선거철을 피하기 위해 필리핀까지 도망가다시피 지원해서 파견을 갔었습니다”라고 술회했습니다. 심진호 지회장은 김진숙 지도위원의 암이 재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제는 우리가 김진숙 동지만을 위해 함께 싸워야 합니다. 동지들과 함께하는 복직투쟁, 행동하고 실천하는 복직투쟁을 만들어 가겠습니다”라며 “반드시 김진숙 동지, 우리 김진숙 조합원의 복직에 대한 한을 풀고, 쫓겨 나왔던 한진중공업 정문을 당당히 드나들 수 있도록 만들어 내겠습니다”라고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에 대한 강한 결의를 다졌습니다.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는 시간, 영도조선소 공장 안의 크레인에는 김진숙 복직을 촉구하는 대형 현수막이 함께하고 있었다. ©장영식

이날 결의대회 마지막 모습은 한진지회 노동자들이 직접 만들 배를 들고, 집회 대오를 가로질러 행진했습니다. 한진지회 노동자들이 직접 만든 배는 김진숙 복직의 꿈을 담은 배였습니다. 집회에 참석했던 노동자들은 행진하는 배 안으로 ‘해고 없는 세상’을 꿈꾸는 풍선을 넣었습니다.

현대중공업 서진 하청노동자 변주현 씨가 김진숙 동지에게 보내는 자필 편지. ©장영식

코로나19 정국 아래서 개최된 영도조선소 집회는 전국에서 달려온 노동자들로 인산인해였지만, 질서정연하게 진행됐습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발열 체크가 이뤄졌고, 시작과 마침도 혼란 없이 진행됐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암 투병과 재발 소식으로 집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숙연했지만, 김진숙 지도위원의 35년의 꿈과 희망, 마지막 소원을 이루기 위한 금속노조 노동자들의 따뜻하면서도 강고한 연대의 결의대회였습니다.

부산 시민들이 결의대회를 마치고, 영도대교 앞에서 김진숙 지도위원 복직을 위한 선전전을 하고 있는 모습. ©장영식

한편, 결의대회를 마치고 금속노조 부양지부 문철상 지부장과 한진지회 심진호 지회장은 회사 측과 면담을 가졌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 문철상 지부장과 심진호 지회장은 신관 1층 로비에서 농성 중입니다.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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