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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ete Soli - 홀로 머무르기[유상우 신부] 8월 9일(연중 제19주일) 1열왕 19,9ㄱ.11-13ㄱ; 로마 9,1-5; 마태 14,22-33

홀로 기도를 자주 하십니까? 질문을 조금 바꿔 보겠습니다. 홀로 기도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으십니까? 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 성인은 피정에 대한 세 가지 태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온전한 마음으로 들어오라,(Intrate toti) 홀로 머물러라,(Manete Soli) 다른 이가 되어 나가라.(Exite Alii)” 그렇게 홀로 머물며 기도하는 것은 신앙생활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주제 중에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신앙생활을 하면서 참 힘든 것이 바로 혼자 기도하는 것입니다. 저 역시 혼자 기도를 하면 평소에는 신경쓰지 않았던 걱정들과 분심들이 끊임없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많은 분이 이러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간을 정해 놓고 함께 모여 미사를 드리고, 레지오 주회를 하고, 신심단체 활동을 하고, 성가를 부르면서 주님을 찬미하는 것은 잘하는 반면에, 혼자 기도를 하라고 하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 합니다. 막상 기도하려고 하면 온갖 잡념이 생기고, 내가 사는 모습을 생각하다 보면 내가 이렇게 살아서 되겠냐며 스스로를 자책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때론 감당하기 힘든 현실을 자각하고, 힘들어 하면서 하느님을 원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앙생활을 하면서 혼자 기도하는 것은 분명히 필요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따로 기도하시려고 산에 오르십니다.(마태 14,23) 이어 복음은 전합니다. “그리고 저녁때가 되었는데도 혼자 거기에 계셨다.” 예수님께서도 분명 혼자 기도하셨고, 그런 모습을 복음서 곳곳에서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분명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러기에 끊임없이 타인과 교류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태초에 하느님께서 남자가 홀로 있는 것이 좋지 않다 하여 배필을 만들어 주신 것과 같이(창세 2,18 참조) 우리는 크고 작은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생각해 봅시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물리적으로나 심적으로나 혼자 있기 마련입니다. 많은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고 그 조언들이 내 삶에 영향을 끼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홀로 그 자리에 존재합니다. 그 결정적인 순간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입니다. 그러기에 우리 신앙인은 그 순간 홀로 기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주님이 홀로 기도하시는 모습은 오늘 복음 외에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당신 생애의 가장 결정적인 순간인 수난의 여정을 시작하시기 전 그분께서 혼자 올리브산에 가시어 기도하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이렇듯 삶의 큰 선택을 앞둔 순간, 내 삶의 크고 작은 순간에 우리는 혼자 기도하게 됩니다. 하지만 앞에도 말씀드렸다시피 항상 기도가 잘 될 수 없습니다. 왜냐면 우리는 완벽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선 그것을 인정해야만 합니다. 기도하는 것이 힘들고 때로는 전혀 기도가 안 될 수가 있습니다. 복음에서 주님을 마주한 베드로가 물에 빠진 것처럼 말입니다.(마태 14,30) 주님을 앞에 마주했지만 두려워하고 의심한 베드로가 물에 빠진 것처럼 우리의 신앙생활 역시 크고 작은 어려움에 부딪치곤 합니다. 

이렇게 우리의 신앙생활은 마냥 즐겁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남에게 말하지 못할 사정을 가슴속에 묻어 둘 때도 있고, 때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하느님을 원망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베드로처럼 물에 빠질 수도 있고, 허우적거릴 수도 있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주님을 만나게 될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베드로에게 말씀하시듯 우리에게도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마태 14,30)라고 말씀하십니다.

마지막으로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떠올려 봅니다. "우리가 지금은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어렴풋이 보지만 그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볼 것입니다. 내가 지금은 부분적으로 알지만 그때에는 하느님께서 나를 온전히 아시듯 나도 온전히 알게 될 것입니다."(1코린 13,12) 결국 우리는 마지막 시간에 하느님과 단둘이서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는 주위에 아무도 없고 나만 혼자 있을 것입니다. 그 순간을 위해서라도 부족하고 투박하지만 혼자 기도하는 시간들이 필요할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도저히 따로 기도할 시간을 낼 수가 없다면, 미사 전에 조금만 일찍 와서 하느님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미사 직전에 와서 의무감으로 미사를 드리고 가거나, 미사 직전까지 성전 밖에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보다는 짧은 시간이라도 홀로 기도할 수 있을 때, 하느님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홀로 기도하면서 살아 계신 주님을 체험할 때, 복음의 제자들과 같이 스승님은 참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마태 14,33)라고 고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유상우 신부(광헌아우구스티노)

부산교구 감물생태학습관 부관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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