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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사랑은 이웃 사랑과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유상우 신부] 9월 6일(연중 제23주일) 에제 33,7-9; 로마 13,8-10; 마태 18,15-20

얼마 전 동기, 후배 신부님들과 사제관에서 소주 한잔 기울인 적이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작년 12월말에 서품받은 신부님도 계셨습니다. 이 신부님이 아직 어린이 미사도 드려 보지 못하고, 자기 본당의 주일학교 아이들도 잘 알지 못할 때였습니다.(사실 지금도 크게 상황은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부임한 지 두 달도 안 되어 신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가 중단되었고 사제가 되고 나서 맞이한 첫 부활 대축일도 주임신부님과 수녀님들과만 지낸 셈이지요. 이 신부님이 한 이야기 중에 인상 깊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형님 저는 서품받고 나서 처음 몇 달은 본당 어르신들께 '성당 오세요'라는 말보다 오지 마세요 같은 말을 더 많이 한 것 같아요.” 미사가 중단되었던 시기에 그래도 몇몇 분이 사제관 문을 두드려 신부님 혼자 드리는 미사에 참여하려고 하셔서 꽤나 애를 먹었답니다. 다시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세가 올라가는 요즈음에 이번 주일 말씀을 묵상하다 보니 그 술자리가 떠올랐습니다. 그때 저는 그 신부님께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니가 하는 게 하느님과 교회를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이라 믿는다.”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저지르지 않습니다.(로마 3,10) 이번 주일 2독서의 마지막 구절에 마음이 오랫동안 머물렀습니다. 한동안 우리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아니 지금도 진행 중인 일련의 사건도 떠올랐음도 솔직히 고백합니다. 그것이 제대로 주님을 사랑하는 방법이었는지에 대한 아쉬움도 함께 말입니다. 내가 하느님을 사랑하려고 하는 행동이 이웃에게 해가 된다면 그것은 제대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 아님을 오늘 로마서가 명확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평소라면 지금 제가 사는 학습관은 이제 여름신앙학교 시즌을 끝내고 한숨 돌릴 시기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여름이 지나가고 있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많고 제가 있는 학습관도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저는 이번 주일 말씀을 통해 제대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묵상해 보게 됩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하루하루 살아가야 하는 교우분들의 삶도 얼마나 어려우실지 쉽사리 말을 꺼내기도 힘든 시기입니다. 교무금을 내달라는 말이 입에서 나오기 정말 ‘미치도록’ 힘들다라는 한 선배 신부님의 말씀에 너무나 쉽게 공감이 갑니다. 게다가 일상적인 삶이 회복되지 못하는 이 시기에 우리는 점점 사람에 대해 민감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시국에 종교는 사치다’라는 어느 뉴스에 달린 댓글에 달린 수천 개의 공감도 한동안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몇몇 교회 공동체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죄없는 주님이 다시 한번 죄를 짊어지고 계시는 이 시기가 너무나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러기에 이 시기에 우리는 하느님을 제대로 사랑하기 위한 지혜를 청하는 기도를 함께 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 길은 분명 이웃을 사랑하는 길과 함께 가야 함이 명확할 것입니다. 예전처럼 성전을 가득 메우고 미사를 드리고 기도할 수 있는 날을 당장 맞이할 수는 없겠지만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19-20)라는 이번 주일 복음 말씀을 마음속에 깊게 새겼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마무리 하며 노래를 한 곡 소개하고자 합니다. 개신교의 찬양곡이지만 많은 분에게 익숙한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 시기에 참 잘 어울리는 노래입니다.

 

주님의 시간에 주의 뜻 이뤄지리 기다려

하루 하루 살 동안 주님 인도하시니

주 뜻 이룰 때까지 기다려

 

기다려 그때를 주의 뜻 이뤄지리 기다려

주의 뜻 이뤄질 때 우리들의 모든것

아름답게 변하리 기다려

 

유상우 신부(광헌아우구스티노)

부산교구 감물생태학습관 부관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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