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종단, 코로나19와 종교의 사회적 역할 토론

코로나19로 사회 안전망 밖에 있던 이들이 더욱 위기에 몰렸다. 고용보험에 들지 못한 특수고용 노동자, 임시직, 프리랜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생계위협 또는 해고의 위기를 맞고 있다. 종교는 특히 이런 이들이 사회에 목소리를 내도록 함께해야 한다고 요청받는다.

개신교, 불교, 천주교 3대 종단이 4월 22일 오후 1시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코로나19가 불러온 위기에 종교계의 역할을 논의했다.

김혜진 상임활동가, “재난은 평등하지만, 고통은 평등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 모든 이가 고용보험 들 수 있어야”

우선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김혜진 상임활동가가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이 코로나19로 어떤 어려움에 처했는지 현장의 소리를 전했다. 김혜진 활동가는 코로나19 상황에 어떤 노동자는 물리적 거리 두기를 통해 재택근무를 하면서 가족과 함께할 기회가 늘었다지만, 어떤 노동자는 노동량이 늘어 과로사 하거나 투잡을 해야 한다며 “재난은 평등하지만, 고통은 평등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 위기 상황에 노동자의 피해가 심각하다며, 항공, 관광업 등에서 연차소진, 무급휴직, 권고사직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또 방과후 강사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요양보호사 등 시간제로 일하는 노동자가 생계의 위협을 당하고 있다. 대리운전 노동자, 학습지 노동자 등 건당 임금을 받는 노동자에게 정부가 특별지원을 약속했지만 생계의 한계에 도달하고 있으며, 문화예술 노동자도 일이 없어서 생계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휴업이 속출하는데, 근로기준법상 휴업수당에서 제외돼 노동자들의 피해가 크다.

이어 김혜진 활동가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 지원은 기업에 많이 쏠려 있다며, “해고를 막기 위해 기업에 고용유지 지원금을 주지만, 하청이나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해고’라는 이름도 갖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코로나19 이후를 걱정하며, 다른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 노동자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는 그래야 문제가 드러나고 해결을 할 수 있다며, 종교계에 우리 사회에서 들리지 않는 노동자의 목소리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식당에서 일하다가 잘리는 노동자같이 이제껏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드러나게 애를 써 달라고 했다.

또한 그는 ‘고용’을 전제로 한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의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고용보험에 들어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데, 진짜 실업을 당하는 노동자는 고용보험에 들 수 없다”며 건강보험처럼 이 사회에 사는 누구라도 사회보험을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정부지원을 받는 기업의 해고를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월 22일 3대 종단이 '코로나19가 불러온 위기와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배선영 기자

이주형 신부, “종교, 사회적 어려움에 무관심하면 비판받을 것”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이주형 신부는 코로나19로 ‘다함께 잘 살자’는 사회적 가치에 관한 요구가 늘고 있고 종교도 이에 함께 애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의 위기로 안전과 공공 의료, 보편적 복지, 정부의 적극적 사회제도 운용 등 사회적 가치에 관심이 높아졌고, 가톨릭교회의 가르침도 이런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사회적 불의에 무관심한 종교는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종교가 세상과 함께 하되, 세상의 잘못과 함께 가서는 안 된다며, “성숙하고 올바른 사회적 가치를 수호하는 것이 종교의 본질”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사회적 불의와 어려움에 애쓰고 노력해야 하며, 평화로써(평화적 방법으로) 평화를 이룩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 시대에 종교가 세상으로부터 비판 받는다면 두 가지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첫째는 사회적 어려움에 무관심하기 때문에, 둘째는 사회적 불의에 무관심한 채 개인의 이익과 현세적 축복에만 매달리기 때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와 함께 노숙인들에게 음식 꾸러미를 나눠 준 일, 서울대교구 사제들의 모금 등을 이야기하며, 어려운 이웃을 위한 실질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죽음을 멈추기 위한” 실천이야말로 코로나19 사태에서 사회에 종교의 가르침을 전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최형묵 목사, “경제성장이 아닌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지몽 스님, “경제, 인권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계층에 더 관심 필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최형묵 목사는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삶의 안전과 사회적 약자의 정당한 권리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난기본소득이 단지 자본주의 경제에 기름칠하는 정도의 효과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또 장기적으로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경제구조 재편 등 대비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때 경제성장이 아닌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권리 보장, 모든 사람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안에 강조점을 두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그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제안이 결코 사회적으로 용인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지난 3월 25일 전경련 허창수 회장(지에스 회장)은 위기 해소를 위한 15개 산업 분야의 54개 과제를 정부 등에 제안한 바 있다. 여기에는 대형마트 휴일 영업을 허용하고 주 52시간 근로에 예외를 확대하는 등 규제를 최소 2년 동안 유예하고 부작용이 없으면 폐지하자 등의 요구가 담겨 있다.

최 목사는 기본소득 확대, 해고금지, 노동시간 보장, 최저임금 현실화 등 취약한 조건에서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보호하는 조치가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앞서 김혜진 활동가도 코로나19의 위기 속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노동시간 유연화, 경영상 해고요건 완화, 최저임금제도 개악 등을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자유로운 해고를 가능하게 해 달라는 것이 코로나19의 대응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 지몽 스님은 “경제, 인권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계층에 더욱더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몽 스님은 “정부의 정책이나 재정이 한쪽으로 편중되거나 어느 한 계층을 소외시키면 더 많은 피해로 고통받을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한편, 3대 종단은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한 연대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미 3대 종단의 각 노동담당 위원회는 KTX 해고 승무원 등 사회적 약자와 연대활동을 계속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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