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 마사회 구조, 실태 분석 보고서

한국마사회(김낙순 회장, 모세)의 불평등한 고용구조, 공공성이 빠진 사업시행, 말산업 주체의 노동권 문제와 대안을 짚는 실태조사 보고서가 나왔다.

지난 5일 노동, 보건, 인권 등 11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 진상조사팀’이 발표한 마사회 구조, 실태 분석 보고서 “문중원 경마기수의 죽음까지 7명의 자살 마사회는 왜?”다.

진상조사팀은 이 보고서에서 공공성이 결여된 사업시행, 역대 회장의 비리, 불법배팅 등 사행성 조장, 말산업 관계자에 대한 막대한 권한 행사와 사용자로서의 책임 방기, 공공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 등 지금까지 7명이 목숨을 끊은 마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분석했다.

공공기관 마사회에는 공공성이 없다

보고서는 먼저 마사회가 공공기관임에도 사회공헌 사업은 거의 없고, 경마사업에 치중하는 것을 지적했다. 2019년 마사회 사업비중의 98.5퍼센트가 경마사업에 집중됐고, 중심 사업이 돼야할 말진흥사업은 1.3퍼센트, 사회공헌사업은 0.2퍼센트에 그쳤다.

마사회는 2018년 기준 7조 5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국고보조금 113억 원이 투입된 공기업이지만 본연의 목적사업에 소홀했고 이에 대한 통합적 관리감독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 사이 2019년 의정부 화상경마장은 불법 고액배팅룸을 운영하고 서울 워커힐호텔 외국인화상경마장은 외국인 도박단을 유치하며 화상경마장 규정을 어겼지만 마사회는 현재까지 이를 방관하고 있다. 

경마 규정상 배팅은 하루 한 사람당 10만 원 이상 할 수 없게 돼 있다. 워커힐의 경우 경마장 수익을 위해 하루에 5000만 원 이상 배팅 가능하도록 VIP룸을 만들어 운영하고, 보통 70퍼센트의 환급율을 110퍼센트까지 높여 사행성을 부추겼다. 

화상경마장은 경마장이 아닌 곳에서 마권을 사 중계를 보며 경마를 즐기는 시설로 국내 30개가 운영되고 있다. 

보고서는 “기존에는 사회적 취약계층이 운영하던 사업장 내 매점 운영방식을 변경해서 2019년 기준 72개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운영하도록 하는 등 오히려 사회공헌에 역행하기도 한다”는 사례를 들고, 역대 회장의 뇌물수수, 배임, 국정농단 연루 등 비리와 성희롱, 일터괴롭힘 등 조직문화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2020년 경마시행, 경마상금의 흐름. (이미지 출처 = '문중원 경마기수의 죽음까지 7명의 자살 마사회는 왜?' 보고서)

권한은 강력하고 책임은 없는 마사회의 고용구조

경마관계자 7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근본 원인으로, 보고서는 경마 주체에 대한 마사회의 강력한 권한은 유지한 채 고용만을 외주화해 마사회의 책임을 면하는 고용구조라고 짚었다.

마사회는 마주와 말 생산자의 등록취소권, 조교사와 기수의 면허교부 및 갱신권, 조교사에 대한 마사대부 심사권 등을 통해 모든 경마관계자에게 권한을 행사한다. 원래 기수, 말관리사, 조교사는 마사회 직원이었으나 1993년 개인마주제가 도입되면서 조교사는 마사회와 위탁계약, 기수는 조교사와 특수고용 관계가 됐지만 사용자의 권한 대부분은 마사회에 있다.

경마공원은 과천, 부산경남, 제주 3곳이 있다. 이 가운데 부산경남은 2017년 12월 말관리사 직접고용 구조개선 합의에 따른 조치사항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 당시 합의는 말관리사는 개별 조교사가 아닌 조교사협회가 직접 고용하고, 마주협회, 조교사협회, 기수협회와 말관리사 노조 대표가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구성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합의만으로는 구조가 바뀌지 않았다. 보고서는 “마사회는 상금의 액수, 경마계획, 상금 분배율까지 결정하는 등 모든 권한을 갖지만 고용구조를 외부화해 이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고용의 외주화 형태”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마주가 책임자이고 조교사가 기수와 말관리사의 실질적 사용자로서 역할을 하지만 그 뒤에는 마사회가 있다.... 마사회는 마사대부를 통해 조교사에게 통제력을 행사하고, 조교사를 통해 말관리사와 기수에게 보이지 않는 권력뿐 아니라 면허와 징계권 등 직접 통제력도 행사”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기수의 육성, 채용 권한, 임금, 임금에 준하는 수입 결정권, 징계권한이 마사회에 있기 때문에 실제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경남경마장에서 목숨을 끊은 기수, 말관리사>

2005년 : 이명희 기수 
2010년 : 박진희 기수
2011년 : 박용석 말관리사
2017년 : 박경근 말관리사, 이현준 말관리사
2019년 : 조성곤 기수, 문중원 기수

과도한 업무, 조교사 부당지시, 마사대부비리 등 마사회 구조를 규탄하며 목숨을 끊었다.
전국 말관리사는 857명, 기수는 121명이며 부산경남은 말관리사 282명, 기수 34명이다.

<경마주체와 마사회의 권한>

주체

주요 권한 및 계약관계  특징

마사회 

마주등록, 취소권/기수와 조교사 면허교부 및 갱신권/마사대부 심사권/대부마사 수의 증감 조정권/마사대부 규정 전결권/기수 징계권 마방(말사육, 관리, 훈련시설) 전체 소유 기관, 각종 등록, 심사, 채용, 취소 권한 지님.
기수

-조교사와 기승계약(특수고용 관계)
-조교사의 지시에 따라 경마출전/말 훈련 등 
-출전 시 조교사의 작전지시에 따라 경마
-마사회의 면허교부와 갱신을 통해 통제 받음

출전, 말 훈련 등 모든 과정에서 조교사의 지시 따라야 함. 
출전과 징계 등에서 마사회의 영향 아래 있음.
조교사  -전국 99명(2019.12기준)
-말 훈련과 경마에서 감독 역할
-마사회와 위탁계약 관계 
-기수의 출전권, 기승여부 결정권, 작전지시권
마사회 마방대부 심사 통과하면 마방 대부 받음.

마주 

-전국 900여 명. 마사회 등록 말 소유주
-말 훈련, 경기를 조교사에 위탁 
-마사회가 정한 기준에 따라 상금을 말 훈련과 경기비용으로 조교사에게 지불함. 

마주 등록, 취소권한은 마사회에 있음.


재해 막으려면 기수의 ‘기승거부권’ 보장 필수

2018년 기수 재해율은 72.7퍼센트로 전 업종 대비 135배 높고, 응급센터 후송은 최대 21.8퍼센트(제주경마공원)에 달하지만,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없고, 민간재해보험을 받으려면 기승 계약을 해지해야 하는 등 불이익도 있다. 또 계약관계 상 다치거나 다칠 위험이 있어도 출전을 거부하기 어렵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재 위험이 있을 때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보장하고 있지만, 개인사업자 신분인 기수에게는 이 법이 적용되지 않고, 조교사의 지시에 따라 경주에 적합하지 않은 말을 타거나, 기상악화 같은 위험한 상황에서도 의견을 낼 수 없다.

고용 지위의 불리함과 수익성만 추구하는 마사회의 운영 행태가 재해율이 높은 업계의 특성과 합해져 기수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기수의 재해는 대부분 말을 타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말과 경마장 노면 상태, 악천후 등을 이유로 기승을 거부할 수 없는 구조에서 발생한 재해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본인이 져야 한다. 말을 선택할 수 없는 하위권 기수에게 재해가 더 자주 일어나지만, 생계를 위해 충분히 치료받지 못하고 다시 일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기승, 조교, 출전에서 기수의 선택권이 없고, 조교사나 마주는 반드시 마방 소속 기수에게 기승을 맡기지 않아도 되는 구조에서 기수는 말 상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는 경우도 흔하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위험에 대비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기승거부”라고 제안했다.

기승거부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먼저 표준기승계약서를 개정해야 한다. 경주, 기승 및 조교 보조를 거부할 수 있는 조건과 부당지시 거부 시 불이익 금지조항도 담겨야 한다.

현재 경마시행규정 상 경주제외, 출발제외를 심판위원만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말의 상태, 경주환경, 부당하거나 불리한 작전시시 등이 있을 때 기수가 기승을 거부하거나 경주나 출발을 중단할 수 있다는 조항과 이로 인한 불이익 금지조항이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 경마의 최소 조건, 의사결정 참여, 기승기회, 적정 생계비 보장

공정한 경마를 위해서는 기수와 말관리사의 의견이 반영되는 구조, 적정 생계비와 최소한의 기승기회를 보장이 제시됐다. 현재 마사회 구조에서는 기수의 의사결정권이 없음을 물론 의사결정기구 참여 권한도 없다.

2017년 다양한 경마관계자의 소통구조를 정례화하기 위해 경마산업 상생발전위원회가 제안됐으나, 2018년 경마산업 인권선언 제정과 경주계획 편성 논의에 그쳤다. 이어 2019년 12월 내놓은 몇 가지 대안도 기수, 말관리사를 배제한 채 결정된 것이다.

보고서는 기수, 말관리사가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조교사나 마사회와 대등하게 소통할 수 없으므로, 기수협회와 기수노조가 이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조직이 되고, 마사회가 실질 사용자로서 적극 책임을 다할 때 불평등함이 해소될 수 있다고 봤다.

기수에 대한 실질적 사용자는 마사회

마사회의 경마시행규정과 시행세칙은 경마기수의 몸짓, 장구까지 자세하게 규정하고 기수의 의복과 체중까지 마사회의 통제의 대상이 되지만 정작 기수의 권리에 관한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또 마사회는 품위유지나 주의의무 위반 등 자의적 징계항목으로 기수에게 벌금까지 부과한다. 실제 2011-19년까지 대다수 징계 사유는 품위손상과 중의의무 태만이다. 조교사의 작전지시에 따른 결과가 징계 사유가 돼도 기수는 이를 방어하거나 증명할 방법이 없다. 작전지시는 구두로 하고 징계 수위를 정하는 위원회는 기수의 책임만 묻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기수의 노동권, 프라이버시권, 안전권, 의견개진권 등 인권을 마사회가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마사회가 기수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기수의 인권을 보장하는 사용자로서 전환해야 인권침해도 멈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사회 권한 분산 위해 독립 기구, 외부감시체계 구축해야 

보고서는 대안으로 먼저 경마와 관련된 모든 권한을 독점한 마사회의 권한을 분산할 것과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독립기구를 통해 기수의 면허 발급 및 갱신, 마사대부 심사 등이 이뤄지도록 하고, 심사기준과 심사위원회 명단도 공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두 번째로 말관리사와 기수의 실제 사용자로서 마사회가 노조와 단체교섭에 나서 주요 주체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마에서 기수와 말관리사는 중요 주체이지만 현재 이들은 고용형태 상 마사회와 무관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7명 죽음의 책임은 현 김낙순 회장, 관리감독 기관인 농림축산부, 공공기관의 실질적 사용자이자 기관장의 임명권자인 청와대에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외부의 감시체계 구축도 주문했다. 현재 마사회의 각종 위원회, 이사회 등은 모두 내부 임명으로 구성되지만, 농림부와 국회 등 관리감독 기관이 임명에 개입하고, 시민단체도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경마의 사행성을 고려해 더 철저한 규제와 강력한 외부 관리, 감독이 이뤄지도록 마사회법 개정도 주문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