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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구마사제가 등장하는 오컬트 영화[주말영화 - 정민아]
'사자', 김주환, 2019. (포스터 제공 = 키이스트)

성수기인 여름 극장가에 한국영화 빅4의 경쟁에서 벌써 한 편은 퇴장하는 분위기이지만 그래도 열기는 뜨겁다. 전통적으로 방학 성수기에 액션과 코미디 대작으로 관객을 유인했던 방식에서 지금은 보다 더 다양한 장르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코미디(‘엑시트’), 액션 역사극(‘봉호동전투’), 사극(‘나랏말싸미’), 그리고 호러영화(‘사자’) 등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극장가다.

이중 ‘사자’는 호러영화의 하위장르인 ‘오컬트'(occult) 장르를 앞세운다. 오컬트란 신화, 전설, 민담 및 문헌으로 전승되는 영적 현상에 대해 탐구하고, 여기에 믿음을 더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스럽고 초자연 현상을 일컫는 단어인데, 영화로 다시 좁혀 들어가 보면, 초자연적 현상이나 악령, 악마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심령영화들을 떠올리면 된다.

과거 할리우드에서는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에 걸쳐 번성하던 장르였다. 뉴욕의 평범한 가정주부가 사탄의 아기를 낳는다는 ‘로즈마리의 아기’(1968), 귀신에 빙의되어 악마가 되어 가는 소녀에 대한 이야기인 ‘엑소시스트’(1973), 입양한 아들이 악마의 자식이었다는 ‘오멘’(1976) 등이 있다.

소수만이 즐기는 오컬트 영화는 태생적으로 마이너한 장르인데, 최근 우리나라 주류 시장에서 오컬트 장르가 종종 등장하고 있다. 2016년에서 ‘곡성’으로 시작한 열기가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까지 이어지고, TV 드라마 ‘손 the guest’로까지 번지면서 오컬트 팬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자’가 이끌어 갈 오컬트 열풍이 어디까지 번질지 궁금해진다.

어릴 적 아버지를 잃은 뒤 세상에 대한 불신만 남은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 분)는 어느 날 원인을 알 수 없는 깊은 상처가 손바닥에 생긴 것을 발견하고 도움을 줄 누군가가 있다는 장소로 향한다. 용후는 그곳에서 바티칸에서 온 구마사제 ‘안신부’(안성기 분)를 만나 자신의 상처 난 손에 특별한 힘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두 사람은 세상에 악을 퍼뜨리는 검은 주교 ‘지신’(우도환 분)을 찾아 나선다.

'사자' 스틸이미지. (이미지 제공 = 키이스트)

어린 시절 마음에 난 커다란 상처로 인해 종교를 거부하고 세상을 불신하게 된 격투기 선수가 구마사제의 도움을 받아, 악의 화신이자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사탄과 정면 대결을 펼치면서 세상도 구하고 자신의 트라우마를 씻어 낸다는 단순한 이야기다. 선과 악으로 뚜렷이 구분되는 세계가 설득력을 가지고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서는 그로테스크한 비주얼과 끝없이 강력한 악당, 그리고 천사의 기를 받고 ‘선’으로 무장한 주인공의 일대 혈전이 중요하다. ‘사자’는 해결책으로 주인공을 슈퍼히어로 캐릭터로 설정한다.

오컬트보다는 액션에 방점이 찍히는 영화는 주인공의 극적 활약을 위해 약간의 가족 신파와 단순함을 가미한다. 명랑한 이미지를 가진 박서준은 부서지는 내면과 어두운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으며, 구마사제를 연기하는 안성기는 의외의 츤데레(쌀쌀해 보이나 내면은 다정한 사람) 캐릭터를 표현하며 주인공과 조화를 이룬다.

오컬트와 슈퍼히어로, 가끔 가족 드라마가 섞이는 복합장르 시도보다도, 최근 이른바 심령과학인 오컬트를 대중문화가 적극 차용하고 있는 점을 사회심리적으로 분석해 보면 몇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현대인 속에 잠재된 공포와 불안의 심연을 파고드는 호러영화야말로 ‘사회적 현상’이라고 읽을 수 있는데, 오컬트 영화는 물질적으로 풍요해질수록 비이성적인 것에 매력을 느끼고, 전통적 종교의 권위가 잃어 갈수록 신비주의에 눈을 돌리는 현상과 연결된다. 탈종교적 현상으로 새로운 신비주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마약 중독과도 유사한데, 영화에서 ‘버닝썬’을 연상시키는 강남의 화려한 나이트클럽이 주무대인 것도 사회반영적인 요소로 해석된다.

'사자' 스틸이미지. (이미지 제공 = 키이스트)

영화의 슈퍼히어로 요소는 사회의 불안 기제가 영화 속 히어로를 통해 화끈하게 해결되는 카타르시스에 대한 열망으로 나타난다. ‘가족 호러’라고 명명할 정도로 가족 드라마적인 요소가 서사 진행에서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는 이유는 근대화 이후 이상적인 모습으로 만들어진 핵가족 이미지가 변화되고 있는 것과 관련을 가진다.

구마사제인 가톨릭 신부, 박수무당과 영매가 주요 캐릭터로 등장하며, 사타니즘, 안티그리스도, 꿈과 악몽이 현실과 뒤섞이는 현상은 문화적 위기와 붕괴의 시기에 나타나는 무의식적 불안의 징후다. 악의 화신인 부자와 선을 행하는 불우한 청년의 대립은, 어쩌면 수십 년간 부자들의 재산 증식을 위해 국가와 사회가 대놓고 나서서 비호했던 한국사회의 현대사의 부조리한 틈새를 헤집고 나타난 집단적 불만의 표출이 아닐까 한다.

‘사자’는 단순한 스토리와 캐릭터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장르적 시도로서 평가하고 싶지만, 그보다는 집단적 불안감의 표현 기제로서 읽어 볼 가치가 충분한 텍스트다.

 
 

정민아(영화평론가, 성결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영화를 통해 인간과 사회를 깊이 이해하며 
여러 지구인들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영화 애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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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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