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가장 연대적인 사람 - 맹주형]

지구 역사상 5번의 큰 멸종이 있었다. 백악기 제3기의 대멸종, 트라이아스기-쥐라기 멸종,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멸종, 데본기 말 멸종, 오르도비스기-실루리아기 멸종이다. 이 가운데 페름기 멸종은 가장 커 ‘모든 멸종의 어머니’라 불린다. 페름기 당시 지구 생물 종 98퍼센트가 절멸되었는데 원인은 지구상 메탄의 증가였다. 그리고 화산 폭발, 해수면 하강 등 멸종의 원인은 다양했지만 공통점은 이산화탄소의 증가였다. 오늘날 지구 온난화로 영구 동토층이 녹으며 땅 밖으로 메탄이 배출되고, 인간 육식을 위한 대규모 축산에서도 엄청난 양의 메탄이 발생하고 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 유발효과가 23배나 크다.) 인류의 무절제한 생산소비행태로 인한 역사상 유래 없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배출로 기후변화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영국에서 기후변화 시위를 이끌고 있는 한 단체가 있다.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 기후변화로 인간 종이 멸종으로 치닫고 있는 비상상황이니 그 원인과 구조에 저항하고 행동하라는 의미다. 이들은 죽어 가는 생물 종을 상징하는 가짜 피를 광장에 뿌리고, 브렉시트를 논의하는 영국 의회 방청석에서 알몸으로 시위하며 시내 곳곳에서 점거 시위를 벌였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경찰에 체포된 시위 참가자 수가 1000명을 넘어 1982년 반핵 시위 때보다 많았다 하니 그 규모와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이들 멸종 저항의 목표는 2025년 온실가스 순 배출량 제로(0)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기후변화의 위험을 알리고 신속한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기후변화 시위는 네덜란드, 스코틀랜드에 이어 미국, 호주 등 더 많은 곳에서 예고되었다.

영국 등 유럽의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이러한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학계, 핵산업계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보수 언론은 이를 지지하고 뒷받침한다. 6월 4일 정부는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을 발표하였지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2050년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 제로(0) 목표를 반영하지 않아 환경단체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그야말로 기후변화 대응은 먼 나라 남의 일인 모양새다.

멸종 저항은 근본적으로 '자본 저항'이다. 지구 온난화를 유발시키는 화석연료 소비 산업과 핵산업계 등등 초국적 거대 자본에 대한 저항이다. (이미지 출처 = Foundation For Deep Ecology)

멸종 저항은 근본적으로 ‘자본 저항’이다. 지구 온난화를 유발시키는 화석연료 소비 산업과 공장식 축산, 단일 작물 재배 농업 기업, 핵산업계 등 초국적 거대 자본에 대한 저항이다. 종교적으로 말하자면 물신에 대한 저항이다. 얼마 전 5대 종단 종교인들의 환경 연대체인 종교환경회의는 종교인 대화마당에서 지구에 대한 윤리 선언과 실천을 제안했다. 경제 지표가 아닌 생태 지표를 우선시하고, 성장이 아닌 성숙을 지향하고 교회, 성당, 사찰, 교당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하고 일체 생명을 겸손한 태도로 대하자고 선언했다. 기후변화 위기 시대, 지구상 가장 큰 NGO 단체인 종교, 종교인이 지구와 연대하고 실천하면 세상은 변할 수 있다. 일상이 지구를 위한 저항이 되게 하자.

“깨끗한 공기와 안정된 기후는 우리의 생존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입니다. 지금은 우리 모두가 생태적 회심을 향한 몸짓으로 마땅히 일어서야 할 때입니다. 우리 신앙인은 하늘만 쳐다보며 넋 놓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지금 깨어 이 땅에서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사람들입니다. 모든 창조물에 대한 돌봄의 책임을 주시고 승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영광 중에 다시 오실 때 이 아름다운 지구를 온전히 봉헌합시다.”(2019년 환경의 날 담화문)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연대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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