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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직업병 첫 공식 사과지원보상 중재안 이행 약속, 11년 만에 해결

23일 삼성전자가 삼성 직업병 피해자 보상 중재판정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발표하고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지난 11월 1일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가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에게 피해자 전원 보상 및 삼성의 공식 사과 등을 내용으로 하는 중재판정을 내린 바 있다.

중재판정 이틀 만에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중재안을 받아들였고, 중재안에 따라 지원보상 업무 위탁기관과 감독을 맡을 지원보상위원회 위원장, 산업안전발전기금 기탁 기관을 합의해 선정했다.

먼저 삼성전자 김기남 대표이사는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삼성전자의 노력이 부족”했고 “과거 반도체 및 LCD 사업장에서 건강유해인자에 의한 위험에 대해 충분하고 완벽하게 관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병으로 고통 받은 직원들과 그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한 뒤 삼성전자의 중재안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행계획에 따르면 지원보상업무 위탁기관에는 제3의 독립기관인 ‘법무법인 지평’이, 지원보상위원회 위원장으로 지평의 대표 김지형 변호사가 선정됐고,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기탁된다.

김기남 대표이사는 모든 보상을 2028년까지 마칠 것이며 중재안에 따라 오는 11월 30일까지 회사 홈페이지에 사과 내용과 지원보상 안내문을 싣고, 새로 보상 결정을 받은 피해자들에게도 사과문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김기남 대표이사는 조속한 문제 해결을 위한 삼성전자의 노력이 부족했다면서 직업병 피해자들에게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김수나 기자

삼성 반도체 노동자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 씨의 아버지이자 반올림 대표 황상기 씨는 “지난 11년 동안 반올림 활동을 하면서 수없이 속고 모욕당했던 일이나 직업병의 고통,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아픔을 생각하면 어떤 사과도 충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500억 원의 발전기금에 대해 “노동자들이 땀 흘려 일해서 만든 돈이라는 점을 꼭 기억”하고 “전자산업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제대로 사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나아가 삼성전기, 삼성 SDS, 삼성 SDI 등 다른 계열사와 해외 사업장의 직업병 피해자들에 대한 더 폭넓은 보상안을 마련하고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의무를 다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노동자 혼자서 회사의 안전보건을 살펴보고 다른 의견을 내긴 어렵다”면서 노동조합을 탄압해 온 삼성에게 노동조합활동을 보장할 것과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더욱 강화하는 법제도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장 정수용 신부는 “경제적으로 큰 부가가치를 내는 반도체 산업 이면에는 무수히 많은 반도체 노동자들의 건강권 문제가 분명 있었고 그 문제를 제기하고 정확하게 원인 규명과 보상까지 이뤄지는 데 긴 시간이 걸렸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쓰는 핸드폰, 전자기기 등에 다 반도체가 들어가기 때문에 그들의 고통이 결코 우리와 무관하지 않음을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면 그분들의 희생과 아픔이 이 사회의 공동선을 한 걸음 더 진전시키는 데 소중한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왼쪽부터)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김지형 조정위원장, 황상기 반올림 대표가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서에 서명했다. ⓒ김수나 기자

2014년 구성된 조정위는 2015년 삼성에게 공익법인을 세워 보상하고 재발을 방지할 것을 제안했으나 삼성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체 보상을 실시했다.

당시 반올림과 일부 피해자들은 삼성전자 보상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삼성전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 배제 없는 보상,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며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 2018년 7월 25일까지 이어 갔다.

삼성은 보상을 이미 마쳤다는 이유로 피해자들과의 협상을 중단했다가 조정위가 중재안을 내면 이를 받아들이기로 지난 7월 반올림과 합의했고, 이어 11월에 지원보상에 대한 최종 중재안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황유미 씨가 숨진 지 11년, 반올림이 만들어진 지 10년, 조정위가 구성된 지 4년 만에 삼성 직업병 문제가 마무리됐다. 

(왼쪽부터)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김지형 조정위원장, 황상기 반올림 대표가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서에 서명했다. ⓒ김수나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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