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올림, 중재방식 합의 서명식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조정위원회의 중재를 받아들이기로 약속하면서 11년을 끌어온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의 길이 열렸다.

24일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은 법무법인 지평에서 ‘제2차 조정(중재) 재개를 위한 중재합의서’에 서명했다. 이 자리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대신해 김선식 전무, 반올림 황상기 대표, 조정위원회 김지형 위원장 등이 참여했다.

이날 서명식은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중재안 제시에 앞서 마련된 자리다. 양측은 조정위의 중재안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중재방식에 먼저 합의하고, 앞으로 조정위가 제시하는 구체적 대책을 수용하기로 했다. 

조정위는 문제 해결을 위해 속도를 내고 이르면 9월 중 늦어도 10월 중으로 문제 해결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형 조정위원장은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고 원칙과 상식에 기반하여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중재안”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반도체 직업병 피해로 숨진 황유미 씨의 아버지이자 반올림 대표 황상기 씨는 “작업현장에서 화학약품에 의해서 병들고 죽어간 노동자를 10년이 넘도록 긴 시간 동안 해결하지 못한 것이 참으로 섭섭했다”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히다가 “이제라도 삼성직업병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은 그나마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김선식 전무는 “중재방식을 수용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면서 앞으로 “회사는 조정위회가 제안하는 대로 타협과 양보의 정신”으로 조정위원회의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조정위원회가 제안한 중재합의서에는 앞으로 질병보상, 사과, 재발방지 및 사회공헌 등에 관해 구체적으로 중재방안을 마련할 것이며 반올림 피해자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산업안전보건 문제에 따른 직업병 발병에 대한 대처 방향까지 담길 예정이다.

7월 24일 서명식에서 반올림 대표 황상기 씨가 인사 발언하다 눈물을 흘렸다. ⓒ김수나 기자

서명식 뒤에는 반올림의 입장 발표와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반올림 교섭단 간사 공유정옥 씨는 “당사자들의 직접 대화가 아니라 중재라는 방식으로 마무리된 것은 아쉽다”면서도 이 자리가 “소중한 한 걸음”이며 중재안을 통해 “직업병 문제의 온전한 해결을 바라는 우리 사회의 바람이 삼성에 가닿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반올림은 2015년 10월 7일부터 오늘까지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진행한 노숙 농성을 마무리하고 7월 25일 수요일 저녁에 농성 해단 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지난 2007년 3월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던 황유미 씨가 백혈병으로 숨진 이후, 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 반올림, 가족대책위 세 당사자는 2014년 11월 구성된 조정위원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반올림에 따르면 현재까지 반올림에 피해를 제보한 이들이 300여 명, 농성의 뜻에 동참하여 활동하는 피해자는 50여 명 정도다. 

2015년 조정위는 삼성에게 공익법인을 세워 보상하고 재발을 방지할 것을 제안했으나 삼성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체 보상을 실시했다.

이에 반올림과 일부 피해자들은 삼성전자 보상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삼성전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 배제 없는 보상,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 등 3가지를 요구하며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삼성은 보상을 이미 마쳤다는 이유로 피해자들과의 협상을 중단했다가 2018년 7월 22일 조정위의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고 반올림도 이에 동의하면서 이번 합의가 진행됐다. 

(왼쪽부터)반올림 황상기 대표, 김지형 조정위원장, 삼성전자 김선식 전무가 합의서에 서명했다.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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