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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영풍제련소[장영식의 포토에세이]
낙동강 최상류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 영풍제련소의 모습. 주로 호주에서 수입한 아연 원석을 제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금속 등으로 오염된 폐수를 무단 방류하는 등으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석포 영풍제련소의 하류에는 안동댐을 비롯해 1300만 영남인과 자연생태계 뭇 생명들의 삶의 터전이 자리하고 있다. ⓒ장영식

경북 봉화군 석포면 영풍제련소를 다녀왔습니다. 부전역에서 석포역까지는 약 6시간이 걸렸습니다.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영동선을 달리는 기차 안에서 영남 지방의 아름다운 가을 풍경에 빠질 수가 있었습니다. 그 아름다운 가을 풍경 안에는 슬픈 낙동강이 함께했습니다.

영풍제련소의 역사는 연화광업소로부터 시작합니다. 1930년대 일제가 연화광업소에서 소규모의 아연을 채굴하였습니다. 일제가 패망하고 철수한 뒤 1961년에 영풍광업주식회사가 인수하면서부터 대규모 개발을 시작하였습니다. 영풍광업주식회사는 주로 원석을 수출하였으나, 석포에 영풍제련소를 지으면서 자체 제련을 시작하였고, 낙동강의 중금속 오염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연을 채굴하던 연화광업소는 1998년 폐광하게 됩니다.

연화광업소가 폐광하면서 영풍제련소도 문을 닫는 것이 당연했지만, 오히려 제련소는 더욱 팽창했습니다. 아연을 제련하기 위한 원석은 호주 등지로부터 수입하고 있습니다. 동해로 들어온 원석은 철도를 이용해서 석포역으로 수송되고 있습니다. 석포 영풍제련소는 1970년 제1공장과 1974년 제2공장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2014년에 제3공장을 지으면서 영풍제련소는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올해 2월에 발생한 기준치 이상의 중금속 오염 폐수를 하천으로 흘려보내 경상북도로부터 20일간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영풍 측은 이를 과징금으로 대체해 달라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영풍의 행정심판 청구는 대형로펌이 맡았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 10월 23일 석포 영풍제련소에 대한 경상북도의 ‘조업정지 20일’ 처분이 적법하다고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영풍 측은 이 조업정지 처분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지난 48년 동안 영풍은 낙동강 최상류의 석포에서 제련소를 짓고 중금속으로 오염된 폐수를 방류하며 이윤을 취한 자본입니다. 지난 2월의 중금속 오염 폐수의 무단 방류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영풍의 불법 행위는 지난 5년간 48건에 이르고 있습니다. 적발되지 않은 불법행위까지 추측해 본다면 영풍의 불법행위는 고의적이고 일상적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입니다. 석포 영풍제련소의 48년은 ‘관피아’와 ‘환피아’의 부적절한 도움으로 불법 사태를 무마하면서 낙동강과 지역 주민들의 삶의 터를 오염시켜 온 비극의 세월입니다.

낙동강은 1300만 영남인의 젖줄입니다. 또한 이 물길을 따라 살아가는 자연생태계의 생명줄입니다. 이 아름다운 천혜의 협곡에 중금속으로 오염된 물질을 방류하는 위험한 공장이 있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말하기 전에 이것은 물은 위로부터 아래로 흐른다는 것처럼 너무나도 상식적인 것입니다.

한 기업의 이윤을 위해서 1300만 시민들과 자연생태계 뭇 생명들의 희생이 강요당하는 일이 옳은 일이 아니라면 더 늦기 전에 석포 영풍제련소는 폐업 또는 이전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영풍은 20일간 조업정지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파렴치한 일입니다.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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