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평위 활동가 연수, 교회 안 노동권 등 토의

전국 각 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관련 활동가들이 인권이 존중되는 일상과 공동체 문화를 만드는 실천방법을 찾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10월 24-26일 경기도 안성시 죽산성지에서 열린 이번 연수에서 참가자들은 일상의 구체적 상황에서 인권이 침해되는 사례를 살피고 인권이 더욱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실천 방법을 강의와 토론, 모둠활동을 통해 고민했다.

첫날 ‘인권 친화적 조직문화 만들기’를 주제로 ‘인권교육 온다’의 이기원 강사가 몸으로 하는 활동과 강의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별명 나누기, 빈 의자에 손님 초대하기, 느낌카드로 자기 감정 표현하기를 하며 초대받고 싶어도 초대받지 못하는 존재들이 있음을 기억하고, 다른 이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기원 씨는 “몸으로 표현하면서 사람들은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고 문화를 바꿔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직에서 자신이 받을 불이익을 걱정해 침묵하는 ‘조직 침묵’ 문화가 일상에 강하게 뿌리 내렸다”면서, "조직에 인권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인권 사회로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직 침묵’은 구성원이 조직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상관의 결정에 대해 문제나 개선점을 알더라도 상황에 그저 순응하거나 주변 사람과 관계가 나빠질까 봐 침묵하는 현상이다. 

이기원 씨는 이어 “일상에서 인권이 존중받으려면 ‘우리는 인권적이다’라는 선언에 그치지 말고 누군가가 차별받는지를 계속 살피고 무엇을 해야 할지 적극적, 구체적으로 고민”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인권 존중 조직문화를 위해 “투명한 정보 공개와 공유”, “스스로 힘을 갖기”, “원칙에 따른 규정과 절차 지키기”에 따른 구체적 대안을 마련하라고 제안했다.

참가자들이 초대받지 못한 사람을 기억하는 몸활동인 '손님 초대' 놀이를 하고 있다. ⓒ김수나 기자

노동권, 누구나 가진 권리 

둘째 날 첫 시간에는 '전국 불안전 노동 철폐연대'의 김혜진 활동가가 고용불안에 따른 노동권 침해 실태와 보편적 권리로서의 노동권을 강의했다.

그는 인권은 보편적 권리로 인식되고 있는 것과 달리 노동권은 기업의 지불능력, 경제 발전 정도, 노동자의 능력 유무 등 온갖 잣대를 들어 보장 여부를 결정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의 고용현실은 비정규직 양산, 저임금, 산업재해에 대한 기업의 무책임, 경영 실패로 인한 일방적 해고 등으로 대부분 노동자의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차별과 불안정을 낳은 고용현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갈등, 취업 실패에 대한 분노, 자살의 원인이 되었고, 미래를 희망할 수 없으며 모든 책임이 개인에게만 지워지게 만들었다.

김혜진 씨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무조건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세상”이며 “노동자라면 고용형태와 관계없이 보장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권은 구체적으로 “안정적으로 일할 권리”, “생활임금을 받을 권리”, “단결하여 노동조건을 바꿀 권리”, “사회적 문화적 주체로 살 권리”, “차별받지 않고 함께 살 권리”, “정치의 주체로 세상을 바꿀 권리”가 보장되는 것을 말한다.

교회의 역할에 대해 그는 “몇몇 활동가를 넘어 교회 전반에 노동권에 대한 질문들이 확산되고, 교회 안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교회가 세상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이어진 모둠 토의에서 교회 안 노동자들의 처우, 노동조합의 필요성, 비정규직 문제, 교회 구성원에 대한 노동권 교육, 교회 문화는 노동을 존중하는가, 사용자와의 의사소통 등에 대해 폭넓게 이야기했다.

교회의 자본은 노동 친화적인 환경을 위해 적절하게 쓰이는가, 교회는 교회 안 노동자의 권리에 관심이 있는가, 교회 안 노사 관계에서 강요되는 희생과 봉사는 정당한가에 대해서도 나눴다.

참가자들은 그동안 충분히 다루지 못한 주제인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교회 안 노동권의 문제가 더욱 활발하게 논의되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랐다.

'일상 속 인권'을 한 컷의 사진으로 표현하는 몸활동에서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남자를 질책하는 모습. ⓒ김수나 기자

천주교, 더 나은 세상 찾는 토론과 학습의 공동체 되어야 

인권이 보장받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한국방송통신대 사회복지학과 유범상 교수의 강의가 이어졌다.

그는 지금은 자본주의 이래 양극화가 심해진 때로 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다며, 노동자가 가장 아래 계급에 위치하고 물신(物神)이 가장 높은 자리에 있다면서 “인간이 인간다워지려면 물신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불평등을 낳는 구조를 보지 못하고 죽도록 적응하려 애쓰거나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할 뿐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 사회의 ‘갑질 문화’를 예로 들며, “권력보다 더 센 것은 불평등으로, 극심한 불평등은 사람들을 미치게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대안을 찾고 법과 제도, 마을과 국가의 문제에 적극 개입할 수 있는 비판, 토론, 학습의 공동체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그는 천주교는 전국 각지의 성당 등, 이러한 논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구조를 가졌다면서 “권리를 가진 시민이 권력이 될 수 있는 징후들을 정평위에서 함께 만들어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 날 파견미사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배기현 주교가 집전했다. 

배기현 주교는 강론에서 “지금 우리나라는 교육계도 법조계도 모두 무너져 사람들이 믿을 곳이 없다”면서 “오늘날 한 종교가 나라에 자양분이 되지 못하면 반드시 도태되며, 천주교도 자기 입맛대로 살아 버리면 모두가 허무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나라를 볼수록 천주교 특별히 정평위 활동가들이 말로만이 아닌 마음을 다해서 진짜로 그리 살아 줄 것”을 당부했다.

2011년부터 매년 열린 전국 정평위 활동가 연수는 주교회의 정평위가 주최하고 각 교구가 돌아가며 준비하는데 올해는 수원교구 정평위가 주관했다. 

이번 연수에는 광주대교구, 대전교구, 마산교구, 서울대교구, 수원교구, 의정부교구, 인천교구, 춘천교구의 정평위와 노동사목위 활동가와 수도자, 관련 단체 등이 참여했다. 

내년 연수는 광주에서 하기로 잠정 결정됐다.

교회 안 인권문제로, 본당 신부가 시키는 대로 따라야 하는 신자들의 모습을 표현했다.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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