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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갈', 인도 여자 레슬러의 승리를 기원하는 속내[주말영화 - 정민아]
'당갈', 니테쉬 티와리, 2018. (포스터 제공 = NEW)

인도영화 하면 인형 같은 미녀와 느끼하게 생긴 남자가 짝을 이루어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이 흔히 떠오른다. 일명 ‘볼리우드’ 혹은 ‘마살라 영화’로 지칭되는 인도영화는 화려한 의상과 하이톤의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 떼를 지어 군무를 추는 장면이 연상된다. ‘마살라’라는 향신료가 이것저것 다 넣어서 만들 듯, 볼리우드 영화는 할리우드 뮤지컬에 인도 전통의 신화와 전설, 그리고 현대 서구 미디어의 관행이 뒤섞여 만들어진, 어디서 많이 본 듯하지만 때론 새롭게도 느껴지는 영화다. 1년에 1000편 정도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인도에서 대부분의 영화들은 세속적 상업영화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그중 깜짝 놀랄 만한 걸작도 나온다. 가끔씩 미국 시장을 비롯하여 아시아의 큰 영화시장에서 박스오피스를 점령하는 사건도 만들어 내곤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인도영화가 돌풍을 일으킨 일이 있었는데, 어둠의 영화시장에서 입소문으로 퍼지다가 급기야 잠재 관객을 알아보고 뒤늦게 개봉한 '세 얼간이'는 2009년에 제작되었지만 2011년에 단관극장 중심으로 개봉해서 삽시간에 40만 관객을 끌어 모았다. 이 수치는 다양성 영화로서는 흥행 돌풍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일류 명문대의 이과 영재들이 정해진 길을 마다하고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엉뚱하고 유쾌하고 발랄한 이야기는 주입식 교육으로 몸살을 앓는 우리 실정에도 딱 들어맞았다.

'당갈'은 '세 얼간이'의 정신을 이어받은 영화다. 그리고 '세 얼간이'만큼 재밌다. '세 얼간이'에서 천재 공대생 란초 역을 맡아 한국에서도 유명해진 아미르 칸은 볼리우드가 자랑하는 스타로, 배우이자 감독이면서 동시에 인권 활동가이기도 하다. 자살 방지 캠페인을 벌이고 자신의 토크쇼에서 인도 사회 저변의 문제들을 고발하여 과격파의 공격을 받기도 한다. 또한 그가 출연하는 영화는 계급, 젠더, 청소년, 자본주의 등 인도의 핵심 문제를 꼬집는 작품이 많다.

'당갈' 스틸이미지. (이미지 제공 = NEW)

'당갈'은 미녀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에서 여성들은 쫄쫄이를 입고 몸으로 뒹굴고 싸운다. 실화를 기반으로 하는 이 영화에서 여자들이 왜 레슬링을 할까? 거기에는 숭고한 대답이 숨겨져 있다.

인도 레슬링 챔피언이었던 마하비르 싱 포갓(아미르 칸)은 아버지의 반대로 금메달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레슬링을 포기한다. 아들을 통해 꿈을 이루겠다고 생각하지만, 점점 그의 꿈은 포기로 향한다. 딸만 내리 넷이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두 딸이 또래 남자아이들을 신나게 때린 모습에서 잠재력을 발견하고 레슬링 특훈에 돌입한다.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조롱에도 기타와 바비타는 아버지의 훈련 속에 재능을 발휘하며, 승승장구 승리를 거두어 국가대표 레슬러로까지 성장해 마침내 국제대회에 출전한다.

‘당갈’은 레슬링을 의미하는 힌디어다. 아미르 칸은 딸들의 레슬링 코치로서 매우 엄격하고 냉혈한이다. 그런 그가 딸들에게 냉정하게 대하는 이유가 있다. 이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흥행 기록을 이어 가는 올해 최고의 인도영화 화제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벤저스: 인피니트 워'에 맞서 힘겨운 대결을 펼쳐 가고 있지만, 할리우드 대작영화에 질린 관객들에게는 너무나도 상큼하고 소중한 대안이 될 것이다.

'당갈' 스틸이미지. (이미지 제공 = NEW)

주인공의 마음속 깊이 간직한 부성애는 이상한 방향으로 표출이 된다. 그러나 그것이 인도 현실과 접속했을 때 이해가 가는 면이 있다. 국가대표로서 금메달을 조국에 안기겠다는 집단주의적 욕망, 집안일이나 돕다가 십대 어린 나이에 팔려 가듯이 시집을 가야 하는 인도 여성의 현실을 딸들에게는 겪게 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으로서의 강압적 훈련 등의 장면으로 인해, 훈훈한 이 영화를 조금 거리를 두게 만든다.

하지만 이러한 불편함에도, 불굴의 의지로 한계를 극복한 두 여성 레슬러의 인생은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큰 힘을 불어넣어 준다. 가부장제 위계질서가 굳건한 인도에서 남성과 대등하게 대결하는 이들의 강인한 육체는, 곱고 아름다운 것이 여성미라는 편견을 여지없이 깨뜨린다.

경기 장면의 다이내믹함과 비트감 넘치는 음악이 주는 활력은 영화에 생기를 보다 극대화하며, 전형적인 좌절과 승리의 드라마를 더욱 화려하게 해 준다. 개인의 영광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녀들의 승리가 주눅 든 여성들에게 카타르시스와 귀감을 준다면, 비정한 아버지의 굳은 얼굴도 충분히 사랑스럽게 보인다. 54살에 20대 근육질 동안 청년에서 60대 엄격한 뚱뚱한 노인까지 연기하는 아미르 칸의 천부적 재능에 또 한번 감탄하고야 말았다.

 
 

정민아(영화평론가, 성결대 교수)
영화를 통해 인간과 사회를 깊이 이해하며 
여러 지구인들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영화 애호가입니다. 
Peace be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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