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천주교 청주교구 관내 시각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숨진 김주희 양 사망사건에 대해 재판에 넘겨진 당직 교사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김 양 부모가 반발하고,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시민단체까지 만들어져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대법원, 당직 교사 무죄 확정
“업무상 과실이 사망 원인이라 보기 어려워”

2017년 11월 9일 대법원은 사랑의 씨튼수녀회가 운영해 온 충주성심맹아원에서 2012년 11월 8일 새벽, 김주희 양(당시 11살)을 관리 부실로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불구속 기소된 담당 교사 강 아무개 씨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연합뉴스> 2018년 3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김 양 사망 뒤 검찰은 시설 원장과 교사 강 씨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조사했으나 김 양의 죽음과 뚜렷한 인과관계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반발한 유족이 2015년 7월 21일 대전고법에 재정 신청을 냈고, 이 중 일부가 받아들여져 강 씨에 대한 공소 제기 명령이 내려지면서 재판에 회부됐다.

2015년 청주지법은 강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016년 2심 재판부가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으며, 이에 대한 상고를 대법원이 기각한 것이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업무상 과실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장애아동 지도교사로서 강 씨에게 김주희 양을 살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지만, 옆방에서 다른 아이를 재운 뒤 3시간 남짓 잠들어 김주희 양을 살피지 못했으므로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강 씨의 업무상 과실이 김주희 양 사망의 원인이 되었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 양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인이 불명이며, 목 부위에 눌린 자국이 김 양이 죽은 뒤 만들어졌을 가능성, 또한 사인이 '간질에 의한 급사'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또한 판결문은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도 김 양 사체에서 질식사의 경우 나타나는 일반적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고, 피해자가 앓고 있던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의 비정상적 대뇌 자극에 따른 심장 활동 자극으로 치명적 부정맥을 일으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1심 판결에 앞서 김 양의 발작시 환자 상태를 발견하고 즉각 처치했다면 사망에 이를 확률은 적다는 의견을 냈으나, 그 뒤 이 의견은 김 양의 사망 관련 자료를 보고 분석한 것이 아니라 간질에 대한 일반적 의견을 낸 것이라고 답변했기에, 대법원은 이 교수의 의견이 높은 증거 가치를 갖지 않는다고 봤다.

2017년 8월 12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전한 충주성심맹아원 김주희 양 사망 사건 관련 시위 모습. (사진 출처 = SBSNOW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김주희 양 부모 등 청주교구 주교좌 성당 앞 삭발 항의

그러나 김주희 양의 부모 김종필, 김정숙 씨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심과 진실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월 21일에는 청주교구 평신도 김은순 씨(프란치스카) 등이 참여하는 단체 '충주성심맹아원 김주희 양 의문사 사건의 진실을 찾는 사람들'이 만들어졌다.

이날 발표한 글에서 '진실을 찾는 사람들'은 당직 교사로 재판 피고였던 강 씨가 “알람 소리에 잠을 깬 후 주희 방에 가 보니 (의자 위에서) 의자 팔걸이와 등받이에 목이 끼여 숨져 있었다고 했다”며 “그 후 시신은 임의로 옮겨졌으며, 사건 현장은 보존하지 않고 말끔히 치워져 증거가 인멸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시신은 4-8센티미터 크기의 살이 움푹 파인 상처와 상흔, 눌린 자국과 멍들로 아동 폭행을 의심하기에 충분했다”며 “사망 당시 당직 교사가 진술한 자세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시뮬레이션해 봤지만(2017년 8월 12일 방송) 그런 자세는 나올 수 없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3월 29일에는 김주희 양 부모가 성유축성미사 봉헌을 앞둔 청주교구 내덕동 주교좌 성당 앞에서 삭발을 했다.

이날 김은순 씨는 청주교구장 장봉훈 주교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발표해 “상처투성이로 죽은 아이는 말없이 진실을 밝혀 달라고 몸으로 호소하고 있는데, 교회는 진상을 밝히고 규명하기보다 진실을 덮고 감추기 급급했다”며, 당직 교사 측의 2심 항소를 비판했다.

청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일했던 김은순 씨는 2017년 8월 25일부터 대법원 판결이 나온 11월 9일까지 매일 교구청 앞, 청주 시내 번화가에서 김주희 양 사망사건 진실규명, 교구 사회복지시설 점검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벌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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