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이번 주 '포토에세이' 원고를 쓰는 시각, 강한 비바람이 몰아쳤습니다. TV에서는 천주교주교회의의 공개 사과문이 발표되고 있었습니다. 사순시기를 보내면서 한국 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깊은 회개와 쇄신을 요청받고 있습니다. 로만 칼라가 나눔과 섬김의 상징이 아니라 특권의 상징이 된 지 오래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아침, 옥상 텃밭을 나가 보았습니다. 강한 비바람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초록의 새순들이 부활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스스로 죽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생명들이었습니다. 모진 비바람 속에서도 언 땅을 박차고 나오는 봄의 새순들이 감동 없는 사제들의 삶과 죽은 강론보다도 더 아름답고 생동적입니다.

다시 봄입니다. 슬픔이 차고 넘치는 광야에 나가 아직도 변함없이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생생한 부활을 체험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아직 죄인으로 있던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셨기 때문입니다.”(로마서 5,8)

다시 봄입니다. 봄은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생생한 증거입니다. ⓒ장영식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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