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회 주교, "지역 현안, 깊이 들여봐 달라" 당부

춘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1월 15일 발족미사를 봉헌하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이날 발족 미사에는 춘천지역 신자와 수도자 80여 명과 춘천교구 사제단 22명이 참여했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사제단 3명도 참여했다.

춘천교구 정평위는 이전까지 정의평화위원장은 있었지만, 위원회는 구성되지 않았다. 현재 군종교구를 제외하고 정평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교구는 제주교구뿐이다.

위원장 권오준 신부는 지난해 2월 정평위원장을 맡으면서 위원을 모집하고 회칙을 마련해 11월, 교구장 김운회 주교의 승인을 받았다. 현재 위원회는 위원장 권오준 신부를 비롯해 사제 10명, 평신도 4명으로 구성됐다.

권 신부는 16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춘천교구에서 정평위원회가 구성되지 못한 것은 거의 20년”이라면서, “그동안 선임 위원장들의 제안, 교구 내에서 개별적으로 활동하던 평신도들의 바람을 듣고 준비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권 신부는 위원회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했던 것은 평신도들의 자발적 움직임 때문이었고, 몇몇 뜻있는 사제들이 먼저 시작한 것이 아니라 신자들의 활동이 그 태동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례로 세월호참사가 일어난 뒤, 한 아이 셋을 둔 한 여성을 중심으로 진행된 기도모임과 세월호 미사를 보며, “춘천교구의 신자들이 아픔이 있는 곳에 함께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또 그런 활동을 함께 할 교구의 장이 마련되기를 바랐다”고 했다.

이날 미사에는 사제와 평신도 100여 명이 자리를 채웠다. (사진 제공 = 춘천교구)

권 신부는 앞으로 월례미사, 사회교리학교 등을 준비하고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앞으로 춘천교구 정평위의 활동 방향에 대해서는, “다른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연대하고, 사회교리학교를 통한 복음화는 기본이며, 최종 목표가 아니다. 그보다 농촌지역인 강원도의 농민의 권리, 생태환경을 지키는 일에도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평위 승인을 받을 당시 김운회 주교가 당부한 것은 “정의평화를 외친다고 해서 자신의 것을 들여다보지 않는, 소리만 요란한 꽹과리는 되지 말라”는 것이었다며, “춘천과 강원도 지역을 잘 살피고 농촌과 관광지가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겪는 부당한 일에 대해 다뤄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춘천교구 정평위가 승인을 받은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춘천시 폐기물처리시설에서 발생한 노동 문제에 올바른 해결을 촉구한 것이다.

권오준 신부는 앞으로 위원회가 행정상 어떻게 구성되고 자리를 잡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위원회 활동은 기본적으로 ‘운동’이다. 갑자기 인원이 늘어나고 어떤 행사를 정평위 이름으로 하는 것은 필요 없다. 다만 위원들 외에 활동가(회원)들이 한 명 두 명 늘어나고 교구 안팎에서 활동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활동가를 양성하고 서로 지원, 협력하는 일에 집중하겠다며, 정평위를 직접 홍보하기보다는 월례미사와 사회교리학교를 통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평위는 이날 춘천시 폐기물처리시설 노동, 인권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서명과 함께 정평위 활동가 참여 신청을 받았다. (사진 제공 = 춘천교구)

춘천교구 정평위는 이번 발족미사에서도 춘천시 폐기물처리시설 문제 해결을 위한 서명을 받는 한편, 활동가 참여 신청을 받았다. 활동가 신청서에는 미사에 참여한 대부분이 이름을 적었다.

권 신부는 사회교리학교는 아직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단계이며, 하반기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정평위 월례미사는 2월부터 매월 셋째 월요일에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역 특성상 영동지역은 거리가 멀어 월례미사 일정을 따로 마련할 예정이다.

권 신부는 정평위 활동은 “기계적인 상생이나 중도의 논리가 아니라 아픔이 있는 곳에서 침묵하지 않고 민감하게 기도하고 움직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픈 이들이 있는데도 침묵하는 것은 반교회적이며 하느님께 반하는 것이다. 그것은 평화가 아니라 평화를 가장한 행위”라며, “살면서 모든 순간 긴장하고 촉각을 곤두세우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교회 구성원들이 아픔에 민감한 이들이 되기를, 언제든 아픈 이들과 기도하고 그들의 아픔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춘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처음으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발족미사를 봉헌했다. (사진 제공 = 춘천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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