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가장 연대적인 사람 - 맹주형]

오늘부터 매달 첫 번째 화요일에 '예수, 가장 연대적인 사람'이 연재됩니다. 피조물과 인류 전체와의 연대를 위해 목숨까지 바친 예수는 그리스도인의 행동 기준이 되므로, 우리가 지금 여기서 함께해야 하는 사랑과 연대성의 문명을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칼럼을 맡아 주신 맹주형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아무런 이유 없이 기도 순례를 막아선 경찰 앞에 문규현 신부는 그 자리에 엎드려 방패를 머리로 밀며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 (사진 제공 = 맹주형)

사드(THAAD)

2017년 9월 4일, 사드 추가 배치를 앞둔 소성리. 평화로운 마을에 경찰 수천 명이 겹겹이 둘러싸 주민들을 고립시킨 다음, 적폐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소위 ‘종교 케어팀’이란 이름의 경찰들이 성직자들을 끌어내고 폭행하고 미사 제구를 탈취했습니다. 11월 6일 트럼프 방한 시기에 맞춰 문규현 신부님과 교무님, 목사님 등 종교인들은 다시 전쟁 반대, 사드 철회의 뜻으로 광화문에서 청와대까지 삼보일배로 평화 순례를 떠났습니다. 트럼프가 광화문을 지나가던 날, 법원에서도 허가한 청와대로 향하던 기도순례를 아무런 이유 없이 경찰들은 막아섰습니다. 문규현 신부님은 순례길이 막히자 그 자리에 엎드려 경찰의 방패를 머리로 밀며 앞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함께 있던 목사님은 우리가 몇 시간 동안 기어온 몇십 센티미터밖에 안 되는 거리가 문재인 정부의 거리라고 울며 소리칩니다.

양양군 공무원들과 지역유지들, 주민들이 동원된 찬성 집회 앞에서 불과 30명 남짓한 환경활동가들은 설악산을, 산양을 살려 달라는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사진 제공 = 맹주형)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2016년 12월 28일,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사업은 문화재위원회 전원 부결로 사실상 무산되었습니다. 그런데 양양군이 이 사업을 다시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올려 2017년 6월 중앙행심위는 케이블카 사업을 승인해 양양군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오색 케이블카 사업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고, 9월 27일 문화재위원회가 열리는 고궁박물관 앞에는 양양에서 올라온 찬성 주민 500여 명이 모였습니다. 주민들은 대부분 땅을 가진 유지들이라는 지역 주민의 증언을 기자회견에서 들었습니다. 찬성 측 주민들이 들고 있는 깃발에는 '환경 보호'와 '산양 사랑'이 적혀 있었습니다. 환경을 보호하는데, 어떻게 멸종위기종 1급 산양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을 찬성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양양군 공무원들과 지역유지들, 주민들이 동원된 찬성 집회 앞에서 불과 30명 남짓한 환경활동가들은 설악산을, 산양을 살려 달라는 피켓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이날 문화재위원회는 오색 케이블카 사업 심의를 연기하였고, 10월 25일 문화재위원회는 다시 오색 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부결하였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김종진 문화재청장이 오색 케이블카 사업 조건부 허가를 들고 나왔습니다. 법률상 문화재위원회는 자문위원회 성격이기에 문화재청장이 결정하면 그 사업은 가능하다는 논리였습니다. 총리실에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의 민원성 사업을 허가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권과 개발이 아닌 어머니 설악산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다시 문화재청을 상대로 취소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환경활동가들이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신고리 5, 6호기 건설중단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맹주형)

신고리 5, 6호기 핵발전소

지난해 10월 20일, 신고리 5, 6호기 핵발전소 건설에 대한 공론화위원회 결정을 앞두고 환경활동가들이 세종문화회관 앞에 모였습니다. 2박3일 마지막 합숙토론을 앞둔 공론화 위원들에게 현명한 결정을 촉구하는 자리였습니다. 활동가들은 저마다의 바람을 적어 영상 메시지로 전달했습니다. 저는 “창조질서보전, 뭇 생명 함께 살자!”라고 적었습니다. 핵 발전은 뭇 생명을 죽이는 반 생명의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공론화위원회의 최종 결정은 신고리 5, 6호기 핵발전소 건설 찬성 59.5퍼센트로 건설 중단을 선택한 40.5퍼센트보다 19퍼센트 더 높았습니다. 사실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은 공론화의 대상이 아닌 문재인 정부의 약속이었습니다. 공론화와 ‘숙의’라는 민주주의적 절차는 지난 정권과 달랐지만 공약 사항을, 그리고 우리와 다음 세대의 안전과 생명의 문제를 다수결로 처리하는 ‘공론화’가 과연 적정했는지는 더 ‘숙의’되어야 합니다.

4대강

2017년 6월 1일, 낙동강에 있는 고령보, 달성보, 합천보 등 몇 개 수문이 개방되었습니다. 국민들은 보 수문이 열렸는지 알지 못했고, 아는 사람들은 전면 개방이 아닌 일부 보에서의 제한된 개방이라 하여 ‘찔끔 개방’이라 비웃었습니다. 이명박 정권 시절, 한국 천주교회는 “(4대강 사업은) 무분별한 개발로 창조주 하느님의 소중한 작품을 파괴할 우려가 있다”고 반대의 뜻을 밝혔고,(2010년 3월 19일, 춘계 주교회의 ‘생명문제와 4대강 사업에 대하여’) 많은 단체들이 연대해 ‘4대강사업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를 만들어 4대강 난개발 사업을 끝까지 반대하였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4대강 모든 보에 대한 전면 개방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강의 여주보, 강천보는 개방 계획에 아예 빠져 있고, 가장 많은 보가 만들어진 낙동강 상류 보들은 여전히 닫혀 있습니다. 또 문재인 정부는 4대강 모니터링 자문단을 구성하였지만 지역에서 강 생태계를 가장 잘 아는 환경단체 활동가, 주민들은 단 한 사람도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낙동강 어민은 1주일에 겨우 물고기 2마리가 잡힌다고, 하루라도 빨리 보를 없애면 예전처럼 살 만한 낙동강이 돌아올 것이라 말합니다.

녹조가 된 사대강. (사진 제공 = 맹주형)

프란치스코 교종은 “자연보호와 경제적 수익의 균형, 또는 환경보존과 발전의 균형을 맞추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나아가 적당히 타협하면 단지 불가피한 재앙이 조금 늦추어지는 것뿐이라 경고합니다.(‘찬미받으소서’ 194항) 단 1퍼센트 남은 생태계 보존지역인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를 조건부로 허가하고,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도 없이 미군의 미사일 포대를 만들고, 마치 화장실 없는 아파트와도 같은 핵폐기물에 대한 대책 없이 핵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고, 썩어 가는 4대강 보들의 개방을 미루고 있는 것은 우리 시대, 적당한 타협들입니다. 민주주의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모두의 삶의 터전인 지구 생태계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복음에 비춰 교회의 사회 교리에 따라 정의(Justice), 평화(Peace), 창조보전(Integrity of Creation)의 가치를 지키는 사람들입니다. 정치권력이 바뀌어도 그 원칙과 행동은 이어져야 합니다. 무술년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며 수익과 발전의 논리를 교묘히 앞세우는 세상과의 적당한 타협을 반대합니다.

“주님, 저희가 모든 생명을 보호하며 더 나은 미래를 마련하여 정의와 평화와 사랑과 아름다움의 하느님나라가 오게 하소서. 찬미받으소서! 아멘.”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연대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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