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한 청년이 물어 왔습니다. "수도자시면 수도원에 사시는 거죠?" 

네, 수도자니까 수도원에 사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뭉뚱그려 말한다면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겠으나 사실 수도원은 주거 형태상 좀 더 구분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생활공간의 규모나 시설을 기준으로 좀 더 엄밀히 따져 보면, 제 소속 수도회인 예수회와 같이 사도직 활동에 투신하는 이들이 모여 사는 곳은 그냥 기숙사 혹은 다세대 주택에 가깝다고 해야 할 거주시설입니다. 단지, 함께 미사를 드릴 수 있는 경당이 있다는 것이 일반 주택과 구별되는 차이라 하겠습니다.

우리가 영화에서 보듯이 두건을 쓴 수도승(monk)들이 기도와 침묵, 단순노동을 하며 세속과 떨어져서 관상생활을 하는 공간과 제가 살고 있는 집은 외형적으로 구분됩니다. 쉽게 말해서, (단체가 아니라) 생활공간으로서 수도원(monastery)은 수도승(남자는 monk, 여자는 nun)들의 공간이고, (수도)공동체(community)는 세속에서 활동하는 수도자(religious)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 되겠습니다. 전자는 육체노동을 위한 일정한 규모의 경작지(혹은 작업장), 침실공간(dormitory), 회랑이 딸린 정원, 커다란 식당(refectory), 도서관(library), 은수자들을 위한 봉쇄 공간(cloister), 병실(infirmary), 성당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반면에, 후자는 그냥 집(house)입니다. 그 안에 공동체 구성 인원에 맞춰 적당한 크기의 경당(chapel)을 갖추고 있을 뿐입니다. 

두건을 쓴 수도승은 기도와 침묵, 단순노동을 하며 세속과 떨어져서 관상생활을 하는 공간에서 삽니다. (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수도원(monastery)이 어원적으로 모나제인(그리스어로 “홀로 생활하다”라는 의미)라는 말에서 나왔고, 모나제인이란 말의 뿌리에는 모노스(그리스어로 “홀로", “외로이”란 뜻)가 자리합니다. 우리가 종종 쓰는 모놀로그(혼잣말), 모노드라마(일인극) 등의 단어에 들어 있는 어원입니다. 여기에 어떤 일을 하는 장소를 의미하는 접미사 테리온이 붙어서 모나스테리온이란 말이 생겼습니다. 그러니까 수도원은 의미상으로 치면, 홀로 살아가며 기도와 노동을 하는 이들의 공간이 되겠습니다. 이처럼, 수도원의 전통 안에는 역사적으로 은수자(hermit)의 생활양식이 배경에 깔려 있습니다.

이런 공간적 구분을 통해 눈치채셨을 겁니다. 수도생활을 하는 이들이 모두 같은 방식의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넓게는 다 같은 수도자이지만 엄밀히 따져 보면, 수도승은 “수도원"에서 사는 이들이고, 수도자는 공동체를 이뤄 “집"에서 사는 이들입니다.(참고로, “수도복이 없는 수도회도 있나요?”도 함께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생활형태로 인해, 전자가 세상의 풍속과 격리되어 명상과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세상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면, 후자는 세속에 투신하여 사회에 봉사하고자 합니다. 그럼에도, 청빈, 정결, 순명이라는 복음적 가치를 지키며 살고자 하는 태도는 동일합니다.

수도생활은 그것이 이뤄지는 공간이 확대되고 다양해진 역사에서 보이듯이, 처음에는 은수자적 삶의 형태에서 시작되었고 나중에는 세속에서 세상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형태까지 다양하게 전개되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모두 그리스도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전적으로 그분을 닮아 살아보려는 지고한 열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수도원의 생활양식이 부분적으로 신자들의 모임 안에도 도입되어 다양한 형태의 신앙/생활공동체로 지탱해 주는 기초를 형성해 주고 있습니다. 이런 전통적 가치와 영성에 기초하여, 개인적 삶과 공동체의 삶이 균형을 맞출 수 있다면 신앙이 튼튼한 뿌리와 풍성한 열매를 맺어 나갈 것입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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