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가끔씩 성당을 비롯하여 이런저런 현장에서 수도자와 함께 일하는 신자분들을 만나곤 합니다. 그분들에게 수도자는 독신을 서약하고 산다는 것 외에는 세속에서 같은 터전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어떤 분들은 수도자를 보면 뭔가 구분되고 특별히 더 대접을 해 드려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합니다. 

그런데 만약 그가 귀감이 될 만한 수도자라면 마음으로부터 그런 마음이 우러나겠지만, 대하기 불편한 수도자라면 상대적 박탈감 같은 것을 느끼는 평신도가 있게 마련입니다. 이분들의 하소연을 듣게 되면 수도자인 저도 은근 미안해집니다. 

성품성사를 기준으로 교회가 가지는 위계를 보자면, 크게 성직자와 평신도로 구분이 됩니다. 성직자들은 성품을 받고 교회의 직분에 참여하는 이들입니다. 주교, 사제, 부제가 이 그룹에 속합니다. 이들은 하느님의 백성들이 하느님을 향한 거룩한 사랑을 키우고 그 실제적인 실천이 이루어지도록 이끄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성품을 받지 않은 이들이 있는데, 그들이 평신도와 (성품을 받지 않은) 수도자입니다. 이들은 성품을 받지 않았지만, 각자 머물고 있는 자리에서 “저마다 받은 은사에 따라”(1베드 4,10) 서로를 위하여 봉사하는 하느님의 백성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속풀이 질문에 우선 답을 드리자면, 교회의 위계로 볼 때 일반적으로 수도생활을 하는 이들과 평신도는 사실상 같은 수준에 위치합니다. 이론적으로 상황은 이러한데, 현실은 어째 부제 밑에 수도자, 수도자 밑에 평신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 힘들게 하는 수도자랑 일해야 하는 분들에게는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마르 9,35)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이 별로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기도하는 수도자. ⓒ정현진 기자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중 '교회 헌장'에서는 교회가 지닌 이런 위계를 계층을 나누려는 구분이 아니라 하느님 백성들이 가지는 다양성으로 이해하고자 합니다. 그 다양함 안에, 사회에서 활동을 하면서 자신을 “성화"하고자 하는 이들(평신도)이 있고, 수도생활을 하며 성덕과 형제애를 쌓은 이들(수도자)이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교회 헌장'에서는 평신도를 먼저 설명하고 나서 수도자를 말합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현대의 맥락에서 평신도의 중요성을 비중 있게 봤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세례성사로 입문하여 그리스도의 모범과 성령의 힘을 통해 성화되도록 부르심 받았습니다. 그러므로, 수도자들이 청빈, 정결, 순명이라는 복음적 권고를 서원하였다고 해서 그들이 영적으로 더 탁월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모두가 복음에 의거하여 살아가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는 “복음적 철저함은 수도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요구됩니다. 그러나 수도자들은 특별한 방식으로, 곧 예언자적 방식으로 주님을 따릅니다.”(<치빌타 카톨리카>(La Civiltà Cattolica), 한국어판 제3권(2017년 가을), 이냐시오 영성연구소, 101쪽 인용) 이 말씀에 기대어 수도자들의 삶을 좀 더 서술해 보자면, 그것은 공동체 생활을 통해 기쁨과 청빈, 정결, 순명을 증거하는 것이고, 예언자들의 삶이 그러했듯이 세상의 부조리에 저항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설명해도, 보편적 차이는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우리 모두는 사제직, 예언자직, 왕직을 부여받은 이들이기에 그렇습니다. 평신도들 중에서도 다양한 공동체 운동, 사회적 연대를 통해 복음의 가치를 증거하여 예언자의 모습을 보여 준 모범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평신도들은 수도자들과 삶의 형식에서 차이가 날 뿐입니다.

혹여, 사도직 현장에서 만나는 수도자가 밉다면(평신도 시점) 혹은 평신도가 밉다면(수도자 시점) 살짝 되뇌어 봅니다. 나의 성화를 위해 나를 수도하게끔 만드는 이가 저기에 있구나! 

사족: 이 기사도 함께 읽어 보세요. “재속회는 제3회가 아닙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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