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 제재만으로는 한계 부딪혀

북한의 제6차 핵실험으로 더 높아진 긴장 상황에 대해 천주교 안팎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에 대북제재와는 다른 차원의 전략과 고민을 요청하고 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 조성하 신부(도미니코 수도회)는 북한이 핵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걱정스럽지만, 북한이 왜 저렇게 하느냐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어느 측면에서는 압박도 방법이겠지만 북한이 원하는 것은 전쟁이나 도발이 아닌 평화협정”이라고 말했다.

조 신부는 “평화협정이 현재로서 북미간 문제지만, 주변국 6자 회담이라는 틀 안에서 논의를 해 왔기 때문에 국제적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평화협정이라는 카드를 들고 북한을 어떻게든 회담장에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압박만 가한다면 결국 대결뿐이고, 마지막에 상상할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면서 “한국은 평화와 대결 국면을 직접 겪을 당사자다. 어떻게든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하고, 미국과는 달리 북한을 달래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 평화를 위한 협상에 나서라며 1인 시위를 하는 조성하 신부. (사진 제공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청와대 자문위원이기도 한 임을출 교수(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박근혜 정부에서 만들었던 걸림돌들이 있고 북핵도 너무 고도화된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대북 제재는 쉽게 결정해서는 안 되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일본 등과 엮인 관계에서 한국의 스탠스를 잡고 상황을 돌파하려고 하지만, 여유가 없다 보니 전략과 체계가 부족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임 교수는 이 모든 복잡한 상황의 핵심이 북핵인데, 해결 방법을 두고 국제사회의 시선, 여론이 모두 다르다며, “한국 정부의 독자적 전략 문제다. 미국과 공조한다지만 운명과 이해관계가 다르다. 한국이 핵심 당사자인데, 무조건 미국 군사력에 의존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고, 중국에도 편중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핵심은 전쟁을 막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전쟁은 이겨도, 져도 손해다. 우리의 이해관계를 명확히 하고 주변국과 불편하더라도 우리의 이해관계를 관철하려는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에 핵은 포기 못할 수단 돼
주변국 대응도 달라져야

지난 9월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지난 핵실험과 다른 점은 정치적 의도라는 의견이 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보고서에서 “지난 5차 핵실험까지는 여러 정치적 의도에도 기술적 필요성의 의미가 더 큰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6차 핵실험은 이와 함께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5차 이후 북한 핵실험 여부에 대해 자기희망적으로 해석하거나 논리적 근거가 없었다. 6차 핵실험의 기술적 평가만큼 정치적 의도에 대한 접근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이 미국과 해결할 문제가 여전히 있다는 점에서 6차 핵실험을 통해 북미간 게임을 완전히 엎어버린 것은 아닐 것이다”며 “북한은 여전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 있거나 협상, 대화의 가능성을 당기기 위한 행동이며, 이는 북한의 자신감에 근거한 것”이라고 했다.

또한 김 교수는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과 판단이지만 트럼프의 선택은 예측 불가능하고, 이 상황에서도 미국이 대화 제의를 받지 않는다면 북한이 한국에 대화를 제의할 수도 있다며, 한국 정부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이 상황을 두고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다며, 미국을 향한 메시지인 핵실험과 이에 대한 미국의 반응에 주목하고 있다. 대화를 말하면서 북한에 대한 압박을 동시에 해온 것은 미국의 전략이다. 그 악순환은 이제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의 지위에 올렸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리포트에 따르면, 북한은 김정은 체제 들어 “경제건설 및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국가 전략으로 채택하고 핵과 미사일 고도화 추진을 공식화했으며, 북한의 핵 포기를 논의하는 협상 테이블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대외적으로 능력을 과시하고 대내적으로는 체제 결속과 정권 유지를 위한 것으로 포기할 수 없는 수단이 됐다.

이는 이전 김정일 정권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감추고 ‘모호성’ 전략으로 협상력을 극대화해 경제적 실리를 얻고자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노선이며, 따라서 주변국의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다.

또 위협의 극대화를 수단으로 삼으려는 북한에 강한 압박과 제재로 대응하는 것은 더 이상 효과도 없을 뿐더러 무모한 ‘치킨게임’이며, 전쟁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위기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 9월 7일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에 협력하기로 했다. (사진 제공 = 청와대)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 노력을 계속하겠다면서도, 북한에 대한 강경대응 입장을 밝혔다. 주변국에는 북한에 대한 강한 제제와 압박을 요청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6차 핵실험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한 통화해서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이제는 차원이 다른, 그리고 북한이 절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제적인 대응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전적인 공감과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다.

또 지난 6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원유공급 중단 등 대북 압박을 요구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사실상 이를 거절했다.

또 7일 일본 아베 총리와의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양국이 국제사회와 협력하면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반드시 포기하도록 제재와 압박을 최대한으로 가하는 한편, 궁극적으로 평화적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했으며, 두 정상은 북한의 원유공급 중단을 위해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에 동참할 수 있도록 최대한 설득하는 것과 더욱 강력한 대북 제재안이 담긴 UN안보리 결의를 추진하는 데 공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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