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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가 말하는 '부교구장' 임명 이유"교구장 퇴임시 계승권, 안정적으로 사목 이어받도록"

지난 6월 28일 천주교 제주교구 문창우 부교구장 주교가 임명됐다. 제주교구 출신의 첫 주교다. 같은 날 서울대교구에는 구요비 보좌주교 임명 소식이 전해졌다.

왜 한 교구에는 ‘부교구장 주교’가, 또 다른 교구에는 ‘보좌주교’가 임명된 것일까? 부교구장 주교(Coadjutor Bishop)는 교구장 계승권이 있어 교구장좌가 공석이 되면, 즉 현재의 교구장이 물러나거나 숨질 경우 즉시 교구장이 된다는 것이 일반적 설명이다.(교회법 제409조 1항)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 때문에 부교구장 주교가 임명되는가는 짐작할 수 있을 뿐 뚜렷한 설명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에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에게서 직접 들었다.

강우일 주교는 보좌주교에 비해 “부교구장 주교는 교구장이 퇴임하면 자동으로 교구장 직무를 계승”하므로 “교구의 사목을 전체적으로 책임지는 비중이 보좌주교보다 조금 더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보좌주교는 “나중에 교구장이 된다는 보장이 전혀 없고, 다른 교구에서 교구장이 올 수도 있어서 지속적, 장기적 전망을 갖고 교구 일에 전념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이에 비해 “부교구장 주교로 임명 받으면 처음부터 장기적 안목으로 교구 일을 생각하고 기획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자신이 교황청에 부교구장 주교 임명을 청한 것이라면서, “제가 주교 생활도 오래 했고 퇴임 날짜도 가까워져서 조금 더 안정적으로 제주교구 사목을 이어받을 사람을 정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천주교에서 주교의 은퇴 연령은 75살인데, 강 주교는 올해 71살이다.

한편, 강 주교는 문창우 주교에 대해 “성품이 온화하고 의견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도 끝까지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갈등이 있으면 지치지 않고 끝까지 풀어 나갈 힘을 가졌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1987년 6월 항쟁 당시 제주대 학생이던 문 주교가 가톨릭 학생회장으로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소개하며,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는 분이니 앞으로 제주 지역사회를 위해 훌륭하게 대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그는 문 주교가 신학생이 되기 전부터 포콜라레(마리아 사업회)의 영성을 접하고 이를 실천하고자 애써 왔다며, 그 경험이 신자들을 영적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 구요비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문창우 제주교구 부교구장 주교가 7월 4일 주한 교황대사관에서 신앙 선서, 충성 서약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주교회의 미디어부 유튜브 갈무리)

한국 천주교에서 부교구장 임명은 2009년 당시 광주대교구 김희중 보좌주교가 부교구장대주교로 임명된 뒤 8년만이다. 이에 앞서 보좌주교였던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 전 대구대교구장 최영수 대주교가 부교구장에 임명된 적이 있다. 2000년 이후 문창우 주교처럼 신부가 부교구장 주교가 된 사례로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 전 마산교구장 안명옥 주교가 있다.

부교구장 주교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서는 교회법전과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주교 교령’에 자세히 쓰여 있다. 이에 따르면 부교구장 주교는 “언제나 총대리로 선임되어야 한다.” 그리고 “교구의 현재와 미래의 선익이 최대한 증진되도록 교구장 주교와 부교구장 주교는 중대한 사안들을 빠짐없이 서로 의논하여야 한다.”(‘주교 교령’ 26항)

예전에는 ‘부주교’라는 명칭이 쓰였지만 지금은 ‘부교구장 주교’와 '총대리'로 나누어 부른다.

교회법은 정식 교구가 아닌 포교지의 대목구, 지목구에서는 대목구장, 지목구장이 직무 대행을 임명해 두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교회 지도자가 박해나 풍토병으로 목숨을 잃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들은 모두 평사제이지만 한국에서는 부주교로 불렸다.

나아가 박해가 심한 지역의 대목구장들은 계승권을 가진 부주교를 미리 정해 주교로 서품하는 것이 상례였고, 박해시대 조선대목구의 대목구장들도 대부분 이러한 부주교를 거쳤다.

그러다가 1962년에 한국 교회에 교계제도가 설정되어 모든 대목구가 정식 교구가 되면서 한국 교회에도 계승권을 가진 보좌주교(Coadjutor Bishop)가 임명되기 시작했고, 나중에 이들을 계승권이 없는 일반적인 보좌주교(Auxiliary Bishop)와 구분할 필요가 있어 지금처럼 '부교구장주교'로 명칭이 정리됐다. 한편 현재의 총대리 신부를 부주교로 부르던 것은 1983년에 나온 새 교회법에 따라 지금처럼 '총대리'라는 용어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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