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어떻게 해서 주교가 되는지 그 구체적인 경로와 절차를 나는 잘 모른다. 한 사람이 사제가 되는 데는 ‘하늘의 부르심’(聖召)과 그에 순응하는 본인의 의지가 결정적인 요건이라 배웠거늘 주교는 거기에 플러스 알파가 있겠지 하는 막연한 추측을 할뿐이다. 오직 전지전능하신 성령만이 하시는 일일 터다.

요즘 우리 교구 신부들 사이에 인천교구에도 머지않아 보좌 주교가 날 것이라는 소문이 돈다. 어디서 흘러나온 이야긴지는 모르겠으나 최근에 줄줄이 보좌 주교가 탄생되는 다른 교구의 예를 보면 전혀 근거 없는 헛소문만은 아니지 싶다. 그런데 주교라고 다 같은 주교가 아니란다. ‘부교구장 주교’와 ‘보좌 주교’가 엄연히 다르단다. 그래? 뭐가 어떻게 다른지 교회법전을 찾아 봤다.

제377조 (4) 자기 교구에 보좌 주교를 두어야 한다고 여기는 교구장 주교는 이 직무에 더 적합한 탁덕들 중 적어도 3명의 명단을 사도좌에 제출하여야 한다. 다만 합법적으로 달리 조처되어 있으면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403조 (1) 교구의 사목적 필요가 있으면 교구장 주교의 요청에 의하여 한 명이나 여러 명의 보좌 주교들이 임명되어야 한다. 보좌 주교는 계승권을 가지지 아니한다.

(2) 개인적 성격까지 포함하여 더 중대한 사정이 있으면 교구장 주교에게 특수한 특별 권한을 갖는 보좌 주교가 부여될 수 있다.

(3) 성좌는 더욱 합당하다고 여기면 특수한 특별 권한을 갖는 부교구장 주교를 직권으로 선임할 수 있다. 부교구장 주교는 계승권을 갖는다.

아, ‘부교구장 주교’와 ‘보좌 주교’는 다르구나! 문제는 ‘계승권’이다. 갑자기 갖가지 의문점들이 마구 떠오른다. 부교구장 주교에게만 부여되는 계승권이란 무엇인가? 왕세자 책봉이다. 그렇다면 한참 논란이 되고 있는 일부 부유한 개신교회 당회장들의 세습과 무엇이 다른가? 헷갈린다. 부교구장 주교는 비록 ‘부’자가 붙긴 하나 실세가 되는 것이다. 부교구장 주교는 무슨 지혜와 성덕이 출중하여 미리 차기가 보장되고 보좌 주교는 무엇이 못미더워 계승권을 유보한 채 더 두고 봐야 하나? 계승권 없는 보좌를 넘어 계승권 있는 부교구장이 되려면 더욱 분발하라는 은근한 압력인가? 보좌 주교 후보가 되는 것이야 전적으로 교구장 주교의 손에 달렸지만 부교구장 주교는 그게 아니다. 교황이 지목해야 한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교황과 끈이 닿아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여러 주교들 가운데 부교구장 주교는 누구며 보좌 주교는 누구일까? 서울교구의 부교구장이 누구시더라? 그러고 보니 계승권 있는 주교 이야기는 못 들은 것 같다. 교황이 보좌 주교 가운데 하나를 계승권 있는 부교구장으로 임명하려면 교구장이나 혹은 다른 ‘누구’의 의견을 묻지 않고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계승권에 뜻이 있는 보좌 주교라면 그래서 내 소신보다 먼저 나에 대한 평가서를 작성, 보고할 사람의 눈치를 살피게 마련이다. 그 ‘누구’가 교황대사라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비밀이다.

이거 뭐가 이러냐? 궁금한 것투성이다. 유행하는 우스개말처럼 더 알려고 하면 다칠까? 정말 모르는 게 약일까? 우리 같은 말단 성직자들이 주교 임명이나 추천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습관적으로 불평이나 일삼는 불순분자(?)들의 쓸데없는 소리로 드릴지도 모르겠다. 다시 교회법 제377조 1항(교황이 주교들을 임의로 임명하거나 합법적으로 선출된 자들을 추인한다.)이 눈을 끌었다. 여기서 말하는 ‘합법적 선출’이란 어떤 것일까? 잘 몰라서 교회법 전문가에게 물었다. 우리에게는 전혀 해당이 안 된단다. 신경 끊으라는 얘기다. 뜨거운 여름 한낮, 머리가 띵~하다.

호인수2008.7.30.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