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평화 위해 일해 달라"

프란치스코 교황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뒤 첫 해외 방문을 나서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을 거쳐 바티칸을 찾았다.

두 사람은 교황궁에서 약 30분간 비공개로 얘기를 나눴고, 그 뒤 교황은 대통령에게 세계 평화를 위해 일해 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에 특히 이민정책과 환경 문제와 관련해 교황과 의견이 크게 달랐기에 이번 만남은 주목을 끌었다.

교황은 교황서재로 가는 작은 방에서 대통령을 맞았는데, 내내 굳은 얼굴이었고 웃지 않았다. 심지어 기자들이 사진을 찍도록 할 때도 교황은 시선을 바닥에 두었다.

그러나 서재에서 얘기를 마친 뒤 프란치스코 교황은 좀 더 즐거운 모습을 보였다. 서재 문이 열리고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를 소개 받자, 교황은 다정히 그녀의 손을 잡고 흔들고는 트럼프를 돌아 본 뒤 농담을 던졌다. “남편 분에게 먹으라고 뭘 주세요?”

교황은 트럼프에게 자신이 쓴 책 네 권을 선물로 줬다. ‘복음의 기쁨’과 ‘사랑의 기쁨’, ‘찬미받으소서’, 그리고 정치전략으로서 비폭력을 조명한 2017년 세계 평화의 날 메시지. 트럼프는 “이거 참, 읽어 보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트럼프는 교황에게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책들을 선물했다. 교황은 2015년에 미국을 방문해 의회에서 연설하면서 그의 발언들을 인용한 바 있다. “당신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좋아하실 거에요.”

헤어지면서, 대통령은 교황에게 이렇게 말했다. “고맙습니다. 당신의 말씀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러자 교황은 스페인어로 이렇게 대답했다. “Buena suerte."(행운을 빕니다.)

▲ 5월 24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이미지 출처 = NCR)

교황청은 그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두 사람의 대화는 “우호적”이었으며, “(두 지도자가) 교황청과 미합중국 사이의 현재의 좋은 쌍무 관계에 만족해 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가톨릭교회와 국가가 보건의료, 교육, 그리고 이민자 원호 분야에서 진지하게 협력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두 사람이 정확히 서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 자리에는 두 사람 말고는 교황청 측의 통역 한 사람만 동석했다.

교황은 어떤 나라의 국가원수가 방문하면 보통 30분간 만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바마가 2014년에 방문했을 때는 52분을 썼지만, 이번에 트럼프와 만날 때는 그 직후에 성 베드로 광장에서의 주례 일반알현에 나가야 했기 때문에도 시간이 제한됐다.

이번에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와 딸인 이방카 트럼프가 마치 장례식에 온 것처럼 검은 옷에 검은 머리수건을 쓴 것은 교황청의 의전 지침에 따른 것이다. 교황을 알현하는 모든 여성은 긴소매에 검은 옷을 입어야 하며 검은 베일을 머리에 써야 한다. 다만 전통적인 가톨릭국가들 가운데에서도 “아주 가톨릭”인 나라의 국가수반이나 그 부인은 흰 옷에 흰 베일을 쓸 수 있는 특전이 있는데, 스페인이나 벨기에 왕가가 그렇다. 요즘 들어서는 이러한 엄격성은 조금씩 완화되고 있기는 하다.

한편,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는 이번에 교황을 만난 뒤 자신이 가톨릭 신자라고 처음 공개했다. 부부가 둘 다 가톨릭 신자였던 존 케네디 대통령과 재클린 케네디 뒤로, 가톨릭 신자인 대통령 부인으로서는 미국 역사상 두 번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로교 신자다. 멜라니아는 유아 세례는 받지 않았으며 언제 어떻게 가톨릭 신자가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 5월 24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이미지 출처 = NCR)

기사 원문: https://www.ncronline.org/news/vatican/francis-asks-trump-work-peace-after-closely-watched-vatican-mee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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