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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근혜의 운명을 닮아 가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장행훈 칼럼]
장행훈  |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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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18  17: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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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수사국(FBI) 책임자 제임스 코미 국장을 전격 해임한 사건으로 미국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작년 미국 대선이 시작할 때 억대 달러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예상 외의 결과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많은 사람이 의문을 제기했다. 언론과 미국 정보기관이 찾아낸 해답은 선거운동에 러시아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였고 트럼프의 선거 캠프와 러시아 정보기관 사이에 보이지 않는 공작이 작용했으리라는 것이었다.

러시아가 정부 차원에서 개입한 트럼프 선거 지원은 러시아 쪽이 민주당 선거본부의 컴퓨터를 해킹해서 힐러리 클린턴 캠프의 작전을 알아내 트럼프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작전을 짜게 하는 한편, 힐러리 후보에게 불리한 정보를 해킹해 그것을 위키리크스 같은 불법 사이트를 동원해 미국 유권자들에게 확산시킴으로써 힐러리 지지자 수를 줄이는 것이었다. 푸틴과 힐러리는 그녀가 오바마 정부의 국무장관 시절부터 앙숙이었으니 푸틴으로서는 개인적 보복과 국익 증진의 일거양득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작전이었다.

FBI는 이미 작년 7월부터 이런 공작을 포착하고 러시아에 경고를 보냈다. 오바마가 지난 연말에 미국에 있는 러시아 외교관들을 48시간 안에 추방하는 적대조치를 취한 것도 러시아에 대해 들이댈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증거를 확보하고 있지 않았나 짐작된다.

푸틴 정부는 1980년대부터 러시아 기업과 거래를 하고 있는 트럼프의 당선을 지원해서 그가 집권하면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를 완화 해제하고 개선된 양국관계를 통해 국제무대에서 러시아의 위상을 높이려는 꿈을 꾸고 있었을 수 있다. 사이버 해킹기술을 이용해 미국의 선거에 개입해서 서방 최대의 미국 민주주의를 교란시키는 효과도 노렸을 수 있다고 서방 전문가들은 추리한다.

미국의 FBI는 러시아가 트럼프 당선을 지원하고 있는 정황은 파악했지만 트럼프 캠프와의 사이에 구체적 공모 여부까지 주장할 수 있는 증거는 잡지 못했다. 그러나 FBI는 트펌프 캠프와 러시아 관계에 대한 추적을 늦추지 않았다. 트럼프가 FBI를 경계하고 코미 국장을 휘하에 두려고 노력해 온 것도 틀림없다. 트럼프와 러시아의 공모 관계가 밝혀진다면 그것은 트럼프에게는 정치생명이 끊어지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트럼프는 코미 국장에게 자신에 대한 충성을 타진했다. FBI의 러시아와 트럼프 커넥션 조사를 중단시키려는 탐색전이었다. 코미가 충성 서약을 거부하자 트럼프는 그를 전격 해임하는 기습작전을 썼다고 볼 수 있다. 강제로라도 그와 러시아 커넥션 조사를 중단시키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코미 전격 해임은 예상 이상의 강한 후태풍을 몰고 왔다. 트럼프가 오래전에 코미에게 트럼프 캠프의 러시아 커넥션 조사를 중단하라는 부탁을 했다는 메모가 있다는 사실이 <뉴욕타임스>에 보도돼 코미 해임이 FBI의 러시아-트럼프 조사를 중단시키려는 정치적 음모라는 의혹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 보도가 사실로 판명되면 트럼프는 탄핵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여론이다.

   
▲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이미지 출처 = eml.wikipedia.org)

미국은 철저히 법치를 중시하는 나라다. 미국 언론과 의회가 닉슨 대통령을 탄핵 직전까지 몰고 간 것은 그가 법원의 워터게이트 조사에 필요한 증거인 백악관의 대통령 녹음테이프의 제출을 거부한 데서 발단한다. 특검이 녹음테이프 제출을 고집하자 닉슨은 법무장관을 통해 특검의 해임을 지시한다. 그러나 법무장관은 특검 해임이 위법이라며 대통령의 지시에 불복하고 사임한다. 그러자 닉슨은 법무차관에게 특검 해임을 지시한다. 그런데 차관도 대통령의 불법 지시를 거부하고 사임한다. 닉슨은 할 수 없이 법무부 수석 총무국장을 차관으로 승진시켜 특검을 해임하게 하는 궁여지책을 쓴다. 이것이 유명한 “토요일 밤의 학살 사건”이다.

토요일 밤의 학살이 보도되자 닉슨의 탄핵을 요구하는 여론이 급등한다. 닉슨은 결국 탄핵의 치욕을 면하기 위해 스스로 사임하는 길을 택한다. 많은 언론이 트럼프의 코미 전격 해임을 닉슨의 토요일 밤의 학살에 빗댔다. 코미의 해임 사실이 보도된 뒤 여론조사 기관 <퍼블릭 폴리시 폴링>이 지난 12일부터 사흘 동안 69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6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48퍼센트가 트럼프의 탄핵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절반에 가까운 사람이 탄핵을 지지한 것이다. 탄핵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41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트럼프에게는 불길한 전조다. 가부를 밝히지 않는 의견이 11퍼센트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4년을 채울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럴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43퍼센트인 반면에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45퍼센트로 더 많았다.

미국에서는 대통령도 법 위에 군림하는 존재로 인정하지 않으며 법을 위반하면 언제든지 국민이 탄핵할 수 있다는 법 의식이 강하다. 그런데 트럼프만 이 중요한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트럼프의 앞날을 박근혜와 비교하는 이유의 하나도 이런 성격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로드 로젠슈타인 법무부 부장관이 17일(현지 시간)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 사이의 공모 혐의를 조사할 특별검사를 지명했다. 조사의 독립성을 보장할 특검이다. 특검은 2001년부터 2013년까지 FBI국장을 지낸 로버트 뮐러. 트럼프의 러시아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진행되는 모든 절차가 43년 전 닉슨의 사임으로 끝을 맺은 워터게이트를 연상시킨다.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FBI국장 해임 직후 대부분의 미국 언론이 코미 해임 사건으로 폭발한 위기를 미국 헌정 사상 워터게이트 이후 최대의 위기라고 명명한 것이 다가올 미래를 예언한 거 같아 불길한 예감을 느낀다.

미국의 정보기관은 정권의 시녀로 전락한 한국의 정보기관과는 법적 지위나 조직 안에서 일하는 기관원들의 자세가 판이하게 다르다. 정보기관은 법을 준수하고 국가의 안보를 지키는 “미국의 바위”로 생각한다. 대통령도 정보기관에 함부로 지시할 수 없다. 그러기 때문에 트럼프로부터 전격 해임된 코미 국장이 해임 후 FBI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강조한 것도 그의 해임으로 동요하지 말고 기관의 독립을 지키는 “미국의 바위”가 되라는 훈시였다. 그 의미가 무겁게 들린다.

FBI 직원들은 코미 국장의 충고를 부당한 정권의 압력에 맞서 진실을 밝히는 투쟁을 벌이라는 전쟁의 선포로 해석하고 있다는 영국 <가디언>의 보도다. 트럼프가 앞으로 FBI 전 직원을 상대로 싸워야 한다는 말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 러시아와 공모했다는 사실이 밝혀질지도 모른다. 21세기 워터게이트가 시동을 건 느낌이다. 성공을 빈다.

 
 

장행훈(바오로) 
언론인
파리 제1대학 정치학 박사,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초대 신문발전위원장, 현 언론광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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