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여성 대통령, 그리고 가톨릭 신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월 31일 구속된 데 대해 여러 천주교인들은 ‘적폐 청산’과 함께 ‘자기 성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가톨릭계 학교인 성심여중에 다닐 때 세례를 받았고 서강대를 졸업했으나 그 뒤로는 사실상 가톨릭 신앙생활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가톨릭교회에서는 한 번 세례를 받으면 교회로부터 파문을 당하지 않는 이상, 원칙상 여전히 신자로 본다.

대구대교구 반야월 본당의 이승호 씨(다윗)는 박 전 대통령 구속 소식을 들으며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쌓인 적폐가 청산되기 시작한다는 느낌”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앞으로의 정치 상황에 대해 그는 “가장 먼저 할 일은 정의를 세우는 일”이라고 했다. 이 씨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 모든 분야에서 청산이 필요하지만, 그 중 하나를 꼽으라면 정치”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씨는 “과거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지역의 보수정치인과 유착관계였던 것으로 안다”며 “가톨릭교회도 박정희 시대를 정리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과거가 쌓여 희망원 사태도 터졌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성연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상임위원(클라라)은 박 전 대통령의 잘못을 종합해 볼 때, 탄핵과 구속이 정당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선거를 비롯한 국정 쇄신에 대해 “지금처럼 나라가 어수선할 때는 잘못된 사람을 쓰면 안 된다”며 “처음과 끝이 같고, 뒤집어도 같고, 안과 밖이 같은 사람이 나라 운영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 2014년 8월 14일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마중하고 있는 모습. (이미지 출처 = flickr.com)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베드로)는 박 전 대통령이 ‘율리아나’라는 세례명을 가진 가톨릭 신자라는 점에서, 그의 탄핵과 구속을 바라보는 신자들이 “복잡한 심경이 공통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가톨릭교회는 공동선을 강조하는데, (박 전 대통령이) 공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인간적, 신앙적으로야 위로 받아야겠지만, 정치인 박 전 대통령은 자기중심적이었고 스스로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솔직히 말하거나, 자신이 초래한 상황에 대해 진심으로 국민에게 사과하고 통합을 원하는 모습을 충분히 보이지 못했고, 오히려 반대의 길을 걷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착잡하다”고 말했다.

▲ 3월 31일 새벽,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이미지 출처 = YTN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그는 “현재 보수 정당과 보수 지지층이 열세에 몰린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정당들은 깨끗하고 정의로웠는가 하는 점도 봐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진보든 보수든 과거, 기득권에 집착하고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한 경종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나 자신부터도 바뀌어야 한다”며 “광장에 나가 보면 촛불에 비춰지는 것은 ‘내 얼굴’이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3월 31일 새벽, 증거 인멸 등의 우려가 있다는 검찰측 주장이 받아들여지면서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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