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는 각하, "판단대상 아니다"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고,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로 봐야 한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의 중대함으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3월 10일 오전 11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진행하고 전원일치로 ‘파면’을 결정했다. 이로써 박근혜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첫 탄핵된 대통령이 됐다.

헌재 판결, 헌법수호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
헌재는 우리가 새롭게 시작할 물꼬를 터 줬다

이에 대해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김인국 신부는, 이번 판결을 “법의 권위가 아니라 헌법의 제정자인 시민의 권위와 존엄이 명확히 입증된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유배에서 돌아온 심정이며, 감개무량하다”며, “그동안 충분히 아팠고, 너무 많은 것을 빼앗겼다. 이제 서로 위로하고 쓰레기를 청소해가며 장엄한 민주주의의 부활과 완결을 위해 힘쓰자”고 말했다.

또한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장 김용태 신부는, “지극히 당연하다”며, 그러나 세월호참사 관련 ‘생명권 보장 조항 위반’ 등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이는 헌재가 아닌 우리 모두가 채워야 할 부분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김 신부는, 오늘 헌재의 판결은 최선의 판결이었다고 본다며, “우리가 갖는 아쉬움은 헌재 판결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반증이며, 우리는 헌재가 탄핵 ‘인용’으로 만들어 준 따옴표를 구체적으로 채울 의무가 생겼다. 헌재는 우리가 새롭게 시작할 물꼬를 터 준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탄핵 이후 교회의 역할과 태도에 대해서도, “교회는 분열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빛이 무엇인지 더욱 선명하게 서서 보여 줘야 한다”며, “예언자는 항상 파문을 일으킨다. 타협하고 갈등을 덮는 평화가 아니라, 적폐를 허무는 과정의 혼란을 겪고, 그 자리에서 새로 시작되는 평화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신부는 100만, 1000만의 촛불의 그 이전부터 타올랐던 일상의 촛불, 일상의 분노와 미안함, 억울함으로 타올랐던 촛불이었던 만큼, 이제 다시 일상에서 그 촛불이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며, “세월호 리본을 다는 것처럼 촛불을 항상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촛불이 탄핵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권력자들이 두려움으로 기억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김검회 사무국장은 “만장일치를 바랐고, 현실이 되어 기쁘다”면서, “나 스스로도 보수라고 생각했는데, 충분히 공감하고 인정할 판결이었다. 이것으로 헌법과 민주주의가 살아 있다는 것이 증명됐고,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김 국장은 “이번 헌재의 판결은 당연히 수용되어야 한다”며,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 건강한 사회이며, 누군가를 폄하하거나 진실을 덮어버리는 데 이용되면 안 된다”며, “교회 가르침에 따라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판단하고, 사회 현상을 어떻게 복음적으로 바라봐야 할지 끊임없이 이야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대교구 정평위원장 이정규 교수는 "헌재가 헌법정신과 양심에 따른 판결을 했지만, 결국 국민들의 성숙한 의식과 판단이 이러한 결정을 이끌어낸 것"이라면서, "이러한 시민의식이 우리 사회에 부족했던 점들, 권력자들의 사고방식을 수정하고 한 단계 높이는 데 중요한 씨앗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무엇 때문에 분노했는지, 혁명과 같은 이 상황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기억하자"며, "이 혁명으로 척결해야 할 대상과 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그들과 다른 모습으로 포용하고 이해하고 화합할 수 있어야 한다. 표면에 가려진 자기 이익을 경계하자"고 말했다.

▲ 세월호참사 유가족이 헌재의 판결에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배선영 기자

세월호 7시간.... 소추사유, 탄핵 판단 대상이 아니다, 각하

한편, 이번 탄핵 심판에서 탄핵 인용 여부와 함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세월호참사 관련 ‘헌법상 생명권 보장 조항 위반’이 어떻게 인용될 것인가였다.

헌재는 ‘세월호 사건 생명권 보호 의무와 직책성실 의무’에 대해 “대통령은 국가가 국민 생명과 신체의 안전 보호 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행사하고 직책을 수행해야 할 의무를 갖는다”면서도, “그러나 국민 생명이 위협받는 재난 상황이 발생했다고 해서 대통령이 직접 구조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등 구체적이고 특정한 행위 의무까지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는 탄핵 사유 ‘각하’다.

광주대교구 정평위 이정규 위원도 “헌재의 판결은 헌법수호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생명권 보호와 관련해서는 우리 헌법이 너무 좁은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을 보다 넓게, 그리고 그 의무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인용 판결이 나온 뒤, 헌법재판소가 있는 안국역 부근에서 시민들이 환호하며 행진하고 있다. ⓒ배선영 기자

피청구인의 위법, 위헌은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이번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은 탄핵소추안 발의 뒤부터 92일 만이다.

야3당 및 무소속 국회의원 171명이 발의한 탄핵소추안은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불참자 1명, 찬성 234명, 반대 56표, 무효 7표로 가결됐고, 즉시 헌법재판소에 제출됐다.

그리고 3월 10일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이정미 재판관은 ‘2016헌나1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 결정문’에서 탄핵 소추안의 가결 절차 관련 위배성, 피청구인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 집행의 헌법과 법률 위배성, 언론 자유 침해 여부, 생명권 보호 의무와 직책 성실 의무, 최서원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 남용 등에 대한 판결 내용을 밝히고 이 모든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지의 여부와 파면에 이르는 중대성 여부를 밝혔다. 

헌재는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해야 하고, 공무수행을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에게 평가받아야 하지만, 이를 철저히 숨기고 그에 대한 의혹을 부인하고 오히려 비난했다”며, “이로 인해 국회 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에 의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었다”고 했다.

또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 위배 행위는 재임 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이었으며,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단속해 관련자들이 부패 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중대한 사태에 이르렀고, 이러한 위헌, 위법 행위는 대의민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대국민담화를 통한 진상규명 협조 약속에도 검찰과 특검의 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 거부 피청구인의 언행에서는 법 위배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며,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고,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했다.

판결에 앞서 대통령 대리인단이 주장한 탄핵소추안의 가결 절차의 위법성에 대해서는 의결 과정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 탄핵 인용 판결이 나온 뒤 탄핵 무효 집회에서는 경찰과 참가자들이 대치했다. ⓒ배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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