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 ‘신자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4차 조사 발표

가톨릭교회가 앞으로 신자들의 신앙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쪽으로 사목의 방향을 전환하고 교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대안이 제시됐다.

<가톨릭신문>은 3월 25일 ‘가톨릭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조사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사회학, 신학 관점에서 살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조사연구는 1987년 1차 조사를 시작해 10년 주기로 4번째 진행된 추이 조사로, 한국 천주교의 변화상과 문제점을 보여 주고 대안을 모색한다는 의미가 있다. 또 2006년의 3차 조사에 이어 이번에도 ‘냉담 교우’(미사 참석과 성사 생활을 중단한 신자)에 대해 조사해 분석했다.

신자 자부심, 공동체 의식 등 개선돼

제1 발제를 맡은 박문수 가톨릭평신도영성연구소장은 4번의 조사가 사용한 공통 문항만을 이용해 추이를 살펴보면, 응답자들의 신자로서의 자부심, 본당 신자들과 공동체 의식을 느끼는 정도, 선교 경험, 교회의 사회 현실 문제 참여에 대한 동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천주교의 미래가 ‘지금보다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비율은 1차 조사 87.8퍼센트에서 3차 조사 56.6퍼센트까지 줄어들었다가, 4차 조사에서 63.6퍼센트로 늘었다. 하지만 개신교에 대한 호감 비율은 크게 줄었다.

박문수 소장은 냉담 교우 응답자들의 냉담 기간을 살펴보면 10년 이상 41.8퍼센트, 5년 이상 10년 미만 19.5퍼센트, 5년 미만 38.7퍼센트였다며, “냉담이 신앙생활의 모든 시기에 걸쳐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5년 이하’가 절반 이상이었는데, 이제는 신앙생활을 오래한 신자들도 많이 냉담하고 있다.”

냉담 교우들이 ‘성당에 나오지 않게 된 이유’(1, 2순위 합계)를 살펴볼 때 가장 많은 응답은 ‘생계(직장)나 학업을 위해’(47.3퍼센트)였다. ‘별 이유 없었음’(33.7퍼센트), ‘신앙이 무의미하게 느껴져서’(23.8퍼센트)가 그 뒤를 이었다.

박문수는 이 조사연구가 “한국교회 유일의 추세조사”이며 “‘한국 천주교회 통계’에서는 파악할 수 없는 신앙생활의 질적 측면을 드러내 준다는 면에서 이 조사는 존재 의의가 있고, 현대 한국교회를 이해하는 사료로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가톨릭신문사와 주교회의 산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공동주최로 <가톨릭신문> 창간 90주년을 기념하여 열렸다.

▲ 가톨릭신문사와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함께 심포지엄을 열고 '가톨릭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조사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제공 = 가톨릭신문사)

신자 전체의 생각이라 보기 어렵다

이번 조사 결과가 신뢰도, 타당도 면에서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논평자로 참여한 노길명 고려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2015년 천주교 공식 통계에서 주일미사 참석률이 20.7퍼센트인 반면, 조사 결과 응답자 중 주 1회 이상 미사에 참석하는 비율이 89.4퍼센트에 이르고 있다면서 응답한 사람 대부분이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핵심신자들이었다고 지적했다.

박문수 소장도 응답자들의 교회 단체 참여 비율은 72.6퍼센트에 이른다며 “조사 과정에서 연령, 성비만 맞추고, 나머지 변인들을 고려하지 않아 핵심 신자층이 과표집되었기 때문일 것”이고 “이 결과가 모집단 즉 천주교 신자 전체의 생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목 방향 전환, 교리교육 강화 등 제안돼

심포지엄 기조강연을 맡은 김희중 대주교(주교회의 의장)는 “동반 또는 동행의 사목 실천”과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교리교육 강화”를 제안했다.

김 대주교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세상과 교회는 매우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기에 사회적 현안이 생길 때마다 ‘나는 왜 그리스도인이 되려고 하는가’,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어떤 생활양식과 가치관을 지향해야 하는 것인가’ 질문해야 하며, 이 같은 질문들은 그리스도인 신앙생활의 시초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박문수 소장은 중산층화, 양극화, 이데올로기의 신앙화, 양적 고도성장, 제도화, 긍정적 이미지와 높은 사회적 위신이라는 6가지 주제어로 정리했다.

이어 그는 교회의 전망은 “전반적으로 밝지 않았다”며 “양적 성장이 사실상 멈춘 상태이므로 신앙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쪽으로 사목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교회가 공동체, 유사 가족 기능을 더 많이 요구받게 될 것이고 이에 맞춰 신자들이 상부상조할 계기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 신자들의 주체적, 능동적 활동과 노력을 지원할 것, 남이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각한 이들이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정희완 신부(대구가톨릭대 교수)가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가톨릭 신앙이 수행되는 방식에 대한 하나의 비판적 성찰’을 주제로 발제했으며, 이에 대해 김정용 신부(광주대교구 사목국장)가 논평했다.

조사는 어떻게 이뤄졌나

한편, 이번 조사는 가톨릭신문사의 의뢰로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실시했다. 대상은 20세 이상 성인 신자로, 구조화된 설문지에 개개인이 직접 답변을 쓰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조사 대상자 선정을 위해 신자 수가 많은 순서로 8개 교구를 선정하고 각 교구의 특성을 대표하는 본당 21개를 추출한 뒤, 다시 지역별, 성별, 연령별 신자 구성비를 반영한 층화계통추출법을 적용해 표본을 추출했다.

표본 수는 일반 신자 1794명, 냉담교우 318명이며, 설문조사는 2016년 10월 1일-11월 15일에 실시됐다. 질문은 일반 신자용 28개, 냉담 교우용 11개 문항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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