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티에레스 신부] 3월 19일(사순 제3주일) 요한 4,5-42

예수님의 사명은 유대 민족의 테두리 그리고 당대의 생각들과 편견들을 넘어 진행된다.

생명의 물

여기에서 우리는 요한의 아름다운 구절들을 만나게 된다. 이 구절들은 예수님의 사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측면을 보여 준다. 사마리아인들은 그들의 종교와 관습들이 이교도들의 요소와 섞여 있다 하여 선한 유대인들로부터 경멸을 받았다. 가장 뜨거운 한낮에(낮 12시쯤) 예수님은 혼자 “야곱의 우물 가까이” 있다.(요한 4,6) 그분은 사마리아 여인에게 물을 달라고 청한다. 여인은 놀란다. 유대인들은 보통 사마리아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님은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종교적 차이들을 무시하고 뛰어넘어 소박하게 인간적 연대감을 표현하며 여인에게 물을 청한 것이다. 주님은 “살아 있는 물”의 메시지를 전할 상황에 처해서 대담하게 여인에게 다가선다. 사마리아 여인도 생명의 물을 받을 권리가 있기에 예수님은 여인에게 말을 걸 뿐만 아니라 생명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다시 한번 주님의 태도는 종교적 정치적 경계들을 넘어서는 것이다. 그러나 여인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의 관점은 넓혀져야 했다. 예수님은 그분의 제안을 갖고 찬찬히 여인과 대화를 계속한다. 그분이 주는 물은 충만함과 생명으로 사람의 갈증을 영원히 가시게 해 줄 것이라고 말한다.(요한 4,13-14) 그분은 성령의 힘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요한 4,24) 사마리아 여인의 저항은 약해지기 시작한다. 여인은 모든 것을 다 이해하지는 못해도 생명의 물을 청한다.(요한 4,15)

그러자 예수님은 사마리아 여인의 마음을 읽고, 여인은 “과연 선생님은 예언자이십니다”(요한 4,19)하고 감탄한다. 예수님은 다음과 같이 사마리아 여인에게 말하면서 복음 선포를 마무리한다. 즉, 예배하는 사람들은 아버지께 “영과 진리 안에서”(요한 4,24) 예배를 드려야 한다고. 참다운 예배는 유대인들과 사마리아인들의 예배 훨씬 그 이상의 것이다. 가까이 계시는 사랑하시는 아버지인 하느님께 예배 드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 '예수와 사마리아 여인', 렘브란트. (이미지 출처 = Wikiart)

그리스도일까?

사마리아인들도 메시아를 기대하고 있었다.(요한 4,25) 주님은 당신이 누구인지 드러낸다: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요한 4,26) 예수님과의 만남은 여인에게 다른 이들과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을 넣어 주고 멸시받는 민족으로부터 온 이 여인은 그러므로 메시아를 전하는 사자가 된다.(요한 4,28-29) 여인은 동네 사람들에게로 돌아가서 그가 발견하게 된 것을 믿게 되었다고 그들에게 말한다. 한편 유대인들인 제자들은 감히 예수님에게 비난의 말을 하지 못하지만 내심 놀라고 있다. 주님은 며칠 동안 사마리아 사람들과 함께 머물며 직접 말씀을 증언한다.(요한 4,40-42) 이 이야기를 통하여 요한은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들 안에 사마리아인들이 있었음을 말하고자 했는지 모른다. 성령은 하느님의 사랑을 우리의 온갖 인간적 조건에 상관없이 쏟아 준다.(로마 5,5)

믿는 이들은 믿는 사람끼리만 머물려는 성향을 자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예수님의 사랑은 제한을 모르며 그분이 선포하는 하느님은 우리가 지어 놓은 자리나 그분을 이해하려고 만든 개념들 안에 갇히는 분이 아니다. 오늘날 라틴 아메리카에서 우리는 힘껏 소리 내어 기쁜 소식을 선언해야 한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평화와 정의의 메시지와 기쁜 소식이 피를 흘리고 죽어 가며 매일매일 더 가난해지고 있는 대륙 곳곳에 이르도록 해야 한다. 바위에서 나오는 물,(탈출 17,6) 야곱의 우물에서 나오는 물, 예수님의 마음에서 나오는 물은 모든 것을 다 포용해야 한다.

 
 
구스타보 구티에레스 신부
1928년 페루 리마 출생. 의대를 졸업한 뒤에 사제로 살기로 결단했다. 사제가 된 뒤에는 리마 가톨릭대학에서 신학과 사회과학을 가르치면서 리마 빈민지역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목을 했다. 대표적인 해방신학자로 빈민의 관점에서 복음을 증거해 왔다. 주요 저술로는 "해방신학"(1971)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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