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계, "적폐 청산, 헌재 빠른 판결" 촉구

▲ 12월 9일 제18대 대통령 박근혜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 (이미지 출처 = 청와대 홈페이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이제 헌법재판소의 손으로 넘어갔다. 이에 천주교계에서는 탄핵을 환영할 뿐 아니라 그동안 박근혜 정권 등 수십 년 쌓인 적폐를 청산할 시작점으로 보고 아울러 헌재에는 국정 안정을 위해 조속한 판결을 촉구했다.

12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 친박 최경환 의원이 투표에 불참해 총 299명이 투표했으며,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였다.

이에 따라 국회의장이 보낸 탄핵안 의결서가 국회 법사위원장과 헌법재판소, 그리고 탄핵된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송달되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헌법재판소 판결이 날 때까지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한다. 사실상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곧바로 직무가 정지되는 것이다.

탄핵안 가결에 대해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총무 김유정 신부는 “(탄핵안 가결은)지금까지 정치인들이 시민들을 이리저리 편가르기해 왔다면, 이번에는 시민들이 정치권을 압박하고 의견을 반영했다는 것에서 대단한 일”이라며 기쁘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신앙적 관점에서 이 사건은 오늘날의 “출애굽 사건”이라며, “민중 안에 있는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이룬 일, 하느님이 고통받는 민중의 역사에 개입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헌법재판소 판결 등 남은 절차에 대해서도, “헌재도 시민들의 원의를 제대로 읽는다면 해법은 빨리 나올 것”이라며, “국정안정화는 박근혜 한 사람의 탄핵이 아니라 정부와 내각 전체에 대한 심판에서 이뤄진다. 주변에서 방관하고 유착했던 모든 이들의 동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황교안 총리도 자진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교회도 함께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교회가 예언자직을 수행하는 데 가장 어려웠던 것은 교리에 입각한 교회의 목소리를 정치개입으로 왜곡, 오해하고 불편해하는 이들이었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복음의 기쁨'을 통해서 강조하는 복음화의 사회적 차원, 오늘의 세상을 복음의 빛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성직자들를 비롯한 모든 교회 구성원들이 교회의 가르침에 대해 숙고하고, 복음화는 우리 모두의 책임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이 결과는 저절로 이룬 것이 아니고 민중의 피땀으로 이룬 결과다. 이제 민중이 역사의 주인공으로 등극하는 세상을 향해 힘차게 나아갈 것”이라고 논평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김검회 사무국장(엘리사벳)은 “탄핵 가결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탄핵 가결 소식을 들은 직후 김 사무국장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의 통화에서 내일은 당장 광장이 축제의 분위기가 되겠지만, 다음 주부터는 관심이 느슨해질 수 있다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해 검찰 수사와 사법 처벌에 대해 계속해서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은 6월항쟁부터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열망과 움직임이 크고, 지난 주말에는 22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매주 광장에 시민들이 모이는 것이 젊은 세대가 정치와 사회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고 역사적이며, 중요한 기억이 될 것”이라며 이런 경험이 탄핵 가결 이후에도 노동개혁, 재벌개혁, 국정교과서, 평화 문제 등 그동안 국정농단에 가려졌던 이슈들도 드러나 민주주의로 가는 세부적 작업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된 국회 현장. (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 동영상 갈무리)

서울대교구 창동본당 신자인 박경수 씨(프란치스코)는 “그동안 4.19나 6월항쟁처럼 미완의 민주화 시도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상당히 두렵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벅차기도 했다”면서, “이 커다란 기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남은 많은 시간과 절차에 대해 관심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정치권, 특히 야권이 그들의 성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면서, “이는 여권이 너무 잘못했기 때문이지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다. 특히 정치권이 국민들의 열망을 희석시키지 않도록 우리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이 역시 시민들에게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탄핵 이후 모든 공범자와 협조자들에 대한 심판과 구속 수사, 박근혜의 빠른 퇴진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한다면서, “또 박근혜 정권이 만든 적폐, 즉 모든 잘못된 정책을 수정,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수 씨는, 무엇보다 지난 두 달간 탄핵 정국을 지나오면서 시민사회가 다시 회복된 것이 가장 기쁘고 감사했다면서, “공동선을 위해서 시민들 각자와 시민사회계가 계속 스스로 정치권을 감시하고 요구하는 태도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 또 교회 안에서도 사회복음화의 주역이 평신도들임을 잊지 말고 그 몫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탄핵심판 사건이 접수되면 헌법재판소는 180일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 참고로 노무현 대통령 때는 63일 만에 선고했다. 박한철 소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 등 총 9명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 6명이 찬성해야 탄핵이 확정된다. 헌재에서 탄핵이 확정되면 60일 안에 대통령 선거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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