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 인정 없는 자비와 용서는 없다"

“헌법에 입각한 헌법재판소의 공정한 판결을 수용하는 일은 진정한 민주주의 성숙의 출발점이다”

천주교 주교회의가 3월 10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헌법재판소가 법치주의 실현과 민주주의 도약을 보여 줄 것을 기대한다”며, 헌재 판결을 화해와 일치의 자세로 수용하자고 호소했다.

주교회의는 100여 일간의 탄핵정국을 보내며, 탄핵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 폭력을 겪는 등 혼란 중에 정의의 기반을 뒤흔드는 일들이 강행돼, 위기의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하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는 헌재 판결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의 탄핵 반대 시위가 강화되어 온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주교회의는 “숱한 희생을 치르며 쌓아 온 민주주의를 농락하는 악의 기운에 맞서 꿋꿋이 법 정의를 실현하려는 헌재의 노고와 용기에 지지를 표명한다”며, 교회는 헌재가 법치주의 건재를 입증하는 공정한 판결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또 선고 이후 극명하게 드러날 갈등에 대해 “선고가 모든 국민을 만족시킬 수 없지만, 엄정하게 이뤄진 판결에 불복하는 극렬한 대립과 갈등은 파국을 향한 광란의 질주”라며, “건국 이래 최대 위기는 냉철하고 성숙한 민주주의 의식으로만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교회의는 탄핵이라는 정치적 위기뿐 아니라 경제, 외교, 국방, 교육과 민생 등 모든 영역의 심각한 위기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한국 천주교회는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를 고조시키고 무력으로 성취될 거짓 평화를 약속하는 모든 움직임을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죄의 인정 없는 자비와 용서는 없다”는 보편 교회의 입장을 강조한 주교회의는 “어둠을 잉태하는 악의 위협에 침묵하는 신앙은 악과 죽음을 이긴 부활의 기쁨을 증거할 수 없으며, 빛의 힘은 하느님의 뜻을 ‘여기 지금’ 실현하려는 기도와 행동으로만 증거된다”며, “국가 최대의 위기를 성숙한 민주시민 의식으로 슬기롭게 극복하는 국민의 일치를 호소한다”고 했다.

▲ 헌법재판소는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역사적 판결을 선고한다. ⓒ정현진 기자

한편 주교회의는 탄핵 정국이 시작된 직후부터 명확한 교회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지난해 11월 1일 성명을 내고 “국민 주권과 법치주의 유린”이 명백한 반헌법적 행위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전적인 책임을 물었다.

정평위는 “도덕 원칙과 사회 정의 규범을 한꺼번에 짓밟는 정치적 부패는 국가의 올바른 통치를 위협한다”며, '박근혜-최순실 사건' 관련자 전원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진실 규명을 촉구하고, 정의구현을 위한 교회의 소명을 실천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어 12월 7일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도 국회의 대통령 탄핵 결정에 앞서 “국민의 대통령 퇴진 요구는 정당하며, 탄핵 절차는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되돌아보는 소중한 기회”라고 밝혔다.

사회주교위는 “수차례에 걸친 촛불집회는 수많은 아픔과 희생 위에 세워진 이 나라 민주주의를 지켜 내려는 국민의 몸부림이며, 인간의 존엄과 공정의 선포”라며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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