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교구 설립 90주년

한국 천주교가 평양교구 설립 90주년을 기념하고 있다. 평안남북도를 관할하는 평양교구는 1927년 3월 17일 당시 서울대목구에서 분리돼 평양지목구로 출발했다.

오늘날 북한의 천주교인 단체로 조선 카톨릭교협회가 있으나 남북관계 여건상 교류가 쉽지 않으며, 한국전쟁 뒤 북한에 상주하는 사제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천주교 신자들 사이에서 평양교구 등 북한 지역 교회는 잊혀져 가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대교구가 2015년 11월부터 ‘내 마음의 북녘 본당 갖기’ 기도운동을 펼치며 신자들에게 관심과 기억을 촉구해 왔고, 미래의 교회 재건을 염두에 두고 앞으로 평양교구에서 사제로 일할 신학생을 꾸준히 양성하고 있다. 이들 중 김용찬 신부가 2016년 사제품을 받았다.

현재 서울 명동 갤러리 1898에서는 평양교구 설립 90주년 기념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사진전은 3월 14일까지 계속된다.

▲ 서울 명동 갤러리 1898에서 평양교구 설립 90주년 기념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강한 기자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하고 있는 염수정 추기경(서울대교구장)은 사진전을 소개하는 글에서 “북한의 상황은 더욱 부정적으로 폐쇄되어 가고 북에서의 뜨거웠던 신앙의 열기를 기억하는 이들도 점차 유명을 달리하고 있어 이제 평양교구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조차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고 걱정했다.

염 추기경에 따르면 이번에 전시되는 사진 대부분은 미국 뉴욕의 메리놀 외방선교회 문서고에 보관되어 있던 것들이다. 메리놀 외방선교회의 선교사들은 평양교구의 기초를 놓았다. 이 선교회 출신 패트릭 번 주교가 첫 교구장이었다.

평양교구를 기념하는 것은 천주교가 집중해 온 주제 중 하나인 ‘민족화해’와 관계가 깊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한국 교회가 시복을 추진하고 있는 평양교구장 홍용호 주교와 동료 80위 가운데 다수가 북한 공산정권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죽음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도할 것인가도 중요해 보인다. 서울대교구는 이들 81명 중 평양교구 인물 24명의 모습을 담은 순교자 성화를 3월 18일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3월 18일 오전 11시 명동성당에서는 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교구 설립 90주년 감사미사가 봉헌된다. 서울대교구는 보도자료에서 이 미사는 “박해의 어려움 속에서도 교회를 지켜나가던 평양교구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들을 기억하는 한편, 지금도 신앙을 지켜 나가고 있을 북녘의 형제, 자매들을 위해 봉헌된다”고 밝혔다.

▲ 천주교 평양교구 설립 90주년 기념사진전에 전시 중인 1948년 10월 10일 홍용호 주교 등 평양교구 사제단의 마지막 단체 사진. (사진 출처 = 서울대교구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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