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화해센터에 전시회 연 이승구, 조명혜 부부

흐릿해져가는 흑백 사진이나 나이 많은 사제들의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북한의 천주교.

평양교구 관후리 주교좌성당, 함흥교구 북청성당,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도회 상수구리 모원 등 북한에 있던 천주교 성당, 수도원, 신학교가 펜화 작품으로 되살아났다. 그 장소가 평양 외곽에 있던 서포 메리놀센터를 본뜬 경기도 파주 민족화해센터라는 점도 의미 깊다.

‘분단 70년, 펜화로 보는 북녘, 신앙유적지 순례전’을 시작한 이승구, 조명혜 부부를 민족화해센터에서 만나 작품 이야기를 들었다.

조명혜 씨(엘리사벳, 53)는 북한 천주교회도 우리나라의 역사인데 아는 사람이 많지 않고 잊히고 있다는 것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 ‘분단 70년, 펜화로 보는 북녘, 신앙유적지 순례전’을 시작한 이승구(오른쪽), 조명혜 부부. 왼쪽의 펜화 작품에는 평양교구 관후리 주교좌성당의 모습을 담았다.ⓒ강한 기자

“매우 어려웠던 시절이잖아요? 열의와 사랑이 없었다면 저런 건물들을 어떻게 지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우리보다 더 열정적이고 사랑이 강했던 게 아닐까요?”

서울대교구 방배동본당 신자인 부부는 북한 교회와 직접 관계는 없었다. 부부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직업으로 삼고 있었지만, 2011년부터 디자인과 별개로 펜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김영택 화백에게서 수업도 받았다. 조 씨는 “요즘은 다 캐드(CAD)로 하지만, 저희 세대 때는 일일이 펜으로 도면, 투시도를 그렸다”면서 “시간이 조금 남는 제가 건축 크로키를 해 볼까 하고 펜화를 시작하다 보니 이쪽으로 인연이 닿았다”고 설명했다.

북한에 있던 성당이나 수도원은 분단과 전쟁을 겪으며 대부분 파괴됐기에 몇 장 남지 않은 사진에 의존해 펜화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오래된 사진들이라 보존 상태가 좋지 않거나 불완전한 것이 많아 그리는 데 애를 먹었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본부장을 지낸 장긍선 신부가 많은 자료를 제공했고,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서도 북한에 있던 덕원수도원과 관련된 작품을 의뢰했다.

이승구 씨(요셉, 53)는 펜화 작업을 하다 보니 분단과 한국전쟁 전에는 북한 교회가 오히려 발전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건축물도 더 멋있고, 스케일도 크고, 인구도 많았는데 전쟁 때문에 역전되고 보존도 안 된 것”이라면서 안타까워했다. 조명혜 씨도 북한 천주교에 관한 자료를 한 군데 모아 정리하지 않으면 결국 자료가 없어지고 묻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분단 70년, 펜화로 보는 북녘, 신앙유적지 순례전’에는 모두 44개 작품이 전시돼, 4월 9일부터 6월 28일까지 경기도 파주 민족화해센터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이 중 22개 작품이 평양, 함흥교구, 연길대목구, 덕원자치수도원구 등 북한 지역에 있던 천주교의 모습을 담아 전시홀 2층에 걸렸다. 1층에 전시된 작품은 공세리성당과 인천 답동성당 등 현재 남한에 있는 천주교 성당과 사적지를 담은 펜화다.

연길대목구는 흔히 북간도라고 부르던 중국 지린성 옌지 지역을 맡은 교구로서 해방 이후 1946년에 중국 교회 관할로 옮겨졌다.

▲ 비현성당. 신의주 근처 평북 의주군 비현면에 있었다.(사진 제공 = 이승구, 조명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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