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탈핵희망 국토도보순례 마친 성원기 교수

18일 아침 서울 노량진동 성당에서 한강을 건너 광화문광장까지 이어진 도보순례 행진을 따라 걸으며 성원기 교수(토마스 모어, 61, 원주교구 성내동 본당)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가 이끈 ‘탈핵희망 국토도보순례’가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끝났다.

참가자 100여 명은 광화문광장에서 ‘탈핵 미사’를 봉헌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핵발전소 확대정책 중단”,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취소 판결에 대한 항소 철회”, “재생에너지 지원 및 확대정책 실시”를 요구했다.

성 교수는 강원 삼척에 있는 강원대 공과대학 전자정보통신공학부에서 일하고 있으며, 2013년 여름 처음으로 탈핵 도보순례를 시작했다.

▲ 성원기 교수(가운데)가 2월 18일 정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탈핵 미사'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다. ⓒ강한 기자

성 교수는 우리나라의 전기 수요의 30퍼센트를 재생에너지로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의 에너지 정책은 ‘핵 산업계’와 재벌의 이익을 보전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과 결별하고 희생을 요구할 수 있는 정부를 세워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탈핵이 곧 ‘에너지정책의 전환’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분들이 많지 않아요. 핵발전소에서 만드는 전기가 우리나라의 전체 전기의 30퍼센트 정도 비중이 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하지요. 엄두가 안 나니 탈핵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자력발전소를 멈추면 전기가 부족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성 교수는 일본이 후쿠시마 사고 때 견뎠던 것처럼 한국도 원전 없이 살 수 있을 만큼 발전 용량이 높다고 말했다.

“그런 접근뿐만 아니라 핵발전소의 비중 30퍼센트를 다른 방법으로 생산하면 핵발전소를 끌 수 있어요. 그 30퍼센트의 전기를 태양광, 풍력으로 만들자는 것이죠.”

특히 그는 민간 가정과 소규모 업체가 생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독일을 예로 든다.

“전기 30퍼센트를 재생에너지로 만들면 발전업자가 바뀝니다. 재생에너지의 발전업자는 소규모가 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만드는 전기를 모아서 쓰는 방식이에요. 똑같은 전기를 만드는데 소득이 분배됩니다. 그래서 가계 소득이 오르면 내수경제가 살아나고 수많은 중소기업형 일자리도 만들 수 있어요.”

▲ 2월 18일 '탈핵희망 국토도보순례'에 참여한 이들이 "핵발전 멈춰"라고 쓴 팻말을 들고 서울 거리를 걷고 있다. ⓒ강한 기자

구체적 방법으로는 한국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포기한 발전차액제도(FIT)를 다시 도입하는 것을 제안했다. 발전차액제도는 정부가 고시한 신재생에너지 기준가격과 전력시장가격 사이의 차액을 보존해주는 제도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있다.

지금의 정책은 신재생에너지공급 의무화제도(RPS)로, 몇몇 발전사를 공급의무자로 지정하고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의무 공급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과징금을 내게 되어 있지만, 발전사 다수가 효율성이 떨어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소홀히 한 결과 애초 목적과 달리 재생에너지 확대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성원기 교수는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핵발전소 그만 짓고, 오래된 것 끄고, 재생에너지 사업 육성”하라고 요구하고, 그런 정책을 약속하는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에너지 정책 때문에 “국민은 가난하면서 핵 사고 위험을 끌어안고 살고 있다”며 “그것 하나만으로도 탄핵 사유”라고 말했다.

2013년 6월 시작해 여름, 겨울철마다 이어진 탈핵희망 국토도보순례가 세운 기록은 “총 248일, 4341킬로미터”다. 이번 겨울, 영광 원전을 출발해 서울까지 31일 동안 이어진 순례에 성 교수 말고도 4명이 거의 전체 구간을 함께 걸었다.

순례를 마친 성 교수는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마련하고 자리를 잡았다. 그는 대선 때까지 이 자리를 지키며 탈핵과 재생에너지 정책을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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