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탈핵연대 등 '탈핵, 에너지전환 시민사회 로드맵' 시작

탈핵과 에너지전환을 위한 현실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탈핵 운동단체와 시민들의 요청에 따라 “탈핵과 에너지전환을 위한 시민사회 로드맵 구성”을 위한 활동이 시작됐다.

천주교탈핵연대, 에너지정의행동 등은 12월 15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보고회를 열고, “탈핵과 에너지전환을 위한 시민사회 로드맵을 통해 지금까지 핵발전소 없는 한국을 만들기 위한 모든 자료와 활동 내용을 정리하는 한편, 탈핵 운동 안에서 제시된 다양한 이슈와 의제를 정리하고 실행하는 단계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탈핵을 위한 구체적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요청에 천주교탈핵연대 차원에서 지원 및 협력하기로 했다는 양기석 신부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오늘 보고회는 탈핵 운동단체와 시민들에게 참여해 달라는 제안을 한 자리”라며, “대선 일정이 분명하지 않지만 3월쯤 초안을 내고, 최종 정책 결과물이 나오면 참여한 모든 이들의 명의로 ‘탈핵,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결과물을 각 정당과 대선후보들에게 제안해 구체적으로 정책에 반영되도록 요구할 예정이다.

양 신부는, 독일이 내건 탈핵 정책도 이미 2010년 이전 독일 시민사회 진영에서 제안했고 독일 정부가 2011년 그것을 법으로 수용한 것이라면서, 한국에서도 그런 사례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는 연구기금을 마련하거나 지원받는 것이 어려워 전문적 연구 용역을 수행하기 힘든 현실이고, 그러다 보니 문제제기는 하지만 정책 반영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드물어 아쉬웠지만, 이번에는 연구용역비를 따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  “가만히 있으면 정부가 알아서 우리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는다. 시민들이 직접 민주적인 방식으로 우리 사회를 바꾸는 한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 12월 15일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시민들이 직접 탈핵과 에너지전환을 위한 정책을 만들자는 '탈핵, 에너지전환 시민사회 로드맵 착수 보고회'가 열렸다. ⓒ정현진 기자

로드맵 구성 목적에 대해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2017년은 대선과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등 에너지 정책에서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며, “당장 다음 대선 에너지 정책 관련 공약과 3차 에너지기본계획,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탈핵에 맞춰 결정되고 맞물려 실행되어야만 탈핵 에너지전환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 참여할 각 연대 단체와 시민들과 함께 실행위원회와 연대체를 구성하고, 올해 말부터 내년 6월까지 7개월간 현재 한국 에너지 상황을 바탕으로 한 탈핵과 에너지전환 로드맵 수립, 현재부터 차기 정부에 이르는 주요 에너지 이슈와 현안에 관한 탈핵운동 측의 목표 설정, 그리고 2030년까지의 탈핵과 에너지전환을 위한 목표, 과제 설명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역별 주요 탈핵 이슈는 대전시 핵 관련 기관 밀집과 핵연료 공장 문제, 삼척과 영덕 신규 핵발전소, 울진 핵발전소 추가건설과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 영광과 고창 고준위 핵폐기물, 경주 지진과 노후핵발전소, 방폐장, 부산과 울산 고리 1호기 폐쇄와 신고리 준공, 고준위 핵폐기물 등 6개 지역에서 진행 중이며, 그 밖에 충남 당진 석탄화력발전소 문제, 강원도와 경기도 송전선로 추가 증설, 수도권 에너지 자급률 증대 방안, 제주도 육상 송전 및 재생에너지 이슈 등이 있다.

한편 이날 보고회에 앞서 열린 기조강연에서는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강우일 주교와 김정욱 교수(전 서울대 환경대학원장)가 탈핵, 에너지 전환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말했다.

강우일 주교는 먼저 역사적 전환기를 겪고 있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핵발전소 문제를 시민사회가 함께 생각하고 견해를 모아 에너지 정책의 근간을 제공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며, “이 전환의 중심은 에너지 전환”이라고 말했다.

강 주교는 또 많은 이들이 핵발전의 위험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상당히 추상적인 수준이며, 무엇보다 알아야 할 것은, “핵무기와 핵발전소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는 것”이라며, “핵발전을 반대하는 이유는 인간존중 때문이며, 인간 삶의 장인 생태계 균형과 질서를 무너뜨리는 핵을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 교회 가르침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욱 교수는 한국의 에너지 산업 현황을 설명하면서, “2015년 말 한전 부채가 107조 3000억 원, 핵발전소 사후처리비용 연간 11조 원, 에너지 수입 비용 연간 170조 원, 핵발전소 1기를 짓는데 54조 원이 드는데도, 한국에는 에너지효율정책 자체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에너지 절약기술을 도입하면 비용은 핵발전소의 10퍼센트밖에 들지 않는다. 또 재생에너지 기술 발달로 생산단가는 10년 전 비용의 약 30퍼센트로 떨어졌다”며,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전반적인 에너지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최근 핵 밀집지역 인근의 잦은 지진을 우려하면서, “만약 고리 3호기가 터진다면 남한의 절반 지역은 30년간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비워야 한다”고 경고하면서, “집중형 에너지체계를 분산형으로 바꿔야 한다. 또 정부의 말처럼 ‘블랙 아웃’을 걱정한다면 중간에 가동을 중단하거나 생산량을 조절할 수 없는 핵발전소는 더더욱 안 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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