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구 청년모임 ‘사교뭉치’ "가톨릭청년보고서" 펴내

“교회에 왜 청년들이 없을까?”라는 사목자들의 물음에, 청년들은 이렇게 되묻는다. “교회는 청년을 누구라고 생각하나요? 청년은 교회에게 무엇입니까?” 그리고 이렇게 답했다. “청년은 이 시대의 ‘가난한 이들’이며, 그들은 교회 울타리 너머 어디에나 있습니다.”

김희영(세레나), 성지민(그라시아), 우동준(마르첼리노). 부산교구 1990년생 동갑내기 청년 3명이 교회 내 청년들의 목소리를 기록해 "가톨릭청년보고서"라는 이름으로 엮었다. 140여 페이지의 이 보고서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배경과 청년 20여 명의 인터뷰 내용, 청년들의 노동 실태, 청년들의 현실과 청년사목에 대한 부산교구 신학생 17명의 의견이 실렸다.

이 세 청년이 1년 전 시작한 모임의 이름은 ‘사교뭉치’. “가톨릭 신앙 안에서 말씀과 기도를 바탕으로 하느님의 믿음과 이끄심, 구체적 행동과 실천으로, 너와 나라는 표징으로 열매를 맺고자, 가톨릭 사회교리를 알리고자 뭉친 청년모임”이다.

▲ '사교뭉치'가 펴낸 "가톨릭청년보고서"는 부산교구 각 성당 청년회와 청년 사목 담당자들에게 배포될 예정이다. (사진 제공 = 사교뭉치)

여느 청년들처럼 불안한 현재와 불확실한 미래를 고민하고, 삶과 신앙의 주체성을 찾고자 했던 이들은, 하느님 사랑을 산다는 것,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 나섰다. 이들은 “연구와 기도, 행동”을 축으로 "복음의 기쁨", ‘가톨릭 청년 사회교리서’ 등을 읽으며 공부하고 밀양, 세월호, 촛불집회 현장에서 연대하며, 영성 생활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기도했다.

“가톨릭청년보고서”는 이 과정에서 떠오른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교회 안 청년 당사자였던 이들은 “교회 구성원인 청년들의 목소리가 교회 공동체 안에서 공유되고, 사목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창구가 없다. 청년이 교회에서 사라지는 현실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이를 청년 개인의 문제로 환원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도달했다.

청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이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고 머리를 맞댄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 주변 청년들을 찾아 그들의 신앙생활, 개인 삶의 이야기, 교회 공동체와 청년 사목에 대한 의견을 듣고, 기록했다. 사제와 수도자들에게는 청년들에게 궁금한 것을 묻고, 다시 청년들로부터 교회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었다.

“사교뭉치는 길 잃은 한 마리의 양, 이 하나의 삶과 목소리에 집중하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청년들이 교회에서 사라지는 상황에 대한 진단과 평가가 아니라, 잃은 양을 찾아 나서고 그 목소리를 담아내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정말 애타야 하는 것은 교회가 늙어 간다는 걱정보다 울타리 밖 양들이 보내는 매일의 삶일 것입니다.” 

우동준 씨는 교회에서 청년들을 향해 하는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청년이 교회의 미래”지만, 현대 사회에서 청년 사목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청년이 또 다른 형태의 가난을 겪는 이들이며, 교회는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소명 안에서 야전병원으로서 가난한 이들인 청년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교정 사목, 시장 사목, 노동 사목 등은 사목 대상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높고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알지만, 청년사목의 방향은 모호하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당사자들의 목소리고, 그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 때, 청년 사목의 구체적 방향이 잡힐 것”이라고 보고서 작성 이유를 밝혔다.

또 그는 청년 사목의 현장은 청년들이 일하고, 살아가는 모든 곳이라면서, “청년들은 멀리 있지 않다. 문을 열고 나가면 있는 밥집, 술집, 편의점, 카페에서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고 계산하는 이들이 청년이며, 이들이 성전으로 오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있는 그곳에서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 사교뭉치 세 회원은 공부와 기도, 행동의 일치를 지향한다. "복음의 기쁨" 강독 모임. (사진 제공 = 사교뭉치)


교회에서도 ‘노오력’해야 하는 청년들
"제발 청년들에게 물어봐 주세요. 직접, 끈질기게...."


이들이 3개월간 만난 청년들은 약 20명으로, 본당 청년회, 교리교사회를 비롯한 신심단체에서 활동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아르바이트생, 직장인, 자영업자 등 다양한 입장을 갖고 있었고, 일요일까지 일하면서도 교회 공동체에 충실하고자 하는 이들이었다. 신앙과 공동체는 힘든 삶 안에서 소중한 버팀목이지만, 다른 한편 한없이 기대고 싶은 그 공동체로부터 상처받고 위로받지 못한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그리고 제발 청년들의 말을 들어 달라고 호소한다.

“교회로부터 얻고 싶은 것은 누군가 나와 함께 공감하고, 그래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것입니다. 그러나 교회 때문에 힘을 잃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고 살고 있지만, 서로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을 느낄 수 없습니다.”

“일단 이야기를 들어 줬으면 좋겠어요. 우리에게 물어봐 줬으면, 진짜 물어봐 줬으면 좋겠어요. 한 명 한 명한테 다가간다는 마음으로요. 청년들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거든요. 그래서 물어봐야 해요. 모르는데, 청년들을 위해 뭐든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죠. 그리고 끈질기게 물어봐야 해요. 질릴 정도로. 진짜 이 사람이 내 말을 들어 주려고 하는구나 생각하면 앞뒤 생각 안 하고 말하게 되거든요.”

“사목자들은 정말 청년들이 신앙생활을 안 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나요? 왜 사람들이 교회에 오지 않을까가 아니라 왜 이 사람들이 힘들어 할까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지금의 교회에서 청년들이 무엇을 얻어 갈 수 있을까요. 청년들이 교회에 있는 것은 시간이나 능력, 돈 외에 뭔가 다른 것을 얻고 싶은 건데, 교회가 그것을 주지 못하니 청년들은 교회에 있을 이유가 없어요. 청년들의 마음만 탓할 것이 아니라 교회가 청년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 봐야 합니다.”

“청년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고, 지켜봐 줬으면 좋겠어요.”

“교회 안에서 삶을 나누고 싶습니다.”

보고서에 담긴 청년들의 목소리다.

▲ "가톨릭청년보고서"를 위한 초안 회의. 교회, 청년을 부탁해! (사진 제공 = 사교뭉치)

인터뷰 결과는 청년들이 교회 안에서 자신의 존재와 역할 확인, 공감과 존중을 요구하고 있으며, 교회는 과열된 경쟁과 파편화, 양극화된 사회에서 청년들이 존중받고 위로받을 수 있는 곳으로 존재한다고 보여 준다. 또 청년들은 신앙과 삶이 분리된 상황에서 괴리감조차 느끼지 못하고 혹은 이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만, 한편 영성 생활과 교리 교육 등의 기회를 요구하면서, 삶과 신앙의 통합을 위해 교회가 적극 도와주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인터뷰를 진행하고 정리한 청년들은 “여러 답변들이 결국 한 가지로 귀결되고, 당연하고 모두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놓치고 있는 부분을 알려 준다”며, “다가가 이야기를 듣기만 했을 뿐인데, 각자의 의견과 생각 끝에는 한곳으로 모아지는 지점들이 보였다. 이 말들이 더 많은 이들에게 전달되고 교회 안에서 공론화되어 실현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이들은 청년들의 이러한 처지와 고민은 교회 안에서만 이야기될 것이 아니라 ‘빈곤’이라는 사회적 문제인 만큼, 사회구조적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밖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제안도 잊지 않았다.

청년 빈곤 문제에 대한 교회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한 신학생은 “사실 종교와 정치는 분리될 수 없는 것임에도 많은 사람에게 심지어 교회 지도자 인사들에게 이러한 사상이 아주 당연시되는 경향이 있다”며, “가장 낮은 이들을 위해 교회는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정치인들이 올바른 정치를 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청년빈곤 문제는 어느 한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문제, 곧 정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 젊은이 기도학교 침묵피정에 참가한 사교뭉치 회원들. (사진 제공 = 사교뭉치)


‘사교뭉치’는 보고서를 마무리하면서, “청년의 현실에 기초한 보다 밀도 있는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며, “교회 밖 청년들, 교회에 나오지 못하는 청년들의 감정과 현실, 교회의 메시지는 이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 등을 더 촘촘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무엇보다 청년들이 이런 기회를 통해 자신들의 말을 함으로써 “혼자가 아니”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청년들에게 교회가 대안이자 희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다”고 했다.

"가톨릭청년보고서"는 부산교구 ‘천주교 사회교리 실천 네트워크’의 도움을 받아 부산교구 청년사목 담당 사제와 수도자, 각 본당 청년회 등에 배포되며, 다른 지역 교구 청소년/청년사목국 배포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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