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은 해결책 안 돼

필리핀 주교회의가 두테르테 정부의 마약에 대한 “전면전”이 치러진 지난 7달 동안의 유혈사태에 항의하고 신자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주교들은 2월 5일 일요일 전국의 본당 미사에서 낭독된 사목성명에서 “우리가 마약범 용의자를 죽이는 데 동의하거나 허용한다면 우리는 그들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범 마약밀매는 중단되고 없어져야 하지만, 그 해결책은 용의자를 죽이는 데 있지 않다.”

두테르테의 마약 전쟁에 대해 개별 주교들이 비판한 적은 있지만 교회 지도부가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이번 성명은 1월 28-30일에 열린 주교회의 정기총회에서 승인됐다. 성명에는 주교회의 의장인 소크라테스 빌레가스 대주교가 서명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취임한 뒤 시작한 반마약 전쟁에서 약 7000명이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주교들은 경찰의 반마약 작전과 자경단에 의한 살인을 강하게 반대하고, “정부라 할지라도 한 생명을 죽일 권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간 두테르테 대통령은 주교들이 위선을 떨고 있다고 비난하고 주교들을 “쌍년의 자식들”, “아동 학대범들”이라고 부르며 자신의 반마약 전쟁을 비판하는 교회지도자들을 강하게 비난해 왔다.

하지만 주교들은 “우리는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지는 형제자매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가해지는 박해가 있을지라도” 이러한 살인에 계속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2월 5일 필리핀 주교들이 전국 본당 미사에서 반마약 전쟁에 대해 한목소리로 입을 연 건 처음이었다. (이미지 출처 = UCANEWS)

이번 성명은 “악의 면전에서 침묵을 지키고 동의하는 것은 그 공범자가 되는 것”이라며 가톨릭신자들도 마찬가지로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마약 중독자와 판매자들을 못 본 체 한다면 우리는 마약 문제의 한 부분이 된다. 우리가 마약중독 용의자를 죽이는 데 동의하거나 허용한다면, 우리는 또한 그들의 죽음에 책임이 있게 된다.”

"마약을 파는 것은 중죄다. 또 다른 잘못을 저지름으로써는 잘못을 교정할 수 없다."

주교들은 필리핀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진 가난이 범죄와 마약 문제의 뿌리라고 규정하면서, 노동자들에게 일자리와 충분한 임금을 줌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각 가정이 약해지지 않도록 강화하고, 부패한 경찰과 판사들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했다.

'부끄러운 줄 모르는 위선'

이번 성명에 대해, 두테르테의 동맹자들은 주교들이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도덕적 힘이 없는” "죄인들"이라고 비난했다.

하원의장인 판탈레온 알바레즈는 주교들이 “그저 부끄러운 줄 모르는 위선 덩어리들”이라고 했다.

두테르테의 대변인인 에르네스토 아벨라는 이번 성명을 내는 데 들인 시간과 노력을 “강한 도덕적 인격을 키우는 실용적 교리교육에 썼으면 더 나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주교회의) 관리들은 필리핀의 변화를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신자들의 정서와 뚜렷이 동떨어졌다.”고 했다.

그러나 상원의원들 일부는 주교들을 지지하며 이번 성명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했다.

판필로 락손 의원은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다”며 사회의 다양한 부문이 두려움 속에 숨기 보다는 일어나 정부를 비판하고 나서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정부를 위해 울리는 경종이다."

▲ 2월 5일 필리핀 주교회의 의장인 소크라테스 빌레가스 대주교가 마약 관련 살인 사건에 관한 사목성명을 발표했다. (이미지 출처 = UCANEWS)

그간 두테르테를 강하게 비판해 온 레일라 데 리마 상원의원은 두테르테가 자기가 생명과 자유, 그리고 사회정의의 가치들을 경멸하면서도 국가 본연의 “도덕적 영적 뿌리”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가짜 우상이자 가짜 메시아”라고 표현했다.

프랜시스 팡길리난 상원의원은 정부의 반마약 전쟁으로 대중의 생명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그것이 범죄자들이 하는 짓이든 국가가 저지르는 것이든, 이 나라의 고질 문제인 가난과 고물가, 그리고 부족한 일자리 문제의 해결책이 절대 아니다."

두테르테 측의 비난에 대해 여러 주교들은 자신들이 윤리에 관련된 문제에는 발언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마르벨 교구의 디누알도 구티에레즈 주교는 “그것이 윤리의 문제라면 우리는 발언할 것이다. 그들이 우리를 위선자라고 부른다 해도, 그건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번 주교회의 성명이 발표되기 며칠 전에는 국제 엠네스티가 “당신이 가난하면 당신은 죽임 당한다: 필리핀의 사법외 살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기사 원문: http://www.ucanews.com/news/philippine-bishops-rally-catholics-against-drug-war/78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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