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도 본당도 정의 실천 부족

(보니파시오 타고)

필리핀의 가톨릭교회는 그 영향력이 인정받아 왔으나 지난해 필리핀인, 특히 가난한 이들이 맞닥뜨린 문제들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에 있었던 선거에서, 교회 기반 선거감시운동 단체인 “책임투표 본당사목위원회”는 교회가 정치 영역에서 차이를 만들어 내는 데 헌신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 주려 노력하였다.

불행히도, 대중이 현명하게 투표하도록, 그리고 정의롭고 인간적인 사회를 창조하는 데 대중이 적극 참여할 권리가 있음을 알도록 교육하려는 조직된 노력이 있었다는 증거는 별로 많지 않았다.

필리핀 가톨릭 신자들의 신앙은 전통적인 성사 집전의 틀 안에 거의 갇혀 있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교회 지도자들- 주교와 사제들은 아마도 신앙이란 진정하고 실제적인 사회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사회의 사회정치적 생활에서 신앙에 바탕을 둔 행동은 여전히 부족하다.

각 본당에서- 본당 프로그램이나 단체들, 그리고 운동들의 형태로- 그리스도인의 생활에는 사회적, 정치적 참여가 신앙의 통합적 표현으로서 포함된다는 강한 증거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독재자였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를 국립묘지에 안장했을 때 실망의 뜻을 밝힌 교회 지도자들은 소크라테스 빌레가스 대주교를 비롯해 몇몇에 지나지 않았다.

그를 국립묘지에 묻는다는 것은 (당시 가톨릭교회가 적극 주도한) 1986년 2월혁명의 정신에 거스르는 모욕이었음에도 주교회의는 일치된 의견을 내지 않았다.

전국의 본당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신앙이 사회정치적 현실과 부응해야 한다고 신자를 교육하는 영성 프로그램도 없었다.

현 두테르테 정부의 반마약 전쟁으로 이미 6000명이 넘는 마약 용의자가 죽었다. 여기에는 우연히 현장 주변에 있다가 죽은 죄없는 어린이들도 있었다.

로드리고 두테르데 대통령은 이런 희생자들을 “부수적 피해”라고 딱지 붙였다.

그럼에도 제도로서의 교회, 그 지도부인 주교회의로 대표되는 교회는 깊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 2016년 1월에 세부에서 열린 세계 성체대회에서 필리핀 가톨릭 신자들이 행렬에 참여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UCANEWS)

나와 다른 한 인간을 죽이는 것은 분명 교회가 제시하는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교의에 어긋난다.

강생(육화), 즉 하느님께서 인간의 육신으로 오신 신비는 인간을 비롯해 모든 물질적 피조물의 존엄을 기념한다. 그리고 파스카의 신비, 즉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은 인간과 창조 세계가 변모하리라는 희망을 약속했다.

즉결 처형과 사형제 부활 제안은 모든 개인은 하느님의 “모상이고 닮았”으며, 각자가 모든 이의 한 아버지인 하느님의 아들 또는 딸이라는 그리스도교의 핵심 교의와 믿음과 정면충돌한다.

마약상이나 범죄자라고 의심되는 용의자를 (재판을 거치지 않고 현장에서) 죽이는 것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국가적 위협이라고 인식하는 마약 문제에 대한 손쉬운 해결책이다. 한편, 사형도 범죄 확산을 막는 또 다른 지름길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필리핀교회 지도자들은 일치된 입장을 취하지 못했고, 윤리적 문제에 대한 구체 행동을 취하도록 신자들을 움직일 조직적 프로그램은 더욱 없었다.

이는 (즉결) 살인들을 단죄하고 사형제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비난하는 데 하느님의 이름으로 말한 개별 주교들의 평판을 떨어뜨리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신앙과 삶의 조직된 제도로서의 필리핀 교회는, 교회 관리들의 합법적 위계질서가 통치하는 이 교회는 대중에게 영향을 주는 이런 문제들을 처리하는 구체 행동계획을 내오지 못하고 있다.

2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 그 앞에서 이야기하던 가난한 어린이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린다. 왜 하느님께서는 아이들이 고통 받게 내버려 두시느냐고 묻던 그 목소리.

그리스도의 몸이자 이 세상 속 하느님의 현존인 교회는 이 기본 질문에 답해야 한다.

교회는 평화와 사랑, 그리고 정의가 지배하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또한 자신의 활동과 구체 행동계획을 통하여 이 세상에 하느님 정의와 평화를 실현할 과제가 있다.

실종된 아이들, 범죄 희생자들의 남은 부인들, 굶주리고 가난한 이들이 정의를 목 놓아 외치며 필리핀교회 지도자들이 하느님의 구원하시는 현존을 자신의 몸으로 느끼고 보고 만지게 해 달라고 기다리고 있다.

(보니파시오 타고는 필리핀 카바나투안에 있는 착한 사마리아인 대학 철학교수이자 교학부총장이다. 현재 아시아 축성생활대학원에서 축성생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기사 원문: http://www.ucanews.com/news/people-hungry-for-justice-need-churchs-presence-felt/78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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