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새해 첫 시국미사

“세상의 십자가 위에 세워진 그리스도교 신앙은 결코 세상과 무관할 수 없다”

천주교 수원교구가 새해 첫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1월 23일 저녁 정자동 주교좌성당에서 이용훈 주교를 비롯한 사제단의 주례로 ‘적폐 청산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국미사’가 있었다. 추운 날씨에도 신자, 수도자, 사제 670여 명이 성당을 가득 메웠다.

미사 끝에는 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의 성명서를 낭독했다. 정평위는 “2017년은 국민의 지혜와 힘을 모아 새로운 시민권력, 진정한 민주정부를 수립해야 한다”며 공정과 복지, 남북화해와 동북아 긴장해소, 생태 보전, 농촌과 지역 살리기, 안전한 사회 건설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했다.

이어 이들은 “세상의 십자가 위에 세워진 그리스도교 신앙은 세상과 무관할 수 없다”며 공동선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추운 날씨에도 신자, 수도자, 사제 670여 명이 미사에 함께했다. ⓒ배선영 기자

최재철 신부(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장)는 강론에서 교회가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내면 종북좌파로 몰리는 현실을 지적하며, “모든 이에게 듣기 좋은 복음은 복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모든 이에게 듣기 좋은 말은 진리를 두루뭉술하게 표현해 이렇게도 저렇게도 들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 최 신부는 사회교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불의한 일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과 입장이 신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한 정치적으로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교회의 가르침을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놓거나 알리지 않고 그냥 지나치도록 두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신부가 주교회의 정평위의 성명서만 잘 읽어 주면 강론시간에 사회정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 ‘왜 종교가 정치에 참여하느냐’는 식의 이야기를 듣지 않게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최 신부는 예비신자 교육 때 사회교리에 대한 교육이 소홀한 점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수원교구는 “한국 천주교회 예비신자 교리서”를 가장 많이 쓰는데, 뒷부분에 사회교리에 대해 자세히 나오지만, 교육 시간이 부족해 이 부분을 종종 대충 넘어간다. 두 번째로 많이 쓰는 예비자 교리서는 서울대교구에서 나온 "함께하는 여정"인데, 여기에는 사회교리 부분이 두루뭉술하게 나오며, 사회교리나 사회적 가르침이라는 말이 없다.

▲ 천주교 수원교구가 1월 23일 저녁 정자동 주교좌성당에서 새해 첫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배선영 기자

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는 지난해 12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주교회의는 2017년부터 예비자 교리에서 사회교리를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 신부는 “예비자 교리 때 사회교리를 분명히 각인시키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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