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결정, 광주 김희중 대주교 밝혀

광주대교구 김희중 대주교와 총대리 옥현진 주교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 탄핵 정국에 대한 의견과 내년 사목 과제 등을 이야기했다. 그는 무엇보다 사회를 위한 언론의 책임을 강조하고, 교회도 신자들을 위한 사회교리 교육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12월 22일 오전 광주대교구청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김 대주교는 먼저 지난해 교회 활동에 대해,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교회는 사회적 문제가 해결되도록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애써 왔다”며, “정치와 종교가 구분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지만, 종교인도 사회구성원으로서 정치와 분리될 수 없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종교는 총론 차원에서 윤리적 방향을 지켜보고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주교회의에서는 올해 백남기 형제 사건, 사드배치 문제 등에 대해 시의적절하게 함께했다고 본다”며, “궁극적으로 종교인들이 정치적인 일, 사회적인 일에 개입하지 않는 사회가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정현진 기자

김 대주교는 현재 탄핵 정국과 촛불집회, 특히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 비망록에서 드러난 정부의 종교계 사찰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우선 그는 비망록에서 이석기 전 의원 탄원서, 통합진보당 해산과 관련해 자신의 이름이 언급된 것을 알고 있다면서, “지금도 그 당시와 같은 입장”이라고 말했다. 

2014년 12월에 헌법재판소가 통진당 해산 결정을 내린 직후 김 대주교는 성탄메시지를 발표한 뒤의 기자간담회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 조화를 이루는 것이 민주주의의 힘인데 이번 판결처럼 다름이 곧 틀림이라는 등식"이 되면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염려한 바 있다.

김 대주교는 당시 발언에 대해 “어느 당에 대한 개인적 호불호가 아니라 헌법적 가치를 지키고 존중하기 위해서 한 일이며 종교인으로서 양심의 기준에 따른 것”이라며, “당시 법관들의 태도에 상당히 서운했다. 법관들은 기계적 판단이 아니라 윤리성과 철학을 가지고 더 넓게 판단해야 하는데, 그저 법의 잣대로만 판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주교는 탄핵 정국과 촛불집회에 대해서도, “보다 성숙한 사회로 나가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라며, 제도로서 국가보다 인간의 존엄과 품위를 지켜줄 수 있는 국가가 되기를 바란다”며,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 특히 장애인들이 배려받고 존엄을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재정이 필요하다면 세금을 더 걷을 수 있을 것이고, 4대강 사업같은 곳에 쓰지 않는다면 재정은 충분히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통령을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 묻자, 김 대주교는 “고른 지역 발전, 공정한 인사 등용, 남북한 화해를 이끌 수 있는 인물을 바란다”며, “특출한 재능으로 홀로 앞서는 지도자가 아니라 좋은 인재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코디네이터(조정자)와 같은 대통령을 바란다”고 밝혔다.

▲ 광주 시국미사에서 신부와 신자들이 촛불과 박근혜 처벌과 새누리당 해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정현진 기자

이번 성탄 메시지를 통해서 “대한민국은 갈림길에 서 있고, 촛불 민심은 새로운 나라를 향한 갈망이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개혁을 이루도록 뜻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한 김 대주교는, 새로운 사회를 위한 교회의 노력을 묻는 질문에, “교회 내적으로는 사회교리 교육을 강화하겠다. 주교회의에서도 내년부터 모든 예비자 교리 과정에서 사회교리를 배우도록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사회적으로는 남북 관계의 회복이 시급하다며, 민간 차원의 교류를 이어갈 것이며, 광주대교구부터 남북 평화협정을 위한 노력을 시작해 국민의 여론으로 이를 이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평화협정을 맺어서 남북 대결구도를 협력구도로 바꾸고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한다면 사드배치, 국가보안법, 정당해산 등 많은 문제가 평화롭게 풀릴 것”이라며, “남북 문제는 정부 정책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민적 공감으로 이뤄야 한다. 교회가 이를 위해 앞장설 것이며, 이미 광주대교구 차원에서는 정부에 대북접촉 승인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현재 한국사회의 문제가 대부분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언론에서 비롯됐고 그만큼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언론의 책임을 강조한 그는, “철학 없는 언론은 언론이 아니라 그저 말소리에 불과하다”며, “사회에서 언론의 소임은 성직자와 같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 공동선을 지향하는 사회는 무엇이며, 이를 위해 정치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살펴서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 언론이 보다 솔직해지고 용기를 갖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대주교는 또 백남기 농민 사건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단지 책임자 처벌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농민이 제대로 대접받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그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는 일”이라며, “농촌과 어촌을 끼고 있는 광주대교구에서도 농민운동에 보다 관심을 가지겠다”고 말했다.

또 옥현진 주교도 “가톨릭농민회와 정의평화위원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기억, 추모하기 위한 활동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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