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국은 이념 아닌 선악 문제.... 모두 한목소리 내야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스캔들이 드러나고 지난 26일 5차 시국대회에 약 190만의 촛불이 타오른 가운데, 가톨릭교회도 국민들의 목소리에 다양한 방법으로 동참하고 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물론 각 교구와 사제단, 신학교 등 각 단위별로 시국선언과 시국미사가 잇따르고 있으며, 매주 열리는 촛불시위에서는 개인, 교구, 단체별로 참여하는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몇몇 성당과 수도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걸어 눈길을 끈다.

▲ (왼쪽)수원교구 비전동 성당(사진 제공 = 최재철 신부), 전주교구 호성만수 성당(사진 제공 = 송년홍 신부)

“교회도 국민으로서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전주교구 호성만수성당은 10월 말부터 성당 뒤 주민들이 오가며 볼 수 있는 자리에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주임 송년홍 신부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그것 말고 할 말이 무엇이 있나”라며, “교회가 이런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드러내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교회의 역할이라면 당연히 나서야 할 상황이다. 더 많은 성당들이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송 신부는 지금까지의 국정농단을 둘러싼 상황 특히 지난 3차 대국민담화에 대해서, “박근혜 퇴진은 이미 대선 부정개입이 드러났던 3년 전에 요구했던 것 아닌가. 그때 알아들었더라면....”이라고 안타까워하며, “대국민담화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이고, 국민들이 왜 촛불을 들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지금은 사퇴만이 답이다. 바람일 뿐일지 몰라도 모든 사제, 주교, 신자들이 한목소리로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교구 평택 비전동성당에도 수원교구 정평위 이름으로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최재철 신부는 수원교구 정평위가 성명서를 발표한 11월 9일부터 달았다면서, “신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시국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 신부는 이번 대국민담화에 대해, “세 번째 ‘대국민우롱’”이라면서, 특히 퇴진이 아닌 ‘진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 “나갈 마음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탄핵이 안 되면 더 큰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쭉정이와 알곡이 확실히 드러나게 될 것이고, 이 분위기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모든 것이 드러났고, 모든 사람이 사태의 본질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교회는 이 사실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시민들과 함께해야 하고 또 함께한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 (위쪽)인천교구 구월1동 성당(사진 제공 = 김일회 신부), 작은형제회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사진 제공 = 석일웅 수사)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는 아예 관구 차원에서 현수막 게시를 결정했다. 각 공동체는 개별 결정에 맡겼지만 본부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을 비롯해 지역 공동체도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걸었다.

석일웅 수사는 지난 대선 부정개입 때도 관구 차원에서 공적 의견을 밝혔지만, 이번에는 수도회 내 모든 형제들의 전원 일치로 동의했다고 말했다.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정문에 달린 현수막은 누군가 몰래 떼어 가기도 했고, 구청에 철거 요청 민원이 들어가기도 했지만, 현재 규격 외 불법인 사항은 없어 다시 만들고 있다. 

석 수사는 시국에 대한 입장에 대해, “너무 당연하고 분명해서 뭐라 말하는 것이 더 어렵다”면서도, “이 문제는 개별의 정치적 입장이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분명히 드러난 선과 악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선악의 문제인 만큼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어떻게 실천해야 할 것인지는 분명하다. 예외 없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 상황에서 가만히 있는다면 그가 어디에 속한 사람인지 드러내는 일일것”이라면서, “안양, 김포 등 재속회 회원들이 매주 촛불을 들고 있다. 평생 1번만 찍었다는 이들도 있다. 양이 있는 곳에 목자가 있어야 한다. 지위 고하 없이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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