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1000일째 광화문 광장 미사

세월호참사 1000일째인 1월 9일, 광화문 광장에서 어김없이 미사가 봉헌됐다.

광화문 월요미사는 2014년 12월 10일 한국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가 희생자 304명을 기억하는 304번의 미사를 매주 수요일 광화문 광장에서 봉헌하면서 시작됐다. 2015년 11월부터는 각 교구 사제단과 수도회가 공동 집전하는 월요미사로 바뀌었지만 2년을 넘겨 매주 봉헌되고 있다.

이날 미사에는 사제, 수도자, 신자 약 800명이 모여 세월호참사를 기억하고 미사 뒤에는 청운동까지 촛불을 들고 행진했다.

▲ 세월호 1000일째 광화문 광장 미사. 제대 뒤에는 세월호참사 희생자 304명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다. ⓒ정현진 기자

“우리 이제 그만 탈출합시다”

강론을 맡은 의정부교구 김명식 신부는 “광화문 광장에서 드리는 모든 시국미사는 이집트 탈출 전 파스카 축제이며, 우리는 탈출을 이루기 위해서 이곳에 모였다”며, “우리의 자유와 존엄성을 짓누르던 그 모든 집단과 권력, 사람이 사람답지 않게 만드는 모든 시스템과 부조리에서 탈출하자”고 말했다.

김 신부는 지난 1000일 동안 우리는 마음껏 아파하지도, 눈물을 흘리지도, 위로하고 안아 주지도 못했고 그 이유는 우리가 그동안 너무나 순진한 노예였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고,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고 외쳐야 한다. 우리의 자유와 존엄을 무시한 집단에 분노한 우리의 목소리를 들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떠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정말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땅으로 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광야에서 먹을 것이 없다고 목이 마르다고 하느님께 불평 불만을 늘어놓은 이스라엘 민족과 다를 자신이 있습니까? 다시는 금송아지를 숭배하지 않겠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까?”

김 신부는 이 모든 불의에서 탈출하기 전 우리 자신에게 이같이 물어야 하지만, 지금 당장 자신이 없더라도 걱정하지 말라면서, “교회가 모세가 되겠다. 이스라엘 민족을 약속의 땅으로 인도한 모세의 역할을 교회가 하고자 한다. 그러니 함께 탈출하자”고 말했다. 또 탈출을 꿈꾸는 교회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세속적 생각이고 그것은 또한 우상“이라며, “십자가를 짊어지고 가난을 추구하자. 그리고 굳은 마음으로 사람을 사람답게 살지 못하게 만드는 모든 것으로부터 탈출하자”고 말했다.

▲ 미사 뒤, 참가자들은 촛불을 들고 청와대 인근 청운동까지 침묵 행진했다. ⓒ정현진 기자

“광화문 광장 미사는 기억하기 위해 힘을 낸 시간”

미사에 참석한 한 416연대 활동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세월호는 끝났다. 지겹다는 소리를 들으며, 광장에 고립될 것 같은 불안감을 견뎌 왔다”며, “그러나 지금 1000일에 즈음에 1000만의 시민들이 촛불로 화답해 줬다. 세월호 광장을 미사로 지켜 준 사제, 수도자, 신자들에게 고맙다. 끝까지 손잡고 함께 가 달라”고 말했다.

김주현 수녀(천주섭리수녀회)는 무엇보다 세월호 인양이 무사히 끝나 아직 배 안에 있는 이들이 가족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1000일까지 시간을 끌었다는 것이 정말 답답하지만 이제 진상규명을 위한 물꼬가 트이는 것 같다. 긴 시간이었지만 기다리고 연대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박진균 사무국장은 지난 1000일에 대해 “광화문 광장에 매주 1번 이상은 나오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봤다”며, “참사 직후 충격에 빠져 있고, 여론몰이로 외면당하기도 했지만, 굳건히 견디고 있는 세월호 가족들과 그 곁의 사람들이 불씨를 계속 지켰고 지금 다시 생생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광화문 미사의 의미에 대해서 “같이 있어 주는 것이고, 슬퍼하며 우는 사람들과 같이 우는 것이었다. 우리가 각자의 시간을 세월호 가족들에게 내어준 것이고, 우리 자신도 기억할 수 있는 힘을 낸 시간”이라고 말했다.

월요 미사는 세월호참사를 기억하는 것은 물론, 불의한 모든 일을 위한 기도의 자리로 봉헌되며, 다음 1월 16일에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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