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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살림 조합원이라는 자부심”대표 생협 한살림 30년 맞아
배선영 기자  |  daria20120527@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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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23  15: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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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살림, 농업살림, 생명살림’이라는 가치를 걸고 있는 대표적 생활협동조합 ‘한살림’이 올해로 30년을 맞았다.

한살림의 시작은 한국 천주교 특히 원주교구와 깊은 연관이 있다. 한살림을 만든 박재일 초대회장은 1982년 가톨릭농민회 회장이었으며 원주소비자협동조합 초대 이사장이었다.

고 박재일 회장은 장일순의 권유와 당시 원주교구장인 지학순 주교, 원주교구 신자들에 대한 호감으로 가톨릭신자가 됐다.

한살림은 박 회장이 농민들과 함께 무농약 쌀과 잡곡, 참기름, 유정란을 가지고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면서 본격 시작됐다.

한살림 설립에는 ‘미제레오르’라는 독일 주교회의 산하 가톨릭구호단체의 도움이 있었는데, 미제레오르(MISER EOR)는 1986년 한살림이 첫발을 내딛던 해부터 1989년까지 3년간 1억 2700만 원을 한살림에 지원했다.

1984년 원주교구를 통해 미제레오르에 직거래 직판장 설치와 관련한 프로젝트를 보낸 것에 대한 답이었다. 그 결과 원주교구가 법적 추진기관 역할을 하고, 박재일 회장이 사업을 추진하기로 협약을 맺은 것이 한살림의 시작이었다.

   
▲ 잡곡과 채소를 생산하는 홍천 주음치 공동체를 방문한 조합원들. (사진 제공 = 한살림)

한살림 조합원, 생산자 그리고 운영자에게 지난 30년의 변화와 현재 한살림이 품고 있는 것들에 대해 들었다.

한살림 조합원 김숙희 씨(서울 마포구)는 박재일 초대회장이나 장일순 선생에 대한 이야기가 “가슴을 건드린다”고 했다. 그들의 삶과 “한살림 선언”을 통해 배운 한살림은 김숙희 씨에게 “정신줄” 같은 것이다. 그에게 한살림은 단순히 유기농 먹거리를 사는 곳이 아니라 “지치고 버거울 때 일어나 잡는 동아줄 같은 것”이다.

김숙희 씨는 2003년에 한살림을 만났고, 세 식구 식비의 99퍼센트는 한살림에서 쓴다. 그에게 다른 생협을 고려해 본 적이 있냐고 묻자, “조합원의 자부심”을 말했다. 물품에 간혹 실망하더라도 그뿐, 그것이 자신을 흔들지는 못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한살림의 가치를 삶에서 실현하는 생산자에 대한 감동이 크기 때문이다. 한살림 물품이 어떤 방식으로 생산되는지를 알면 생산자의 삶에 마음이 움직이고, 조합원이라는 자부심이 커진다. 직접 생산지를 방문하거나 다녀온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성, 사랑, 생명에 대한 가치를 담은 음식이라고 생각하면 안 먹을 수가 없다.

김숙희 씨는 “어렵고 힘들고 불편한 과정을 통해 내 손에 온다는 것을 알고, 그 고단함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조합원들은 유기농업 방식에 감동하고 감사하지만, 한살림생산자연합회 김찬모 회장은 유기농업 방식이 특별히 까다로운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경남 고성에서 참다래를 재배해 2003년부터 한살림에 공급한다.

그에 따르면 유기농업은 화학농약은 쓰지 않지만 친환경 농약을 쓴다. 마늘, 쑥, 삼 등 주로 한약재로 쓰이는 것들이 친환경농약의 원료다. 생명살림을 지향하기에 벌레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냄새로 쫓는 것인데, 이는 우리 선조들이 쓰던 방식 그대로다.

퇴비와 영양제도 직접 만든다. 유채기름, 콩 껍질, 마늘, 할미꽃, 돼지감자 등을 직접 길러서 농약과 퇴비를 미리 만들어 놓는다. 그는 오히려 수입산 친환경농약을 쓰는 것보다 비용 측면에서도 훨씬 낫다고 했다.

   
▲ 한살림 농산물은 직접 만든 퇴비, 영양제, 친환경 농약을 쓰는 유기농업으로 생산한다. (사진 제공 = 한살림)
다만, 김 회장은 현재 수치 위주로 유기농업에 대한 국가인증이 이뤄지고, 대중들도 농약 등 검출 수치로 유기농을 이해하는 것에 아쉬워했다. 그는 유기농업은 과정 중심으로 봐야 하며, 농민이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더라도 이것들이 검출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엔도슬판(살충제)는 반감기(농도가 반으로 줄기까지의 기간)가 30년이라 유기농업을 20년 지었다 해도 그 전에 쓴 농약이 흙에 남아 있으므로 품종에 따라 이를 흡수해 검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바로 출하 정지가 되는데, 생산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그는 이런 상황에 대해 조합원을 설득하고, 단순히 친환경 먹거리 차원을 넘어 생산자와 함께하는 한살림이 되길 바랐다.

김숙희 씨는 한살림 서울 서부지부의 운영위원이기도 하다. 서부지부는 서울 강서구, 양천구, 구로구, 경기도, 김포 지역을 관할한다. 김숙희 씨는 서부지부 조합원의 대표인 셈이다. 각 지부 운영회의에서 논의한 사항을 한살림 본부로 올려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조합원들이 직접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다.

예를 들면 설탕 취급여부도 이곳에서 논의한다. 현재 한살림은 설탕을 팔지 않는다. 다른 생협에서 유기농 설탕을 파는 것과 대조되는데, 설탕을 취급하는 것이 한살림 정신과 맞닿아 있는지 운영위원들이 토론을 펼친다. 설탕은 단일 품종에, 수입하기 때문에 소농과 지역 농산물을 먹자는 한살림의 가치와 맞지 않는다. 게다가 설탕이 필수 조미료처럼 된 것도 사회적 변화다. 김숙희 씨는 조청을 주로 쓴다. 그래도 효소를 담글 때는 설탕이 필요해, 한시적으로 제3세계 농민과 민중들의 자립에 힘쓰는 ‘아시아 민중기금’과 연대해 필리핀에서 나는 설탕을 팔았다.

한살림은 어찌 보면 사회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다. 초콜릿도 그중 하나다. 조완형 전무이사는 초콜릿을 팔려면 그 물품을 팔 거냐 아니냐를 넘어 기준 자체를 바꾸는 논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식품에 들어가는 부재료, 생산 방식까지 엄격한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 매장을 낼 때,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 때도 논쟁이 있었다. 이런 치열한 고민은 사회변화에 적응하면서 한살림의 가치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초기에는 물품 종류가 참기름, 들기름, 난황류 등 정도였고 갱지로 된 한살림 소식지에 한 페이지도 안 되었다. 그러다 생산 기반이 확대되고 이것들만으로 밥상을 차릴 수 없어 물품이 늘었다. 최근에는 생활방식이 변했고, 이런 사회변화를 무시할 수 없어 반조리 식품이 나온다.

1991년부터 한살림과 함께 한 조완형 이사는 일이십 년 전을 생각하면 지나친 소포장 등 이런 변화가 한살림과 맞는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밥상살림, 생명살림, 농업살림’이라는 뿌리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여긴다고 했다.

조 이사는 현재 한살림의 고민으로 조합원의 활동이 줄어드는 것을 들었다. 한살림 서울을 보면 아래 7개 지부가 있고 또 그 아래 지구 모임이 있다. 그는 “조합원들이 직접 회의나 모임에 참여하는 활력이 떨어졌다”고 했다.

   
▲ 한살림 소식지. 30년 전에 비해 물품의 종류와 양이 엄청 늘었다. ⓒ배선영 기자

현재 60만 세대가 한살림을 이용하고 2015년 매출액이 3620억 원에 이르지만, 조합원 활동은 예전만 못하다. 조 이사는 인구변화와 생활방식, 인식 변화를 그 원인으로 봤다. 그가 한살림 초기에 신월동에서 공급을 맡았을 때는 지금처럼 집집마다 배달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 단위로 주문을 받았다. 두부 한 판을 가져가면 그 자리에서 칼로 잘라 공동체 구성원들끼리 나눠 가졌다. 그는 이런 방식이 물류비용을 상당히 절약한다고 했다.

지금은 마을 공동체를 찾기 어렵고, 1인, 2인 가구가 늘었다. 한살림은 근래 매출도 줄었는데, 육아 세대가 줄어든 것에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유기농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빠르게 한 끼를 때워야 하는 이들도 늘었다. 조 이사는 먹거리 소외층 특히 고령화되면서 움직임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고민한다.

조합원이 많아진 것은 한살림의 가치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어난 덕분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이슈 영향도 크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난 뒤에는 치약이나 샴푸 등 생활용품의 판매가 급격히 늘었다. 광우병, GMO, 방사능 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를 때마다 한살림에 대한 관심도 높다.

생협을 찾는 이들은 늘었지만, 한살림이 지향하는 가치에 대한 공감도 그만큼 커졌을까? 1989년에 나온 ‘한살림선언’에 따르면, 한살림은 ‘자연에 대한 생태적 각성’, ‘사회에 대한 공동체적 각성’이며, ‘생명의 질서를 실현하는 사회실천운동’이고, ‘자아실현을 위한 생활수양활동’이다.

조완형 이사는 한살림은 이런 것이라고 정의해 주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개개인의 인식과 이해로 참여하는 운동으로 가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한살림의 가치를 이해하고, 마음을 내는 것- 그 마음에 있으려는 상태(모심) 자체가 운동이라고 했다.

“한살림 물품으로 배추를 받으면 그냥 배추로 보는 것이 아니라 햇빛, 구름, 비, 나무, 흙, 미생물, 곤충, 농부의 수고와 정성이 깃들어 있음으로 생각을 확장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한살림 정신을 잇고, 이런 마음이 담긴 게 한살림 선언이 아닐까.”

조 이사는 이런 한살림의 가치가 생뚱맞은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더 보편화되고 상식이 되는 것이 앞으로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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