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등 4대종단, 정세균 국회의장 면담

천주교와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 4대 종단이 인종차별금지 법제화를 촉구했다.

‘4대종단 이주, 인권협의회’는 12월 18일 ‘세계 이주민의 날’을 앞둔 12월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종차별금지 법률 제정, ‘UN이주민권리협약’ 국회 비준, 고용허가제 폐지와 이주노동자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고,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가 적극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정 국회의장은 “여러분의 바람과 나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국회의장으로서 직접 나설 수 없지만 국회가 이 문제에 대해 제 역할을 하도록 관심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재 국내 이주민보다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 이주민이 더 많다며, “이들이 외국에서 차별받지 않으려면, 우선 한국의 이주민들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국회도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상식을 위해 추진할 것이다. 이주민 당사자들과 각 종단에서도 어렵지만 소중한 권리를 위해 계속 이야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 4대종단 대표들이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요청서를 전달했다. ⓒ정현진 기자

“이주민 200만 시대, 차별없는 사회로”
이주와 노동, 거주, 생명권.... 아무것도 보장받지 못하는 이주민

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이주민 200만 시대의 대한민국은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착취의 정도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으며, 사회적 인식과 정부의 정책이 매우 부실해 큰 우려를 낳고 있다”며, “이는 이주노동 100년이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요, 올챙이적 시절을 생각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이라고 지적했다.

또 고용허가제 개악으로 고통받는 이주노동자뿐 아니라 다문화가정의 40.7퍼센트가 차별을 경험하고 이로 인해 생활에 어려움을 느낄 정도로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크게 노출되어 있는 현실과 2016년 현재 한국의 난민 인정률이 세계 평균인 37퍼센트에 크게 못미치는 4.5퍼센트에 머물고 있는 상황도 비판했다.

이들은 “현재 UN이 우리 정부에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법률 제정이나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명시적 법률 제정을 권고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반인륜적 범죄인 인종차별에 아무런 법적 규정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있다면서, 이주민에 대한 차별 정책과 제도를 폐지하고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요구했다.

2015년 1월 현재 국내에 살고 있는 이주민은 177만 4603명으로 전년 대비 13.2퍼센트가 늘었다. 또 1994년부터 2015년 5월까지 약 1만 1000명이 난민 신청을 했지만, 이 가운데 난민으로 인정받은 이들은 4.5퍼센트에 그쳤으며, 난민 신청이 가장 많았던 2014년의 경우는 2,896명 중 94명, 3.2퍼센트만 인정받았다.

▲ 4대종단 이주인권협의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인종차별금지법 마련을 촉구했다. ⓒ정현진 기자

“외국인에게는 사과를 팔지 않겠다”는 상인과 “차별받는 것은 네 탓”이라는 가족들
산재에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퇴직금은 출국 뒤에나 받는 이주노동자
국적을 얻지 못하는 이주민 자녀들, 가장으로서 제대로 일할 수 없는 이주노동자 부모
인종적 모욕을 ‘애국심’으로 당당하게 생각하는 사회.... 인종혐오의 총체적 난국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민 등 당사자들이 참석해 한국에서 겪고 있는 일들을 증언하기도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과 국회의장 면담을 통해 자신들의 고충을 토로하고, 당당히 일하고 이 사회의 한 사람으로 행복한 삶을 이룰 수 있도록 차별금지를 위한 법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천주교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총무 이상민 신부는 이 자리에서, “특히 현장에서 상황을 접하고 상담하면서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 느껴지는 것이, 너무나 차별적 요소를 많이 갖고 있는 고용허가제 때문”이라면서, “종교계가 힘을 모아줄 테니, 국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인종차별금지법 통과를 위해 나서 달라”고 말했다.

이 신부는 천주교의 입장을 밝히면서, “아기 예수는 이집트에서 미등록 이주아동, 마리아는 이주여성, 요셉은 이주노동자였다”며, “구세주인 예수, 그 가정이 이주민이었다는 것은 구원과 이주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며, 12월의 복음을 통해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반성하고 회개하자”고 말했다.

그는 “이주민은 더 이상 남이 아니라 우리이며, 모두 하느님의 자녀”라면서, “예수가 우리에게 이르는 말씀,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라는 말씀을 기억하자”말했다.

‘세계 이주민의 날’은 전 세계 이주노동자를 노동력이 아닌 같은 시민으로서 동등하게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2000년 12월 4일 UN이 정했다.

또 UN은 1990년 12월 18일 제45회 총회를 통해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을 채택했다. 2015년 현재 영국, 벨기에, 스페인, 터키, 이탈리아 등 47개국이 비준했지만 한국은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총 93조로 된 이 협약은 체류 자격, 노동 자격과 관계없이 미등록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이주노동자와 가족을 위한 것으로 성, 인종, 피부색, 언어, 종교, 신념, 국적, 민족, 혼인 여부 등에 따라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받도록 하고 있으며, 이동권, 생명권, 교육권, 재산권과 노동3권 등은 물론 참정권까지 보장해, 살고 있는 국가의 국민과 동등한 권리와 자유를 가질 수 있도록 한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