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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으로 의심스러운 실험(esperimenti scientifici moralmente discutibili)[박한선의 '세븐' - 11]

2014년 1월 과학학술지 <네이처>는 믿을 수 없이 획기적인 논문을 소개했다. 바로 일반 세포를 약한 산성 용액에 담그는 방법으로, 소위 STAP 세포를 만들 수 있다고 한 것이다. STAP 세포란 외부 자극에 의한 전분화능 획득 세포(Stimulus-Triggered Acquisition of Pluripotency)라고 하는데, 즉 일반세포에 어떤 조작을 가해서 줄기세포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대통령도 처방 받았다는, 줄기세포란 과연 무엇일까? 줄기세포는 말 그대로, 어떤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는 “원초적” 세포를 말한다.

   
▲ 일본 이화학연구소는 2014년 <네이처>지에, 성체 세포를 산성 용액으로 처리하는 것만으로, 전분화능 세포, 즉 STAP 세포를 만들 수 있다고 발표했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성과였지만, 전부 날조로 드러났다. [이미지 출처 = smartfutures.net)

지금까지의 줄기세포 연구는 주로 배아 줄기세포를 가지고 이루어졌다. 그러나 배아란 난자와 정자가 만나 만들어진 수정란이, 태아 되기 이전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즉 어머니의 자궁과 같은 적당한 환경이라면, 배아는 곧 아기가 되어 태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로마 교황청에서는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사실상 인간을 희생하여 연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2004년에 황우석 박사가 복제했다고 거짓말한 세포가 바로 이 인간배아 줄기세포였다)

하지만 성체의 일반 세포, 즉 그냥 성인의 몸에서 떼어낸 세포를 줄기세포로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이를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라고 한다. 예를 들어, 사고로 실명을 한 환자가 있다고 해 보자. 이때 환자의 머리털에서 뽑은 세포를 역분화시켜, 줄기세포로 만든 뒤 이를 다시 안구가 되도록 분화를 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새로 만든 눈을, 원래 위치에 다시 붙여 주기만 하면 된다. 공상과학소설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배아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니, 윤리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실제로 어느 정도 성과도 있었다. 2012년에는 해당 연구에 노벨상이 수여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은 너무 어려웠고, 겨우 만들어도 너무 쉽게 암으로 변하곤 했다. 동물 세포로도 이런 수준이니, 인간 세포로는 턱도 없었다. 그런데 STAP 세포는 이러한 한계를 한 번에 뛰어넘은 것이었다. 일단 만들기가 너무 쉬웠다. 그냥 산성 용액에 담가 두기만 하면 되었다. 걱정하는 암 발생 가능성도 낮았다. 불치병 정복은 이제 시간문제나 다름없었다.

   
▲ 실험용 벤치 앞에서 포즈를 취한 오보카타 하루코. 그녀는 언론 보도를 앞두고 연구실을 핑크색으로 장식하고, 일반적 가운이 아닌 앞치마를 입는 등 의도적으로 여성성을 부각시켰다. 그녀의 연구 결과는 일본 주요 일간지 1면에 대대적으로 실렸다. 그러나 사실 연구소 차원에서 선전효과를 노리고 꾸민 일임이 드러났다. [이미지 출처 = www.nippon.com/en/currents/d00118)

과학은 사물의 구조, 성질, 법칙 등을 관찰 가능한 방법으로 확인하여 구축한 지식의 체계를 말한다. 간단히 말해서 자연의 이러저러한 것들에, 이름을 붙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담에게 데려다 주시고는 그가 무슨 이름을 붙이는가 보고 계셨다. 아담이 동물 하나하나에게 붙여준 것이 그대로 그 동물의 이름이 되었다. 이렇게 아담은 집짐승과 공중의 새와 들짐승의 이름을 붙여주었지만 그 가운데는 그의 일을 거들 짝이 보이지 않았다”(창세 2장, 공동번역)

아담이 짝을 찾기도 전에,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세상에 이름을 붙여 주는 일이었다. 즉 자연에 대한 지식의 체계를 세우는 일, 과학이었다.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이 연구가 각광을 받은 이유는 줄기세포의 의학적 응용가능성과 산업적 가치에 의한 것도 있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인류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발견”이었기 때문이다.

이 획기적인 연구를 주도한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오보카타 하루코는 30살에 불과했지만, 와세다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하버드 대학에서 2년간 연수도 거친 촉망받는 과학자였다. 공동 연구자에는 하버드 대학의 저명한 교수도 포함되어 있었다. 일본 언론은 이미 노벨상이라도 받은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핑크색으로 장식한 연구실과 귀여운 하마 그림이 그려진 연구 도구 등을 보여 주며, 연구와는 무관한 연구자의 여성성을 강조하며 언론플레이를 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엄청난 수준의 지원을 약속했다.

언론에서는 흔히 과학의 경제적 가치를 논하고는 한다. 어떤 연구는 파급효과가 얼마라는 둥, 혹은 신약이 개발되거나 우주를 개척하면 어떤 이득이 있다는 등이다. 그러나 과학의 핵심은 그저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찾아내고 그것에 대해 적당한 체계를 세워 이름을 붙이는 일의 끝없는 연속이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과업이고, 아마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될 작업이다. 하지만 오보카타 하루코와 주변 연구자, 그리고 연구소, 언론, 일본 정부에 이르기까지, 아무도 과학의 본질을 신경 쓰지 않았다. 사실상 그들은 과학자가 아니라, 비지니스맨이었다.

   
▲ 기자 회견 중인 연구팀의 책임자 요시키 사사이와 오보카타 하루코. 그러나 연구 날조가 드러나자 그는 자신의 연구소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이미지 출처 = www.japantimes.co.jp)
점점 그 분야의 저명한 연구자들은 연구 결과에 대해서 미심쩍은 반응을 보내기 시작했다. 도무지 기존의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파격적인 연구 결과였다. 특히 유럽 쪽의 비판이 많았다. 세포를 단지 약산성 용액에 담그는 것으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약한 산성의 환경은 긴 진화적 세월 동안, 늘 존재하던 환경이다. 식초에 손가락을 빠트리면, 손가락이 줄기세포가 된다는 것처럼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연구 결과였다.

하지만 노벨상 수상자를 세 명이나 배출한 일본 이화학 연구소의 발표였고, 하버드 대학이 공동 연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강력한 학문적 권위가 합리적 의심을 압도했다. 게다가 같은 해 2월, 공동저자였던 하버드의 찰스 버칸티 교수는 쥐 세포뿐 아니라, 심지어 인간세포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찰되었다고 발표했다. 사실이라면 정말 믿을 수 없는 학문적 진보였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과학자의 탈을 쓴 거짓말쟁이의 축제는 오래가지 않았다. 도무지 받아들이기 어려운 연구 결과를 이상하게 여긴 연구자들은, 논문을 열심히 검증하기 시작했다. 세계 이곳저곳에서, 재현 실험이 전부 실패했다는 발표가 속출했다. 하루코의 과거 논문의 조작 의혹이 일었고, 몇 개월에 걸친 검증실험도 실패했다. 결국 하루코는 박사학위를 박탈당하고, 직장을 그만두었으며. 논문에 참여한 모든 연구자들이 논문 게재를 철회하였다. 이화학연구소의 인력 절반에 해당하는 250명이 해고되었고, 연구팀의 책임자였던 요시키 사사이는 연구소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했다.

   
▲ 간단한 방법으로 전분화능 획득 세포를 만들었는 하루코 오보카타의 연구는 날조된 것으로 드러났고, 논문은 철회되었다. 맨 위에 철회(retracted)되었다는 붉은 표시가 보인다. (이미지 출처 = www.nature.com/nature/journal/v505/n7485/full/nature12968)

2008년 로마 교황청 내사원은 새로운 칠죄종을 발표했다. 배아 세포 연구와 같은 윤리적으로 정당성이 결여된 과학적 연구, 낙태와 같은 생명윤리 위반, 약물 남용, 환경 파괴, 사회적 불의, 빈부 격차의 확대, 소아성애 등이 바로 그것이다(문헌에 따라서는 배아 세포 연구와 비윤리적 연구를 둘로 나누고, 사회적 불의와 빈부격차 확대를 하나로 묶기도 한다). 생명윤리에 관한 내용과 소아성애와 약물 남용 등의 정신의학적 문제 등 과학 및 의학과 관련된 내용이 5개나 포함되어 있다. 그중 가장 흥미로운 것이 바로 ‘윤리적으로 의심스러운 실험’이다.

연구 윤리를 잘 지키는 것은 물론 중요하겠지만, 과연 칠죄종에 들 만큼 중요한 죄악일까? 그러나 윤리성을 상실한 과학, 도덕성이 배제된 의학은 걷잡을 수 없는 파급효과를 불러온다. 칠죄종이란, 죄악을 일으키는 씨앗이라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앞서 말한 일곱 가지가 수많은 죄악을 불러오는 가장 무서운 씨앗이 되는 것이다.

하루코의 날조된 연구가 불러온 파급효과는 엄청났다. 줄기세포의 현미경 사진을 조작하고, 데이터를 거짓으로 적으면서도 아마 큰 죄책감은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당장 누구를 해치는 것도, 뭔가를 훔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실직했고, 심지어 목숨을 끊은 사람도 있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른 연구자들의 줄기세포 연구도 상당 부분 취소되거나 자금줄이 끊긴 것이다. 하루코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불치병 환자를 위한 치료법이 곧 나올 것처럼 포장했지만, 결국 그들을 위한 정상적 연구도 못하게 막아버린 꼴이 되었다. 전통적인 칠죄종 만큼이나, 현대인들이 신 칠죄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박한선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영성과사회정신연구소 연구소장
성안드레아병원에서 마음이 아픈 환자를 돌보는 한편,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정신장애의 신경인류학적 원인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
현재 호주국립대에서 문화와 건강, 의학 과정을 밟으며, 아보리진 사회를 조사하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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