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생태환경위, 첫 심포지엄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가 제시한 전망을 한국의 성당에서는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지난 3월 만들어진 천주교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가 12월 5일 첫 생태환경 심포지엄을 열어 학자, 가톨릭 환경상 수상자들의 발표를 들었다.

윤종식 신부(가톨릭대 성신교정 전례학 교수)는 미사, 성무일도에서 쓰이는 기도문과 빵, 포도주 등의 생태환경적 의미를 강조했다.

발표에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한 기자가 신자들이 실천할 수 있는 요소를 제안해 달라고 묻자, 윤 신부는 “올해 처음 있었던 피조물을 위한 성시간이 정례화될 것으로 보고, 본당에서도 생태환경 관련 분과들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윤 신부는 “보편지향기도 때 피조물을 위한 기도를 하나씩 넣어주면 의식이 달라지고, 기도하면서 어떻게 피조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공감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친환경적 성당 시설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참가자의 의견에 대해 윤 신부는 자신이 의정부교구 건축심의위원으로 활동하는 경험을 소개하며, “(천주교회의 상황이) 생태학적 조건을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며, 여성 권익 부분을 많이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남녀 화장실의 숫자가 같으면 안 된다는 것, 봉사자 다수가 여성인 제의방을 사제 중심으로만 만들면 곤란하다는 것 등이다. 윤 신부는 “친환경적 성당 구조,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조건도 요구되지만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12월 5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발표자 윤종식 신부가 참석자들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 ⓒ강한 기자

두 번째 발표자 윤순심 수녀(예수의 까리타스 수녀회)는 ‘본당의 생태영성 살이’가 새로 부임한 사제의 사목 방향에 따라 중단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윤 수녀는 생태영성을 실천하는 본당으로 소개한 대구대교구 고산 본당의 생태복음화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발전하지 못한 것은 사제 인사 이동과 관련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 환경상 대상을 받았던 서울대교구 고척동 본당도 “지금까지 꾸준하게 실천한 후 변화된 점과 아쉽지만 중단하고 있는 사례 등을 인터뷰했다”고 윤 수녀는 전했다.

윤 수녀는 “한국 교회가 사목의 연계성을 수정 보완해, 전임 사제와 후임 사제의 사목 비전을 공유하고 물 흐르듯 아름다운 동행을 한다면 신자들에게도 좋은 교회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 강우일 주교는 “환경운동만이 아니라 교회의 모든 사목 분야가 그렇다”며 “주교단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자신이 교구장으로 있는 제주교구에서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중요한 교육을 할 때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를 모두 초청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본당 신부와 수도자, 사목위원이 함께 교육받고 연구하니 본당에 돌아가 실천이 이뤄지는 비율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한국 천주교중앙협의회가 펴내는 “매일미사” 책 사용이 너무 많은 종이를 쓰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강 주교는 “기회가 닿으면 이런 요청이 있다는 것을 주교회의 총회 안건으로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주교회의가 결정하기 전에 여러분이 안 쓰면 된다”며 “”매일미사” 발간에 대해서는 방대한 종이 소비에 대해 여러 번 논의가 있었지만, 워낙 편리하고 교우들이 요구하고 주교회의에 수익이 생기니 양쪽이 맞아떨어져 운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것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현장 교우들의 인식과 생태적 회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는 수녀들을 중심으로 80여 명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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